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캔틀라이트 콘서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8월 31일 9:00 오전

GAEKSUK’S EYE

from ITALY

스트라빈스키
서거 50주년 1882~1971

로마의 밤을 수놓은 춤과 음악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는 러시아 혁명과 제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작곡가다. 그는 고국 러시아의 어지러운 상황을 뒤로한 채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았다. 그중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수년간 정기적으로 찾고 4개의 작품을 초연할 만큼 애정을 보인 도시다. 1971년 미국에서 눈을 감은 그의 유언에 따라 스트라빈스키는 그의 오랜 친구 세르게이 디아길레프(1872~1929)가 묻힌 베네치아 산 미켈레 섬에 묻혔다. 이렇듯 스트라빈스키와 이탈리아의 인연은 깊다. 그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이탈리아 곳곳에서 펼쳐진다.

리듬 속 자연스레 움트는 몸짓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는 지난 7월 발레 콘서트 ‘스트라빈스키의 사랑’을 제목으로 한 공연을 열었다. 로마 파르코 델라 무지카의 야외 음악당에서 이뤄진 공연은 유럽이 주목하는 무용수들과 음악가들의 협업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속 녹아든 춤을 무대에서 펼쳐 보였다. 다니엘레 치프리아니가 연출을 맡고 비토리오 사바딘(1952~)이 각본을, 그리고 가스통 푸르니에 파시오가 음악감독으로 함께 했다.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의 전 수석무용수인 블라디미르 데레비안코는 스트라빈스키로 분장해 당대 동시대 예술가인 코코 샤넬(1883~1971)·피카소(1881 ~1973)·디아길레프(1872~1929)·니진스키(1889~1950) 등과 스트라빈스키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한편, 디아길레프가 창단한 발레단 발레 뤼스의 일화를 풀어 스트라빈스키의 생애와 그의 예술관을 전해주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풀치넬라 모음곡’으로 포문을 연 공연은 사샤 리바(1991~)와 시모네 레펠레(1993~)의 춤, 네덜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시모네 람스마(1985~)와 피아니스트 마시모 스파다(1986~)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1896~1979)의 원작을 생동감 있게 풀어냈다. 의상 디자이너 안나 비아지오티의 아름다운 의상은 1920년에 공연된 원작에서 의상을 맡았던 파블로 피카소의 스케치를 재현했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존 노이마이어(1939~)의 발레 신작 ‘피터와 이고르’였다. 이 작품은 스트라빈스키가 차이콥스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작곡한 ‘요정의 입맞춤’ 중 일부를 편곡했다.
야코포 벨루시(1993~)와 알렉산드로 프로라(2000~)의 2인무와, 앞서 ‘풀치넬라 모음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람스마와 베아트리체 라나(1993~)의 명료한 피아노 연주가 이 작품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공연에서는 1913년 작곡된 네 손을 위한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된 ‘봄의 제전’과 우베 숄츠(1958~)의 안무로 끝을 맺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공연은 빈 슈타츠 발레의 다비드 다토(1990~)의 춤이었다. 그는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한 기교로 로마 관중을 사로잡았다.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은 지난 3월에 열린 ‘봄의 제전’ ‘병사의 이야기’ 등을 통해 스트라빈스키라는 20세기 음악가의 ‘위대함’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작곡가와 맺은 깊고 중요한 유대를 기념했다. 그리고 올해 이탈리아의 주요 페스티벌인 라벤나 페스티벌, 키잔나 페스티벌 등과 주요 극장 극장인 라 페니체, 라 스칼라 등에서도 스트라빈스키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 빠지지 않고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활동하던 당시, 그의 새로운 리듬과 혁신적인 곡의 구성은 언제나 음악적 논란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논란의 중심에 있지 않다.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현대음악의 가장 흥미로운 역사의 일부가 되었으며 되돌아볼 가치가 있음을 그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다시금 생각해 본다.
글 이실비아(성악가·이탈리아 통신원)
사진 Danza Effebi

from ITALY

로마의 캔들라이트 콘서트

새 희망 품은 촛불과 음악

세계 곳곳에서 성행 중인 캔들라이트(Candlelight) 콘서트가 뉴욕·파리·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도시를 사로잡은 후 이탈리아에 상륙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토리노·로마·나폴리에서 만날 수 있다. 연주 장소 구석구석에 배치된 수백 개의 촛불이 무대 주위를 감싸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분위기에서 클래식 음악·재즈·발레 등을 즐길 수 있다. 베토벤·모차르트·비발디와 같이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포함해 영화음악·팝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로마의 영속성과 촛불의 만남
로마를 거닐다 보면, 고대의 정취 속,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만난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이곳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들로 역사를 쓰고 있다. 영속과 새로움 사이 로마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 이곳 로마에 위치한 빌라 아피아 안티카와 기오네 극장에서 만나는 캔들라이트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된다.
창의적인 공연이라고 평을 받는 캔들라이트에서는 촛불이 빚어낸 황홀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과 현대음악과 같은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만나면, 그 생각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더불어 한 번도 클래식 음악 공연장을 가본 적이 없다면, 캔들라이트 공연이야말로 초심자가 보다 쉽게 공연장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캔들라이트 공연은 지난 7월을 시작으로 공연을 선보여 오고 있다. 로마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은 베르디의 유명한 3부작 중 하나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였다. 이미 작품을 알고 있더라도 촛불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만나는 오페라는 단번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이탈리아의 네오클래식의 선구자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1955~)도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영화 ‘노매드랜드’ ‘더 파더’ 등의 영화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공연에서는 영화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대표작들과 영화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글레디에이터’ ‘라라랜드’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화음악을 피아니스트 주세페 칼리파노의 연주로 만나보았다. 영화음악에 이어 추억의 디즈니 만화인 ‘백설 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신데렐라’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등에 삽입된 음악들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추억을 선물했던 공연도 이목을 끌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공연들도 다채롭다. 블루스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니나 시몬(1933~2003)을 추모하며, 재즈 4중주단이 그의 작품을 연주한다.(9.1) 한편, 차이콥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도 촛불 조명 아래에서 무용수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J 뮤직 클래식 앙상블의 연주로 ‘백조의 호수’ 중 일부 발췌한 곡들을 발레와 함께 즐기는 공연이다.(9.3·4) 다음날에는 비발디의 ‘사계’와 플루트 협주곡을 현악기와 플루트 5중주의 연주로 만나고(9.5), 피아니스트 마테오 폼포셀리의 연주로 쇼팽의 전주곡 Op.28, 즉흥 환상곡 Op.66과 마주르카 2번 Op.25도 만나 볼 수 있다.(9.10) 모든 공연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촛불은 실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전등을 사용해 안전하다. 모든 공연은 약 65분간 진행된다.
글 이실비아(성악가·이탈리아 통신원)
사진 캔들라이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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