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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케이스 스칼리오네 &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1월 2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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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케이스 스칼리오네 &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가을의 바이올린

11월, 이건음악회를 통해 독일 뷔르템베르크 고성(古城)의 음악 향연을 만나다

1990년, 이건(EAGON)은 ‘이건음악회’를 시작한 이후 30여 년 동안 음악을 통한 감동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다. 1990년 프라하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 초청을 시작으로, 2009년 김선욱(피아노), 2011년 샤론 캄(클라리넷), 2016년 아비 아비탈(만돌린), 2018년 밀로쉬 카라다글리치(기타) 등을 초청한 바 있다. 2014·2015·2019년 명문 베를린 필의 단원으로 구성된 실내악 공연을 선보이며 ‘음악 도시 베를린’의 감수성을 전해온 이건음악회는 올해 11월에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이지윤과 함께 독일문화권의 음악적 감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차르트, 쇤베르크의 명작이 오르는 이번 무대는 케이스 스칼리오네/뷔르템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Württemberg Chamber Orchestra Heilbronn, 이하 WKO)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연이 취소나 연기되고 있지만 이건음악회는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심신의 안정과 치유를 선사’하고자 준비한 온라인 콘서트(11월 7일 오후 8시)로 치유와 나눔의 시간을 공유하고자 한다. 온라인을 통해 송출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과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만날 수 있다. 1960년에 창단된 WKO를 이끄는 케이스 스칼리오네는 현재 WKO와 더불어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젊은 지휘자이다. 이지윤은 2016년 칼 닐센 콩쿠르에서 3개의 특별상과 함께 우승하고 2018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입단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11월에는 서울시향 협연(11.1),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오르는 마지막 무대(11.3)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이건음악회를 앞둔 케이스 스칼리오네와 이지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내의 오케스트라는 전면 휴업 중이다. 유럽의 상황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부의 지침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과 뷔르템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을 이끌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 중인가?

케이스 스칼리오네 독일은 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온 덕분에 현재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연과 리허설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현 상황에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신체적 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공연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유연한 계획 수립으로 대비하고 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도 많은 양과 다양한 공연을 소화하는 대표적인 단체이다. 현재 연습, 공연 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이지윤 2020/21 시즌 오픈을 앞두고 8월 말부터 공연을 재개했다. 물론 계획했던 큰 규모의 정기연주회나 오페라 공연이 작은 규모의 작품들로 교체되는 등 독일 정부의 지침에 따라 변화를 주긴 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리허설과 공연 모두 꾸준히,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취임 이후,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점에 팬데믹을 맞았다. 무관중, 무대에서 거리 두기, 온라인 스트리밍 등 다양한 공연 형식이 실행되고 있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지윤 3월에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닫고 5개월이 넘도록 무대에서 공연을 하지 못했다. 다시 공연장이 문을 연 8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컴백’ 무대가 된 것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였다. 무대에 발을 내딛는 순간의 느낌이 너무나도 친숙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 위’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WKO는 어떤가. 현재 많은 무대가 축소된 형태로 공연되며, 상대적으로 소규모 실내악 연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케이스 스칼리오네 나 역시 공연이 중단된 지 6개월 만에 만난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하일브론에서 개최된 정기공연이었는데, 오랜 공백 끝에 만난 무대에 관객과 오케스트라 모두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이 무대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 시각으로 7일에 방영될 이건음악회에서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과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그램 구성은 어떻게 이뤄졌나?

