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클래식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1월 16일 9:00 오전

신간

 

바이블 클래식 외

당신의 예술적 자각을 위하여

장혜선 기자

 

 

그래서 예술인가요?
(오늘의 예술철학)

나이절 워버턴 저 | 박준영 역

클라이브 벨(1881~1964), 로빈 조지 콜링우드(1889~1943), 비트겐슈타인(1889~1951) 등의 이론은 예술과 관련해 늘 거론되지만 여전히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저자 나이절 워버턴(1962~)은 철학자의 명민한 눈으로 예술에 얽힌 논쟁을 다루면서도, 현학적인 표현이나 전문 용어 대신 친근한 문체와 다양한 예시를 활용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현대 철학의 응답을 정리한 입문서로, 예술의 화두에는 예술 작품보다 철학이 훨씬 만족스러운 답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철학 공부로 얻을 수 있는 결실들 가운데 하나는, 아무리 단순해 보여도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물음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상기한 이들의 이론을 하나하나 논증하면서 그 장단점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한편,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의식을 짚어내고 그에 대한 후대 철학자들의 응답을 덧붙여 소개한다. 또한 작품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반짝이는 예술다움의 요소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16,500원 | 미진사 | 02-336-6084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정은주 저

피아노를 전공한 후 잡지 기자로 일했던 저자의 클래식 음악 입문서이다. 음악을 사랑하여 어쩔 줄 모르겠는 그의 마음이 온전히 담겼다. 입문서이지만 가볍지는 않다. 책의 구성이 입체적이다. 문체는 통통 튄다. 첫 장에서는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기부천사 헨델’, ‘오스트리아의 아재 하이든’을 비롯해 주요 음악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곡가 라벨은 고양이 사랑을 아리아에 담을 만큼 소문난 ‘냥집사’였고, 작곡가 로시니는 음식 연구에 매진한 미식가였다. 둘째 장은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쓸모 있을만한 잡학사전이다. 클래식 음악회 박수 에티켓은 물론, 유럽의 3대 공연장과 같은 기본적인 지식을 소개한다. 아울러 유리천장을 부순 여성 지휘자, 배고픈 음악가들의 이중생활의 이야기 등이 담겼다. 셋째 장에서는 음악 작품에 담긴 영화 같은 스토리를 풀어낸다. 음악가 열전을 통해 음악사 전반을 읽는 방식이 탁월하다.

15,800원 | 42미디어콘텐츠 | 02-3142-0042

 

 

상징투쟁의 사회학
(예술가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김동일 저

예술은 곧 사회의 반영이다. 그래서 예술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사회참여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예술가들은 더 이상 ‘고립’의 상태에 머물기보다는 ‘사회’로 나아가길 원한다. 예술가들이 변화시킨 사회는 또 다른 예술을 확장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실천은 곧 투쟁이라 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 김동일은 그들의 투쟁은 곧 ‘상징투쟁’이라 한다. 책은 예술가들의 미학적 실천이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고, 사회 공간의 변화가 다시 미학적 표현 가능성을 확장시킨다는 변증법적 관점에서 우리시대 예술을 논한다. 여기서 예술가는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한 고독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 행위자가 된다. 저자는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 아놀드 하우저(1892~1978), 에밀 뒤르켐(1858~1917)의 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상징투쟁 개념을 분석한다. 예술적 실천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5,000원 | 커뮤니케이션북스 | 02-747-4001

 

 

