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글 박서정 기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시점이다. 미술 작품으로 지난해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의 작가상’전에선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미술 시상 제도이자 전시로, 2012년부터 주목할만한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2019년엔 홍영인·박혜수·이주요·김아영이 올해의 작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회화와 조각 등 전통적인 미술보다 영상·설치·퍼포먼스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업해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4인의 신작 20여 점이 공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주요가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주요는 미술 작품의 보관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로 풀어냈다. 심사위원장 더크 수느아르는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미술 전반의 담론을 이끌어내고, 실천적 해결책을 제안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참여 작가들은 각각 사회적 불평등, 공동체성, 초국가성과 이주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담론의 발화 주체를 미술 작품으로까지 넓힌 셈이다. 나아가, 이들은 미술관을 찾은 관객이 퍼포먼스와 토론,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은 작가별로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었다. 1층 입구를 들어선 관객은 홍영인의 설치작품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전시실을 둘러싼 대형 새장이다. 관람객이 안에 갇히고, 새는 새장 밖에 위치하게 구현했다. 새의 모습은 사당처럼 꾸며놓은 오브제와 자수에서도 발견된다. 홍영인은 새장 속 존재를 전복하여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자수를 사용하여 공예와 예술의 이분법적 위계를 허물고자 했다. 전시장 안쪽에 놓인 설문지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는 박혜수의 작품 중 일부다. 박혜수는 일상 속 무의식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신작에서도 한국인의 집단의식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퍼펙트 패밀리’라는 가상의 휴먼 렌털 주식회사를 구상해, 한국 사회에 부상 중인 가족해체 문제를 꼬집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전시 관람을 위해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주요의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 작품의 운명이 오롯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도록 두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주요는 팔리지 않은 작품이 보관 장소를 구하지 못해 결국 폐기 처분되는 미술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신 작가는 ‘창작된 작품의 소멸을 유예시키고, 예술의 공유를 위한 공간’으로 전시와 보관, 창작이 동시에 이뤄지는 창고 시스템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를 작품으로 구현했다. 김아영은 전시장을 영상 작품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의 상영을 위한 영화관 혹은 우주 한가운데처럼 연출했다. ‘사변적 픽션’으로 통칭하는 그의 작업은 국가 간 경계와 이주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공상과학영화에 빗대어 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번 작품 또한 다공성 계곡을 이동하는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광물의 이야기이지만, 지난해 많은 이슈가 되었던 제주 예멘 난민 이주 문제를 연상케 했다. ‘올해의 작가상’전과 연계하여 퍼포먼스·워크숍·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상세한 일정 및 프로그램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올해의 작가상 2019’전 2019년 10월 12일~3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