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포레스텔라, 그대들이 쏘아올린 하모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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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8월 19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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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
Forestella 숲 위에 뜬 별

 

Fore  숲이 된 나무들

숲(forest)의 준말인 포레.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JTBC ‘팬텀싱어2’의 우승팀 포레스텔라 역시 활동 장르와 전공이 제각각이다. 테너 강형호·베이스 고우림·뮤지컬 배우 배두훈·테너 조민규. 이들이 포레스텔라라는 숲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민의 흔적들이 역력했다. 지금 이들이 선보이는 크로스오버 곡들은, 그래서 더욱 풍성하다.

고우림 성악을 전공하고 클래식 음악만 알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처음 ‘팬텀싱어’를 알게 됐을 때 많이 고민했다. 클래식 음악계가 보수적이기도 하고, 다른 음악 장르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딴따라 길로 빠졌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러다 어린 나이에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연을 결심했다.

강형호 화학을 전공했다.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학부 시절과 취업 이후에도 밴드에서 로커로 활동하며 욕구를 해소했다. 30세가 됐을 때 ‘팬텀싱어1’을 봤는데, 저러한 장르에선 내 소리가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텀싱어2’에 지원한 건 미련을 없애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경연에 나가서 쓴소리를 들으면 마음을 접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운드를 거치며 계속 올라갔다. 살아온 배경도 큰 몫을 했고, 내가 지닌 다양한 목소리가 쓰일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올해 1월 1일부로 퇴사해서 지금은 포레스텔라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배두훈 ‘팬텀싱어1’을 보며 대중음악에서는 느끼기 힘든 웅장함을 느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잘돼야지 하는 생각보다 재밌겠다는 생각과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연기를 전공하고 국악 밴드 보컬을 하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 여러 분야를 경험한 것이 음악적으로 다양한 소리를 녹여 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조민규 성악을 전공하면서 길은 당연히 성악가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군대 제대 이후 유학을 떠나려는 데 앞서,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잘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포커스를 내면에 맞추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의 목차를 확인했다. 그동안 내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의 노래를 가장 좋아했더라. 스스로 크로스오버 음악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팬텀싱어2’ 출연을 결심했다. 크로스오버 음악이 과연 내게 맞을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성악에 대한 향수는 많다. 6세부터 클래식 음악을 했으니까. 아직도 성악 베이스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국내 클래식 크로스오버의 열풍은 한국 음악계에 다양성을 가져왔다. 그러나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룹들을 보면 ‘팬텀싱어’에서 배출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다 다양한 크로스오버 그룹이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물었다.

고우림 대중이 갖는 ‘크로스오버 음악은 이래야 한다’라는 편견처럼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 사이에도 ‘선’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마인드를 열어서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다양성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나치게 클래식 음악에 국한되지 않도록.

조민규 차기 팬텀싱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감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확실한 꿈이 있어야 한다. 이 장르가 대중과 맞닿아 있다 보니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성악계에 계신 분들에게서 아직도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돈 많이 벌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멤버들 간 사이는 좋아?’와 같은. 단순히 돈이나 행사성을 보고 크로스오버 음악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 덧붙여 전 장르의 음악에 걸친 지식이 필요하다. 언제든 생각지 못했던 음악 간의 결합을 만들어내려면 말이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부르는 것이 크로스오버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클래식 크로스오버도 음악의 한 장르로서 전문성을 띤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편곡이나 오케스트레이션 구성 등 체계적인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

배두훈 고도의 전략인 것 같다. ‘이만큼 힘드니까 하지 마라, 오직 우리만 하게’라는.(웃음)

조민규 들켰다.(웃음) 또 4중창이라는 걸 쉽게 보면 안 될 것 같다. 독창과는 차원이 다르다. 포레스텔라는 기적적으로 마음이 맞는 4명이 만났다. 이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차례로 강형호 (b.1988) 부산대 화학공학 전공 / 직장인밴드 PITTA로 2016년 부산직장인밴드대회 우승 고우림 (b.1995) 베이스. 경북예고 졸업, 서울대 성악과 재학 중 / 독일가곡콩쿠르·슈베르트가곡콩쿠르·성정전국음악콩쿠르·파바로티 성악콩쿠르 등 입상 배두훈 (b.1986) 뮤지컬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전공 / 국악밴드 AUX 보컬 / 뮤지컬 ‘풍월주’ ‘블랙메리포핀스’ ‘빨래’ ‘팬레터’ 등 출연 조민규 (b.1990, 리더) 테너. 서울예고·서울대 성악과 졸업, 동대학원 재학 중 / 이화경향콩쿠르 고등부 1위 및 일반부 2위, 몬트리올 음악콩쿠르 준결승 진출 외 /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잔니 스키키’ ‘운명의 힘’ ‘돈 카를로’ ‘토스카’ 등 출연

 

대중이 갖는 ‘크로스오버 음악은 이래야 한다’라는 편견처럼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 사이에도 ‘선’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마인드를 열어서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다양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Stella 반짝이는 개성

‘별(stella)’을 뜻하는 라틴어. 포르테 디 콰트로가 무르익은 고전미를 발산한다면, 포레스텔라는 한층 더 반짝이는 개성을 자랑한다. ‘스윗 드림’이나 ‘라디오액티브’와 같은 록 음악을 그들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며 대중을 감탄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최근에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다시 한번 그들만의 매력을 각인했다.