깊은舍廊사랑 디렉토리

이희문 저

출판사 ‘1도씨’는 예술가들의 기록을 좇아 ‘추적’하는 ‘1도씨 추적선’을 기획했다. 공연예술 작업의 제작 동기와 작업 과정을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완성되어 선보인 ‘작품’이 아니다. 작‘당’이, 작‘업’이, 작‘품’이 되기까지 거쳐 온 길과 그 길 위에서 주운 것, 버린 것, 심어 기른 것을 수확한다. ‘1도씨 추적선’의 첫 번째 책은 소리꾼 이희문(1976~)이 함께했다. 많은 이들에게 이희문은 씽씽밴드의 프런트 보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끌고 있는 이희문컴퍼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자연스레 만나 노는 모임이다. 책에는 이희문컴퍼니의 경기소리 3부작 ‘깊은舍廊사랑’의 기록과 각 공연마다의 주제와 스토리를 담았다. 이희문은 경기소리를 모티브로 여러 장르를 융합한 공연을 만들어왔다. 한국예술계의 변방에 놓인 전통 성악을 끌어와 자신만의 미학으로 관객에게 노래를 듣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책에는 공연의 대본과 경기소리 가사집, 이희문의 화보, 이희문의 소리를 분석한 글 세 편이 실려 있다.

20,000원 | 1도씨 | 1docci@naver.com

 

 

바이블 클래식

김성현 저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어린 시절 처음으로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듣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클래식 음악 중 많은 양을 차지하는 종교음악은 기승전결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수많은 작곡가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어 명곡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오늘날 특별한 시즌이 아니면 종교음악은 접하기가 어렵다. 책은 1부 구약성서, 2부 신약성서로 나누어 성경에서 출발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작품을 망라한다. 음악의 바탕이 된 성경 이야기는 물론, 작곡 당시 작곡가가 처한 현실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특히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 때, 작곡가들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각 글의 말미에는 수많은 리코딩 중 저자가 엄선한 음반과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글을 읽은 후 추천 음반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종교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19,000원 | 생각의힘 | 02-6925-4188

 

 

#책 속으로 #바이블 #클래식 #생각의힘

#23쪽 #창세기 #하이든 #천지창조

1808년 3월 작곡가의 7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빈 대학교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도 〈천지창조〉가 울려 퍼졌다. 당시 지휘는 살리에리가 맡았다. 하이든은 평생 봉직했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이 마련해 준 마차를 타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팡파르에 맞춰 그가 연주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하이든 만세”를 외쳤다. “빛이 있으라”라는 합창에서 청중의 갈채가 쏟아지자 하이든은 하늘을 가리켰다. 작품의 영감은 창조주가 주신 것이라는 의미였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하이든은 1부가 끝난 뒤 부축을 받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제자 베토벤이 찾아와 스승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극장을 나가기 전에 하이든은 청중에 대한 답례로 고개를 돌려 천천히 객석을 바라보았다.

#123쪽 #열왕기하 #멘델스존 #엘리야

절망에 빠진 엘리야가 신을 향해서 고통을 호소할 때, 첼로의 낮은 저음이 따뜻하게 다가와서 위로한다. “고귀한 단순함을 지닌 이 대목은 멘델스존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과 오라토리오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라는 19세기 독일 음악학자 오토 얀의 평가에 동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175쪽 #예레미야서 #베르디 #나부코

연이은 오페라의 실패에 낙담했던 베르디는 〈나부코〉의 대본을 건네받고서도 처음엔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히브리인 포로들이 바빌론의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부르는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라는 구절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꿈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언덕 위로 날아가라. 훈훈하고 다정하던 바람과 향기롭던 나의 고향, 요단강의 푸른 언덕과 시온 성이 우리를 반겨주네. 오, 빼앗긴 위대한 내 조국, 가슴속에 사무치네.” 오늘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그 곡이다.

#237쪽 #요한복음 #바흐 #요한 수난곡

이렇듯 뿔뿔이 흩어져 개인화되고 파편화한 현대에도 여전히 수난곡을 듣는 행위는 음악적인 동시에 종교적인 체험이 된다. 수난곡이 울려 퍼지는 두세 시간만큼은 내 곁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와 내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무척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설령 종교가 없거나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남이 아니며, 적이 아니다. 설령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불신과 적의의 발톱을 드러내고 서로 으르렁거릴지라도 말이다. 바흐의 종교곡을 연주하는 음악회에 참석하면 마음속으로 이런 상상을 하면서 듣는다. 그래서 더욱 바흐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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