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포르테 디 콰트로, 그대들이 쏘아올린 하모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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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8월 19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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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하영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

소품 서울시오페라단 플로리스트 김유나(너의 계절)

 

포르테 디 콰트로
Forte Di Quattro 4중창의 힘

 

Forte  완숙한 강약조절

강하다. 클래시컬한 색채에 덧붙여진 4중창의 하모니는 웅장하면서도 기품 있다. 테너 김현수와 베이스 손태진의 안정적인 성악 발성은 곡의 중심을 잡는다. 뮤지컬 배우 고훈정의 극적 표현과 가수 이벼리의 찌르는 소리는 곡을 풍성하게 메운다. 특히 ‘오디세아’나 ‘아다지오’와 같이 고전적인 선율이 주를 이루는 곡들에서 이들의 강함은 극대화한다.

손태진 ‘오디세아’는 ‘팬텀싱어1’에서 우리 팀이 결성되고서 가장 처음 불렀던 곡이다. 다른 두 팀이 이미 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팀이었다면 우리는 완전 새롭게 만들어진 팀이었다. 현수 형과 나는 그렇게 세게 소리 내는 것을 처음 시도했다. 벼리 역시 성악가의 소리를 얹었고, 훈정이 형은 소리의 빈 공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모든 것이 신기하게 잘 들어맞았고, 대중의 반응도 놀라웠다.

이벼리 이 곡을 만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특히 4중창의 힘이 강조됐고, 포르테 디 콰트로라는 팀명이 만들어졌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국내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선발하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1’(2016)의 초대 우승팀인 이들은 보다 클래시컬한 색채를 담은 크로스오버를 선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2집 앨범 ‘클라시카(Classica)’로, 라흐마니노프·차이콥스키·비제 등의 교향곡에 우리말 가사를 붙이는 작업을 시도했다. 타이틀곡 ‘좋은 날’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의 멜로디를 차용했다. 시티 오브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현지에서 녹음 작업을 했다.

김현수 교향곡들의 멜로디에 한국어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잘 전달될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 앨범에서 큰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긍정적인 후기를 듣고 뿌듯했다.

고훈정 수록곡 ‘파니스 안젤리쿠스’는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가장 크로스오버 적인 곡이기도 하다. 원곡은 프랑크가 작곡한 동명의 성가다. 2집에 수록된 곡 중 많은 부분이 클래식 음악을 클래시컬하게 편곡했다면, 이 곡은 클래식 음악을 재즈풍으로 편곡했다. 다양한 변주 역시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를 더 늘려가고자 한다. 지난 3월 첫 선보인 이후 얼마 전 7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 역시 클래식 크로스오버가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한다. 지난해 4월 김현수의 단독 콘서트에서 우연히 마이크 없이 ‘파니스 안젤리쿠스’를 부르게 된 포르테 디 콰트로는 ‘언플러그드(전자 악기나 마이크 등을 최소화)’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피아노·클래식 기타 등 8개의 단출한 사운드로만 악기 편성을 시도했다. 오롯이 4중창이 갖는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왼쪽부터 차례로 고훈정 (b.1983, 리더) 뮤지컬배우. 경희대 성악과 전공 / 2016년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남자 신인상 /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잃어버린 얼굴’ ‘팬레터’ ‘어쩌면 해피엔딩’ ‘호프’ ‘킹아더’ 등 출연 김현수 (b.1987) 테너. 서울대 성악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수료 / 2015년 기독교방송 C채널 주최 ‘CCM 오디션 가스펠스타C’ 시즌5 우승 / 서울시오페라단 나눔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숙명여대 정기오페라 ‘코지 판 투테’ 등 출연 손태진 (b.1988) 베이스. 서울대 성악과 졸업, 동 대학원 재학 중 이벼리 (b.1989) 삼육대 신학과 전공, 2014년 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콩쿠르 뮤지컬 부문 1등

김현수 아예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마이크가 숨어 있다.(웃음)

손태진 관객이 노래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러브 발라드’ 같은 곡을 불러도 클래시컬함이 묻어난다. 다만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이라 소리가 울려 퍼지다 보니 서로의 목소리를 모니터하기가 힘들었다. 지난 2년간 팀으로 무대에 서면서 멤버 간 목소리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배운 덕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연간 프로젝트성 공연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지난해 9월 발매한 2.5집 ‘컬러스(Colors)’는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신곡들로 구성했다. 3집 앨범 역시 계획 중이다.

손태진 향후 커버곡과 신곡의 작업 비중에 대해 정량적으로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여럿이 하나 되어 부르는 4중창에 의미를 둔다면, 커버곡이건 신곡이건 모두 가치가 있다.

