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 EYE
독일/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다음 행보로 쏠린 이목
지난해 11월 26일 독일 연방 정부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공연장인 축제극장의보수공사를 위해 8,470만 유로(한화 약1,131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약 1억8,800만 유로(한화 약 2,500억 원)가 예상되는 보수공사 비용 중 막대한 부분을 국가 재정으로 책임진다는 것은 바이로이트 축제가 독일에서 얼마나 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다음 날 바이에른 주정부는 연방 정부의 안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하고 연방 정부와 주정부가 자금의 절반씩 부담한다는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 들려오는 바이로이트발뉴스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12월23일, ‘타게스슈피겔’지는 바이로이트 축제 음악감독이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임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계약이 2020년 12월 말에 만료된다는 소식과 함께 틸레만과 바이로이트의 재계약이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로이축제 운영위원장인 카타리나바그너와 틸레만 양측 모두 언론에 적극적으로 그들의 재계약에 대한 긍정적인견해를 밝히며 항간에 나도는 소문을 일축하고자 했다.
틸레만과의 인연은 계속될까?
크리스티안 틸레만(1959~)은 펠릭스 모틀(1856~1911)에 이어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바그너의 10개의 오페라를 모두 지휘한 두 번째 지휘자이다. 2000년에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지휘를 맡으며 축제에 데뷔했고,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20년간 매년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바그너 해석자’ 중한 명으로 꼽히며 스타 지휘자의 반열에오른 그는 ‘바그너와 함께 한 나의 인생’(2012)이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바그너는 그의 지휘 인생에 결코 빠질수 없는 존재다.
틸레만이 바그너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준 인물은 바그너의 손자, 볼프강 바그너(1919~2010)이다. 바이로이트 축제 운영위워장을 역임했던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축제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틸레만은 연출가이기도 한 볼프강 바그너에게 큰 영향을 받았으며, 그를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존경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볼프강 바그너의 시대가 저물고 2008년그의 두 딸 에바 바그너 파스퀴르와 카타리나 바그너가 공동으로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틸레만은 음악 고문으로 선임됐다. 2014년 에바 바그너 파스퀴르가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2015년부터는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카타리나 바그너와호흡을 맞추고 있다. 카타리나는 12월 말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틸레만과의 재계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 모두 2021년 시즌이 무조건 성사되어야 한다는 것에 입장을 같이했고, 틸레만의 다른 직무와 조율이 필요할 뿐, 그들 사이에 균열 같은 것은 없다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부인했다.
변화의 필요성, 장관과 증손녀의 대립
바이로이트발 또 다른 잡음은 독일 연방정부 문화부 장관의 입에서 시작됐다. 작년 12월 28일 독일 언론들은 바이로이트축제에 관한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녀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조직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해결책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관은 바그너의 후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그들의 지위나 프로그램 선정에 관한 권한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청중의 기대를 적절히 고려하고 최고 수준의 예술적 경지를 제공하는 데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이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래된 법률적 사항과 파트너십 계약 등이 현행 법률과 상식에 적절히 부합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로이트 축제 내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가 있는지에 대해 우려한다는 장관의 발언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현재 독일 정부는 바이로이트 축제 법인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바이에른 주정부와 바이로이트 서포터 그룹의 비율과도 동일하며, 나머지 13%는바이로이트 시가 가지고 있다. 바이로이트 축제 이사회 의장인 게오르크 폰 발덴펠스는 문화부 장관의 발언은 다른 주주들과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카타리나 또한 독일 일간지 ‘파사우어 노이에 프레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뤼터스 장관의 발언에 답했다. 수년 동안 알려진 축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논의되고있다는 사실에 기쁘지만, 그 시기가 하필문화 산업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금 상황이어야만 하는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바이로이트 축제의 개선을 위한 장관의구조 개혁에 대한 의지를 읽은 것은 기쁘다고 답했다. 그뤼터스 장관이 언론에서카타리나를 지지한다 밝히며 한쪽으로는 당근을 내밀었지만, 축제 개혁에 대한정부의 의지에 과연 바그너의 증손녀가자신의 왕조를 얼마만큼 양보할 것인지는 지켜봐야겠다. 확실한 것은 정부와 축제 측 모두 2021년에는 ‘무조건’ 축제가 개최될 것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이다.
2021년 바이로이트에 주목된 시선
2020년은 카타리나에게 가혹한 해였다. 9월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지난 봄에 급성 폐색전증으로 몇 주 동안 혼수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독했다. 게다가 전세계 공연계를 풍비박산 낸 코로나로 인해 바이로이트 축제도 취소됐다. 매년 12월에 발표되던 이듬해 축제 계획이 올해는 1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카타리나는 ‘메르쿠어’지와의 연말 인터뷰에서 2021년 축제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밝혔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새 프로덕션이 개막작으로 오르고, 아스믹 그리고리안(젠타), 존 룬드그렌(홀랜더), 게오르크 체펜펠트(달란트) 등 화려한 출연진이 예정되어 있다.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지휘자인 옥사나 리니우(1978~)가포디엄에 오른다. 2020년 신예 연출가 발렌틴 슈바르츠가 맡기로 했던 ‘반지’ 4부작은 2022년으로 미뤄졌으나, 대신 올해에는 ‘발퀴레’ 특별 공연을 진행한다. 인형예술가 니콜라우스 하브얀이 구현하는 ‘라인의 황금’도 오른다. ‘지크프리트’와 ‘신들의 황혼’을 대안할 무언가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세 번의 콘서트를 포함해 총 25개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이전의 축제가 평균 28번의 공연으로 꾸려졌지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25’라는숫자도 상당한 수준이지 않을까.
글 오주영(성악가·독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