21세기 인류가 반 고흐를 사랑하는 법

이토록 아름다움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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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일 9:00 오전

무르익은 별빛과 농익은 푸르름으로 캔버스를 물들인 화가의 삶과 작품을 만나는 세 가지 방법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국의 TV 프로그램 ‘닥터 후’는 ‘타임로드’라는 종족 출신의 외계인인 ‘닥터’가 동료들과 함께 시공간을 누비며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1963년에 첫 방영한 만큼 방대한 에피소드를 자랑하는데, 이 드라마의 전부를 챙겨 보지는 않았더라도 반 고흐를 다룬 감동적인 내용 덕분에 많은 이들이 시즌 5의 10화만큼은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닥터는 타임머신을 타고 반 고흐를 만나러 가는데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장소에서 그를 만나고, 초대받아 도착한 고흐의 집에서 곳곳에 놓여있는 그림들을 발견한다. 우리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의 작품들이다. 극 말미, 닥터는 핍박과 무시에 지쳐 유약해진 반 고흐를 격려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태우고 21세기로 돌아와 오르세 미술관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전시장을 보고 놀란 반 고흐의 곁으로 큐레이터를 불러 그의 예술적 위대함을 묻는다.

“반 고흐는 화가 중 최고입니다. 틀림없이 역사상 가장 위대하며 유명하고, 사랑받는 화가일 겁니다. 그의 색채에 대한 감각은 매우 뛰어나며, 찢어질 듯한 고통을 예술적으로 아주 아름답게 승화했죠. 아픔이 반영된 작품은 많으나 자신의 고통과 고뇌를 즐거움과 환희, 거대한 세상으로 표현한 화가는 그 말고는 전례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은 나오지 못할 겁니다. 프로방스의 평지를 방황하던 이방인이자 야만인은 세계 최고의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이었음임이 분명합니다.”

큐레이터의 극찬을 듣고 눈물 흘리는 반 고흐의 모습은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지금은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또 보기 위해 수만 명이 전시장을 찾는다. 현대에 와서 그림과 이야기는 여러 형태와 형식으로 소비되며 다방면으로 사랑받는다. 생전의 반 고흐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을 일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반 고흐를 사랑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찾을 수 있도록 마련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한국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위대한 화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귀로 색채를 듣고, 그의 삶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캔버스에 담긴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전시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4월 19일~8월 25일 | 우정아트센터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이 직접 제작한 체험형 전시이다. 고흐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을 보고, 듣고, 만지는 등 오감으로 화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질풍노도와도 같았던 그의 삶에서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할 중요한 순간들을 반 고흐의 시선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재현했다. 반 고흐 미술관 측은 후지 필름 유럽과 협업하여 개발한 3D 프린트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작품을 복제해 선보이며, 한국 전시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 에디션’이라 이름 붙여진 9개의 명화 중 8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각과 촉각, 청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반 고흐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이번 전시는 ‘그의 마지막 순간(Wheat Field)’ ‘화가로서의 시작(Emerging Artist)’ ‘남부 프랑스(Arles)’ ‘노란 집(Yellow House)’ ‘광기와 천재성(Illness&Creativity)’ ‘위대한 유산(Success)’으로 구성됐다. 그림을 조형물로 구현해 만지고 살피며 풍경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그의 화법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또 반 고흐가 사용했던 원근틀을 사용해 직접 그림을 그리며 반 고흐가 바라본 풍경과 캔버스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성인용과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오디오 가이드는 성우 10인의 목소리로 고희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담았으며,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창작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4월 24일~5월 26일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4월 24일부터 한 달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반 고흐의 생애를 춤과 노래로 전하는 창작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이 상연된다. 영국의 아동 문학가인 로렌스 앤홀트의 동명 동화를 각색해 무대화한 이번 작품은 어른은 물론, 공연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세계에 흥미를 느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은 반 고흐와 어린 소년 까미유의 우정을 중심으로 세상을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반 고흐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리고 세상의 편견에 물들지 않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시각으로 서로를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고흐가 예술가로서 겪는 고통과 외로움, 그럼에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예술혼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자연스럽게 녹여낼 예정이다. 무대는 그가 사랑한 도시인 아를의 풍경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게 꾸며지며, 고흐의 작품인 ‘아를의 다리’ ‘아를의 붉은 포도밭’ ‘아를의 정원’ 등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테마파크 ‘라뜰리에’

상설 전시 |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11층

동대문역 인근에 위치한 현대시티아울렛에 아트랙티브(Art+Interactive) 테마파크인 ‘라뜰리에’가 문을 열었다. 예술과 첨단 IT 기술이 만나 탄생한 이색적인 전시는 ‘액자 속 공간은 곧 현실이 되고, 여러분은 그림의 일부가 됩니다’라는 소개 문구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다양한 색채 속에 살아 숨 쉬는 화가들의 명화 속 장면을 생생하게 선보인다. 라뜰리에(L‘atelier)란 ’빛의 회화‘라 불리는 인상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단어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중심으로 기획한 스토리 텔링과 클로드 모네, 모리스 위트릴로, 에두아르 레옹 코르테스 등 19세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구현해낸다. 주최 측은 관객이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거닐며 마치 화가들의 작업실을 찾아 그들과 교감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술체험공간을 조성했다. 겨울의 몽마르트르를 눈 내리는 미디어 아트 속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꽃이 만개한 정원이 펼쳐진 곳에선 실제로 꽃향기를 맡으며 전시를 즐기고, 음성 인식을 통해 작품과 대화를 나누는 등 다양한 효과를 통해 관객을 액자 안으로 불러들여 그림, 풍경과 교감할 수 있게 이끈다. 전시는 총 5개의 공간과 3개의 어트랙션으로 구성됐으며,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만 36개월 미만의 유아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글 정원 사진 쇼온컴퍼니·국립박물관문화재단·라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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