고훈정 대중이 클래식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에 꽤 관심을 갖고 있고, 이 정도까지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엄청난 발전이다. 그러나 아직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온전히 인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그들이 보기에도 가치 있는 아티스트로 여겨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 대중음악을 클래시컬하게 만드는 시도와 클래식 음악을 보다 가볍게 만드는 시도 중에서 후자가 더욱 어려운 작업이자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3집 앨범에서는 좀 더 어쿠스틱한 시도들을 많이 해보려 한다.

Quattro  기획된 4중창

국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어갈 때쯤 ‘팬텀싱어1’이 등장했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이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적 요소는 낯설지 않았다. 제작진조차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던 해당 프로그램에는 많은 성악 전공생과 뮤지컬 배우, 그리고 전공이란 문턱을 넘지 못했던 뛰어난 실력의 비전공자들이 참가했다.

손태진 학사를 끝낸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성악이라는 건 발성이 중점이 될 때가 많다. 군악대로 활동하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노래하면서도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음악을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무렵 ‘팬텀싱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들의 소리에 맞춰주는 건 자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참가했다. 그 어떤 콩쿠르보다도 값어치 있다고 생각했다.

김현수 콩쿠르가 특정 소수 교수님의 심사를 받는 거라면 이건 불특정 다수인 대중의 심사를 받는 거니까.

손태진 전공자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김현수 결국 테크닉이 아니라 우리의 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니까. 고훈정 나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학부 시절 2중창으로 축가를 부르고 다녔던 게 벌써 10여년 전이다. ‘팬텀싱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오래 떠나왔던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

김현수 제작진들도 성악 기본기가 탄탄한 뮤지컬 배우가 필요했던 거지. 고훈정 처음엔 안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다음 든 생각은 딱 그거였다. ‘옛날 기억 한 번 되살려봐?’

김현수 이번 ‘언플러그드 콘서트’ 할 때도 훈정이 형이 엄청 행복해 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형, 솔직히 재밌었지? 고훈정 그치. 힘들지만 하는 맛이 났다고. 방송 회차를 거듭하면서 과거에 했던 성악적인 부분과 현재 하고 있는 뮤지컬 장르가 혼재하면서 연출적인 아이디어를 스스로 구현할 만큼의 경험이 쌓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벼리 내 경우는 전공부터 음악이 아니다. 다니던 대학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비전공생들도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악기를 하려면 악기를 사야 하니까 악기가 필요 없는 성악을 해보자, 내 몸이 악기가 되어보자’ 하고 시작한 성악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뮤지컬 작품 오디션에 수도 없이 지원했는데, 일반인이 뛰어넘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겨우 붙은 오디션의 작품은 엎어지고. 그러던 중 놀러 간 곳에서 독사에게 물렸다. 한 치 앞의 삶도 내다보지 못하는데, ‘팬텀싱어’에 지원이라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김현수 출연 전부터 시장성을 봤다. 성악가들이 대중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떤 접근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CCM 오디션을 나갔고, 찬양처럼 감동을 전하는 쪽의 음색이 나와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유학을 권하셨는데, 부모님께 ‘3년 안에 내가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오디션이 나온다’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정말 ‘팬텀싱어’가 나왔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나의 활동 영상을 본 ‘팬텀싱어’ 제작진으로부터 제안이 왔다. 방송에 나가서 노래 한 번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팬텀싱어1’의 예기치 못한 성공은 국내 음악계에 클래식 크로스오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약 7개월이 지나 ‘팬텀싱어2’가 방영됐고, 시즌 1·2 우승자뿐 아니라 듀에토·미라클라스 등 경연 중 조합된 그룹들은 콘서트장과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팬텀싱어3’ 역시 조만간 방영될 예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포르테 디 콰트로가 건넨,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김현수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쉽다. 하지만 시선을 좀 더 바깥으로 내다보면 많은 길이 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본인만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다.

고훈정 굉장히 혼란스러운 이십 대와 삼십 대 초반을 보냈다. 기회가 주어지면 이게 나에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은 뒤로하고서라도 최선을 다해 부딪혀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시간이 5년, 10년 켜켜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깔이 찾아지는 것이지, 당장 내 색깔은 이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런 케이스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학교 졸업 공연뿐 아니라 연극 영화과 공연도 가리지 않았다. 거기서 우연히 누군가가 나를 보고 추천했고, 뮤지컬 계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손태진 ‘팬텀싱어2’가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후배가 어떤 노래가 좋을지, 이런 곡을 해도 될지를 물어봤다.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면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단점까지 숨길 수 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전만 해도 성악가들 사이에 ‘쓰리 잡, 포 잡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안 된다’라는 말이 있었다.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에서 ‘성악곡 전주만 듣고 맞추기’를 진행하는 성악가를 봤다. 성악가가 부른 커버곡들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팬텀싱어’가 작은 역할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현수 성악과 수업에서 토스티의 가곡으로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거리의 작은 무대에서부터 성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그것부터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시선을 좀 더 바깥으로 내다보면 많은 길이 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본인만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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