케이스 스칼리오네 우리 같은 독일 체임버 오케스트라에게 모차르트는 모국어나 다름없다. 외국 관객에게 우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만한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화된 밤’은 리허설 시간상의 어려움으로 자주 연주되진 않지만, 현악기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오케스트라에는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레퍼토리다. 이 곡은 우리에게 항상 새로운 시각을 안겨주곤 한다. 더구나 역경 앞에서 더 나은 것을 향해가고자 하는 변화의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요즘 같은 때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앙코르로 연주할 ‘아리랑’으로는 한국 관객을 향한 우리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5곡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중 ‘터키’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지윤 모차르트의 작품 중 가장 자주 연주해본 곡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5곡의 협주곡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터키’라는 부제는 마지막 3악장에 지시된 ‘터키 풍으로(Alla turca)’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행했던 오페라 작곡 스타일 중 하나인데, 첼로 파트에서 활대로 현을 툭툭 쳐서 내는 소리(콜레뇨 주법)가 마치 터키 군악대의 행진을 연상시킨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악장의 ‘알레그로 아페르토(Allegro aperto)’에 있다. ‘아페르토(aperto)’에는 ‘열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오케스트라가 A장조로 시작하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마 이 곡의 최고 매력이지 않을까?

현재 악장으로 재직 중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교향곡이나 협주곡 외에 오페라 연주로도 유명하다. ‘오페라로 접하는 모차르트’가 있을 테고, ‘기악 작품으로 접하는 모차르트’가 있을 텐데, 그 둘의 인상은 어떻게 다른가?

이지윤 모차르트 초기의 현악 4중주나 교향곡은 대부분 고전적인 형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물론 후기로 갈수록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보이지만. 오페라의 경우 기악곡과는 달리 엄격한 규칙이 덜하기 때문에 어쩌면 모차르트의 스타일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발현되지 않았나 싶다. 오페라 작품은 텍스트와 성악을 위주로 쓰였기 때문에 기악 연주자의 역할은 아리아 반주가 주를 이루지만,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오페라 내 오케스트라의 역할에도 변화가 보인다. 조금 더 복잡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이용해 드라마틱한 전조를 선보이는 등 기악곡에서 사용된 여러 작곡 기법을 여기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예년과 다르게 독일 현지에서 녹화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음향 등에 있어 아무래도 라이브와는 다른 운영 방향이 필요할 텐데, 실제 무대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무대를 준비했나?

케이스 스칼리오네 녹음과 방송 역시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연주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헌신적인 태도로 음악을 만들어 청중에 선보이는 것이고, 녹음·녹화와 같은 기술적 측면은 우리 영역 밖의 일이다. 그저 훌륭한 음향 엔지니어를 신뢰하는 수밖에.

연주 장소로 노이엔슈타인 성을 선택했다.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오래된 성인데,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인가?

케이스 스칼리오네 수백 년간 아름답게 보존된 공간이다. 그곳에 들어서면 수 세기 전 독일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래된 건축물, 공간의 냄새와 유화 그림, 오랜 시간을 머금은 나무가 주는 울림이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연주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이번 무대가 두 사람의 첫 만남이라 들었다. 함께한 소감이 어떠한가?

케이스 스칼리오네 나와 오케스트라 모두 그와 함께한 시간을 굉장히 즐겼다. 이지윤은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강렬한 음악적 시각을 지닌 연주자다. 첫 리허설에서 음악으로 우리 모두를 설득하기까지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나 음악을 추천한다면.

이지윤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D934를 추천한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화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장 즐겨듣는 곡이자, 꼭 한번 연주해보고 싶은 곡이다.

케이스 스칼리오네 사람들에게 공연장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모두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애쓰고 있다. 함께 공유하는 음악이 우리 모두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이건(EAGON)

 

케이스 스칼리오네는 2011년 미국 솔티 재단이 수여하는 지휘자상을 받았다. 현재 뷔르템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겸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이지윤은 현재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악장이다. 2016년 칼 닐센 콩쿠르 등에서 우승했고, 2020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뷔르템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

 

오스모 벤스케/서울시향(협연 이지윤)

11월 1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드보르자크 협주곡 op.53 외

이지윤 바이올린 리사이틀

11월 3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

비에니아프스키 ‘전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외

 

 

제31회 이건음악회

케이스 스칼리오네/뷔르템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론(협연 이지윤)

11월 7일 오후 8시

이건음악회 유튜브 채널·아르떼TV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외

이건음악회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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