배두훈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 2월 kbs2 ‘불후의 명곡’에서 선보였다. 사실 그 곡은 무조건 피하자는 것이 본심이었다.

조민규 작가님이 어느 팀도 선택하지 않은 곡이라고 말씀하셨다.

배두훈 전략적으로 우리끼리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국내에서 이 곡을 원곡의 싱크로율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팀은 우리 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헤미안 랩소디’ 안에는 발라드·오페라·록적인 부분이 모두 섞여 있다. 우리 팀도 배우·성악가·로커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으니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서 도전했다.

조민규 두훈이 형이 우림이의 저음이 킬링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중간 “Nothing Really Matter~” 부분을 한 옥타브 내려서 아무도 낼 수 없는 고요함으로 맺은 후 다시 록으로 시작했는데, 이 부분을 팬분들이 가장 좋아했다. 형호 형이 소프라노로 “갈릴레오!”를 외치는 오페라 부분 역시 잊을 수 없다. 형은 요즘 음역이 더 높아졌다.(웃음) ‘팬텀싱어’와 최근 종영한 ‘슈퍼밴드’의 음악감독 권태은은 “클래식 음악을 팝적으로 편곡하는 것보다 팝 음악을 클래시컬하게 편곡하는 작업이 더욱 까다롭다”고 말한다. 그만큼 포레스텔라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재작업하는 과정을 거친다.

배두훈 멤버 각자의 주장이 강한 편인데, 쉽게 타협하지 않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만들려는 욕심이 있다. 특히 곡을 구성하는 데 있어 드라마나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려고 한다.

고우림 각자 목소리의 색깔이 강하다 보니 한 곡 안에서 4명의 매력이 모두 잘 보이게끔 배치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곡을 선정할 때 4명이 부르는 모습이 상상이 가면 기본 50점은 되는 것 같다, 조민규 곡 선정과 편곡 과정에서 편곡자나 음악감독님과 포레스텔라 간 의사가 5:5 정도로 반영된다. 우리들의 의견을 많이 내려고 노력한다.

고우림 처음에는 기존에 내가 잘하던 발성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다. 노래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멤버들과 함께하며 숨을 이용하는 방법, 즉 얕게 쉬고 미세하게 뱉는 방법을 배우며 감정적인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강형호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고 있고, 팀 내에서 고음이나 특별한 소리로 곡의 분위기를 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목소리의 정체성을 지키기보다는 여러 톤의 스위치나 버튼을 바꿔가며 작업하는 것이 필요했다. 멤버들이 내는 각기 다른 소리를 유심히 관찰하며 따라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포레스텔라는 지난 5월 발매한 2집 앨범 ‘미스티크(Mystique)’의 수록곡 ‘달아 노피곰 도다샤’와 드라마 ‘녹두꽃’의 주제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담은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였다. 포레스텔라만의 히트곡에 대한 포부를 말하는 조민규의 표정에선 설렘이 묻어났다.

강형호 우리는 거칠고 남성적인 표현보다는 하늘하늘하면서도 처연미가 있는 음악적 표현과 어울린다. 한과 처절함,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종합되다 보니 한국적인 정서와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는데, 그런 음악이 흔치 않더라. 그렇지만 한국형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은 꽤 그럴듯하지 않나.(웃음) 앞으로도 이 색채를 계속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배두훈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가 기존 클래식 크로스오버 음악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보다 클래시컬한 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포레스텔라 역시 그런 음악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장르의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강형호 동의한다. 다만 팀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것을 살린 콘셉트가 중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다들 비슷한 크로스오버 음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Behind Sketch  촬영장에서 만난 여덟 명에게 던진 질문!

촬영 날짜 7월 15일. 포레스텔라 멤버 배두훈의 생일이다. 깜짝 등장한 케이크에 초를 켜는 동안, 조민규는 배두훈의 머리에 고깔모자를 씌웠다. 그 분주했던 촬영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글·사진 박서정 기자

 

Q.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_____ 이다

조민규 “살을 빼니까 나온 손등의 힘줄.  팬분들이 좋아해주세요.”  손태진 “크고 길쭉한 손.  벼리야 잘 찍고 있지?”

눈과 턱선을 매력 포인트로 꼽은 배두훈

 

 

역시 리더다. 촬영대기 중 소품용 바나나를 먹다 눈을 딱 마주친 조민규. 아랑곳 않고 포즈를 취한다. 진정한 프로는 연습과 실전을 가리지 않는 법! 

 

Q. 찍고 싶은 화보 컨셉은 _____ 이다

고훈정 “동물과 함께 찍는 화보요.  (두 손을 소중히 모으며) 강아지 안고!” 강형호 “얼굴이 안 나오는 그림자나 실루엣 화보요.” 고우림 “수트 광고를 찍고 싶어요. 수트엔 시계가 생명이죠.”

Q. 내 목소리를 악기에 비유하면 ______ 이다

이벼리  “묵직한 고음을 내는 비올라와 비슷한 것 같아요.” 김현수와 조민규  “테너는 역시 바이올린이죠.”

콘트라베이스라고 답한 고우림에게 손태진이 한 말. “동굴 저음 우림이는 역시 콘트라베이스지!”

슈팅 10분 전,

베일 듯한 콧날의 고훈정

함께 모인 포레스텔라, 조민규는? (바나나 먹는 중)

손태진, 야구 경기가 궁금해

이벼리는 메이크업 점검 중

‘객석’을 사랑스럽게 보는 배두훈

배두훈과 조민규케이크 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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