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VS 클래식 외

너와 나의 예술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2월 14일 9:00 오전

신간

 

클래식 VS 클래식 외

너와 나의 예술
글 박찬미 기자

 

 


상페의 음악
장자크 상페 저 | 양영란 역
동화 시리즈의 고전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로 명성을 얻은 장자크 상페(1932~)는 사실 오랫동안 음악가를 꿈꿨다. 생계를 위해 악기가 아닌 펜과 붓을 잡았지만, 그의 그림에는 음악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상페와 저널리스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가 음악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엮었다. 상페의 문장들은 음악을 향한 애정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관을 함축하고 있다. 바흐를 인용해 “누구든 나만큼 열심히 연습하면 나처럼 잘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는, 매일 수백 장씩 습작해온 그의 꾸준함도 드러난다. 책 곳곳에 실린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모두, 가느다란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유머와 위트를, 때론 인간 내면의 고독함을 표현한 상페의 작품들이다.
22,000원 | 미메시스 | 031-955-4004

 

예술가의 편지
마이클 버드 저 | 김광우 역
일견 평범한 소품 풍경화. 사실 이는 생의 마지막 계절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붓을 들기를 포기하지 않은 어느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 뒤에 숨어 있는 이런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예술가의 친필 편지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작품에 가치를 더하는 ‘역사’가 담겨 있는 터다. 이 책은 레오나르드 다 빈치와 프리다 칼로, 뒤샹과 호크니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편지를 한데 모았다. 각 페이지에는 편지의 실물과 그 번역문이 함께 실려 있다. 더불어, 편지가 쓰인 시기에 각 예술가가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어떤 작품을 작업 중이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덧붙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다수는 화가다. 이들이 편지지에 즉흥적으로 그린 캐리커처나 스케치도 각각의 성격을 가늠하게 하는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다.
22,000원 | 미술문화 | 02-335-2964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에드워드 듀슨베리 저 | 장호연 역
“살짝만 더 조용하게 연주해봐. 슬픔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면에서 느껴지도록.”
“그렇다고 해서 머뭇거리거나 가냘픈 소리여서는 곤란하지.”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의 악구를 해석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 음악을 20여 년간 연주해온 연주자라면 어떨까? 타카치 콰르텟의 제1바이올리니스트인 저자 에드워드 듀슨베리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을 연주해오며 한 그간의 시도와 고민에 대해 풀어놓는다. 베토벤이 음악적 주제로 삼았던 실험과 균형을 나폴레옹전쟁 등의 시대적 배경과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하고, 라주몹스키 백작과 같은 후원자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에 담긴 다양성을 조명한다. 더불어, 타카치 콰르텟의 리허설 현장과 네 명의 멤버 사이 오가는 의견도 생생히 담았다.
18,000원 | 아트북스 | 031-955-7976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
조현영 저
슬플 때 함께 슬퍼해 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는 것. 대단해 보이진 않지만, 이런 공감은 큰 위안이 된다. 음악은 그런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피아니스트이자 예술강의기획 ‘아트앤소울’ 대표인 저자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일상에 함께했던 클래식 음악 작품들을 소개한다. ‘목소리 좋은 첫사랑과의 실패로 괴로워하고 있던’ 그를 위로해준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복잡한 마음을 온전히 쉬게 하고 싶은 날’엔 어떤 음악이 좋을까? 이외에, 반복되는 일상에 생기를 더할 음악도 적절히 추천해 소개한다. ‘오전 일곱 시 삼십 분 하루의 시작을 함께할 음악’ ‘댕댕이랑 뒹굴며 듣기 좋은 음악’ 등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가 마련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을 매일의 동반자로 연결해주는 ‘중매인’ 같은 책이다.
16,000원 | 현암사 | 02-365-5055

 

 

클래식 VS 클래식
김문경 저
클래식 음악의 묘미는 ‘비교하기’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작풍의 음악, 하나의 곡을 해석하는 서로 다른 연주, 하나의 연주에 대한 서로 다른 감상들까지…. 이런 ‘비교하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음악 자원을 더욱 풍성하게 향유할 기회로 이어진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의 여러 요소를 라이벌 구도로 설정해 색다른 해설을 선보인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대결 구도가 형성됐던 시대는 19세기 초반, 고전시대가 저물고 낭만시대의 여명이 떠오르던 때다. 저자는 한 챕터를 할애해 당대 유명 음악비평가였던 한슬리크의 발언을 빌려 두 사조의 서로 다른 음악적 특징을 소개한다. 여기에 21세기를 사는 저자의 시각을 덧붙여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외에도 피아노계의 두 ‘교황’인 쇼팽과 리스트, 양대 피아노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쇼팽 콩쿠르 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클래식 음악을 신선한 관점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한다.
18,000원 | 동녘 | 031-955-3005

 

 


#책 속으로

#8장 #검은건반 대 흰건반
쇼팽은 왜 보기만 해도 전두엽이 욱신거리는 듯한 B장조 음계가 가장 쉽다고 했을까요? B장조 음계의 네 번째 음인 E부터 F샵, G샵, A샵, B음이 그리는 곡선을 보면 손을 둥글게 할 때의 아치 형태와 거의 일치합니다. 쇼팽은 이렇게 검은 음표가 중간에 있으면 B장조의 음계가 손의 자연스러운 포지션에 적합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의 다섯 손가락은 평면적이지 않습니다. 되려 입체적이죠. 쇼팽이 C장조의 음계가 불편하다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쇼팽의 명곡들에는 대부분 조표에 샵이나 플랫이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5~6개까지 달려 있습니다. 발라드 3번 Op.47, 폴로네이즈 6번 ‘영웅’은 조표에 플랫이 4개 붙은 A플랫장조로 작곡했는데 검은건반을 흰건반보다 조금 더 많이 눌러야 하는 조성입니다.

#11장 #알면서도 속는 음악 트릭, 크레셴도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들어보면 기본적 강약조차 표현되지 않습니다. 종교음악을 대표하는 조반니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리 미사’ 중 ‘키리에’는 6성부가 얽혀 진행되는 성스러운 아름다움이 일품이지만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하나의 다이내믹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이죠. 아예 강약의 대조를 추구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 로시니는 독특한 수단을 써서 크레셴도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습니다. 이른바 ‘로시니 크레셴도’라는 방식입니다. 로시니는 촉새 같은 가벼운 모티프가 반복되는 크레셴도를 선호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악보에는 피아니시모부터 커지기 시작해 열여섯 마디에 걸쳐 포르티시모로 크레셴도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로시니는 후반부에 조성을 바꾸어 다시 이 효과를 활용합니다. 베토벤의 우주적 크레셴도와 대비되는 슬랩스틱 크레셴도라고나 할까요.

#16장 #음악비평가의 헛발질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중성은 곡의 유니크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아름다운 형식미를 갖추지 않았고 멘델스존처럼 우아한 매끄러움도 없습니다. 차이콥스키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때론 보드카 한 잔 마신 피들러(민속음악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처럼 다루고 싶어 합니다. 곡에는 러시아 특유의 민속 정서가 다분히 배어 있습니다.
빈에서 아돌프 브로츠키의 바이올린으로 차이콥스키 협주곡이 연주되었을 때 한슬리크가 곡에서 그 ‘보드카 냄새’를 맡았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점이 바로 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핵심이자 매력 포인트였지만 그는 “귀에서 악취가 풍긴다”는 공감각적 표현이 담긴 비평문으로 곡의 가치를 폄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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