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전

일상이 된 고전, 바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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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1월 4일 9:00 오전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전 8월 13일~2020년 2월 2일 금호미술관

글 박서정 기자 사진 금호미술관

 

‘이상하다, 전시된 물건들은 조금 전까지 내가 사용하던 것들인데?’ 당신이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실제로 미술관엔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의 의자·책상·스탠드·주전자 등 일상용품이 전시돼 있다. 다만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만 염두에 두자. 눈앞의 물건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우하우스는 지금과 같은 단순하고 기능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모태가 됐다. 이번 전시는 금호미술관이 수집한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 60여 점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마르셀 브로이어·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빌헬름 바겐펠트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일상이 된 바우하우스의 선구적 디자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이념 아래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바우하우스. 초대 학장이자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꿈꾸며 세운 디자인 교육기관이다. 바우하우스의 설립 배경엔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의 신념이 작용했다. 발터 그로피우스는 좋은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일정 수준의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러려면 효율적인 신소재를 적용할 수 있고, 대량생산 방식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필요했다. 이전까지의 공예 디자인은 장식적 요소가 많아 산업 시대의 미적 형식으로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능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단순한 형태가 그 자체로 미적 기준을 충족하는 현대 디자인이 이곳, 바우하우스에서 탄생한 것이다. 2층에 전시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탁자 세트 B9’(1925/1926)은 건축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을 통합한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준다. 각기 높이가 다른 네 개의 탁자는 용도에 따라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고, 테이블을 사용하지 않을 땐 다른 테이블 밑에 넣어 공간을 절약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또한, 마르셀 브로이어는 검은색 상판에 강철 파이프를 구부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탁자 다리를 만들었다. 이는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인 벤트 우드 기법을 강철 파이프를 소재로 실험해 제작한 것으로, 후에 많은 가구 디자인에서 활용됐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칼만 렝옐의 ‘안락의자 ST3’(1930)와 마르트 스탐의 의자가 함께 전시돼 있으니 비교해서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이 밖에도 산업용 유리를 소재로 사용해 칸칸이 쌓기 쉬운 모듈식으로 디자인된 빌헬름 바겐펠트의 ‘쿠부스 저장 용기’(1938), 뒷다리 없이도 하중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강철 소재로 제작된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캔틸레버 안락의자 ‘MR534’(1927), 발터 그로피우스의 다기 세트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이 마련됐다. 바우하우스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 전시실에는 재생산된 마르셀 브로이어의 캔틸레버 의자를 두어 관람객이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했다. 3층에 전시된 페터 켈러의 ‘칸딘스키 컨셉의 요람’은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에서 보이는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과 원·사각형·삼각형의 기하학적 요소가 선명하다. 페터 켈러가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순수예술을 가르쳤던 칸딘스키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바우하우스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전시연계 프로그램 ‘열린 강연’도 예정돼 있다. 전시 기간 중 바우하우스의 문화사적 의의를 살펴보는 강연이 11월 9일과 2020년 1월 18일 금호미술관 1층 ‘선큰 스퀘어’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신청은 금호미술관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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