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전

그 영롱한 빛은 어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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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7월 15일 9:00 오전

전시

글 박찬미 사진 대림미술관

사물과도 친구가 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놀랍다. 더 구체적으로,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그것과 대화를 나누며, 이에 이야기를 입히고 그로부터 감정을 느끼는 이들의 창의력이 그렇다. 이것은 한계 없는 공감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누구나 어린 시절을 겪기 마련이건만, 그 능력은 어디에 묻혀버렸는지 소위 ‘다 큰 어른’이 사물과 교감하는 모습이라면 왠지 낯설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하이메 아욘은 어떠한가. 낯섦보다도 내 안의 동심이 떠오르는 벅참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그리고 아주 강렬하게!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과 다부진 체구의 조합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이, 하이메 아욘이 한국을 찾았다. 대림미술관에서 11월 17일까지 계속되는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전은 디자인·가구·회화·조각 등 전 영역에 걸친 하이메 아욘의 생기발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래서 당신은 디자이너인가, 아니면 예술가인가?’ 무엇 하나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접어두자. 그는 BD 바르셀로나 디자인·프리츠 한센·앤트래디션 등과 같은 가구 회사뿐 아니라 호텔·레스토랑·리테일 샵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디자인 작품들은 더 많은 사람을 찾아가 그들의 일상을 밝히는 예술이 되고 있다. 다만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원칙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하이메식 ‘유쾌함(Playfulness)’이다. 자신을 이르러 ‘8세 아이 같다’고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하이메 아욘. 그의 작업은 상상 속 친구들을 눈앞에 재현하는 과정과도 같다. 전시의 도입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는 ‘그린 치킨’과 열대 과일의 영롱함을 품은 ‘크리스털 캔디’, 아프리카의 장식 미술 전통을 간직한 ‘아프리칸도’ 화병 가족(하이메라면 ‘세트’보다는 이 표현을 선호하지 않았을까.) 모두 그렇게 탄생한 그의 친구다. 크고 작은 70개의 오브제가 줄지어 있는 ‘수상한 캐비넷’ 섹션에서는 걸음을 늦추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 손으로는 쟁반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원숭이 조형물의 아리송한 표정에 오래 시선이 머무른다. 이는 그가 실제로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 사람들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 원숭이 모형 테이블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제작한 작품으로, 그 아리송한 표정은 원숭이의 감정에 다가가려는 하이메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검푸른 밤하늘 위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던 디자인 의자들도 각자 사연을 지닌다. 그중 펭귄 한 쌍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모습에서 착안했다는 작품은 특히 미소를 자아낸다. 작품에 묻어난 그의 공감 능력은 주변에 귀 기울이는 데 인색했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이메가 그러했듯 전시 공간 곳곳에 호기심의 시선을 던져보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의 그림자 친구가 당신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조만간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전시장 4층에 위치한 그림자 극장에서다. 거대한 설치물로 구현된 그의 상상 속 캐릭터들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다양한 실루엣을 연출하고 있다. 이곳을 마음껏 누비며 빛과 그림자의 일부가 된 당신은 그들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하이메의 대형 회화 작품을 관람하는 ‘꿀팁’을 소개한다. 한쪽 눈은 감고, 뜬 눈 위에 망원경처럼 동그랗게 오므린 손을 얹어 캔버스 한쪽 끝에서부터 천천히 훑어보는 것이다. 당신은 이제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 그리고 마음을 얻게 되었으니,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당신의 눈앞에 곧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해봄 직하다.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전 4월 27일~11월 17일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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