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5월 24일 9:00 오전

신간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외

기록된 음악, 친해지는 음악

글 장혜선 기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안익태·야기 히로시 저 | 이홍이 역

작곡가 안익태(1906~1965)의 유일한 저서가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일본 온가쿠노도모(音樂之友社)에서 R. 슈트라우스(1864~1949)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책이다. 출판사는 슈트라우스의 유일한 동양인 제자 안익태에게 전기 집필을 의뢰했다. 안익태는 193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 각지에서 수집한 슈트라우스 관련 서적을 토대로 집필에 들어갔다. 일본의 독문학자 야기 히로시(1927~1986)가 그를 도왔다. 사실 슈트라우스는 후기 낭만파 거인으로 칭송받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편이다. 국내에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 관한 연구서는 수십 종 출간됐다. 그러나 20세기 내내 말러보다 빈번하게 연주됐던 슈트라우스에 관한 전기가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슈트라우스의 위상이 바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000원 | 달아실출판사

 


J. 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스즈키 히데미 저 | 이현정·주상희 역

오늘날에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악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기에 비밀스럽다. 바로크 첼리스트인 스즈키 히데미가 평생 연구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18세기 오케스트라와 라 프티트 방드에서 활동했으며, 바흐 콜레기움 재팬의 창단 멤버다. 도쿄에서 21회에 걸쳐 진행한 렉처 콘서트의 내용을 정리해 엮었다. 주된 자료로 삼은 바흐의 아내 안나 막달레나 바흐(1701~1760)의 필사보를 필두로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된 해석을 분석한다. 스즈키 히데미가 악보를 읽어 가는 과정은 단순히 이론만을 따르지 않는다. 진솔한 무대 경험담에는 음악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스며 있다.

75,000원 | 풍월당

 


 

아무튼, 클래식

김호경 저

작곡을 전공한 저자 김호경은 졸업 후 ‘객석’ 기자로 일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연구하며, 종종 가요의 가사를 쓴다. 그는 음악과 연관된 좁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느낀 마음들을 고백한다. 책은 연주자에 대한 찬탄, 명곡에 대한 칭송, 아름다움에 대한 연모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창작과 감상, 그 자체의 완결성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고심한 흔적이 묻어 나오는 에세이집이다.

9,900원 | 코난북스

 

 


대한민국 파이프 오르간

오민진·조현정·김혜림·신기루·주예흔·박현주 저

한국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이 정동제일교회에 설치된 건 1918년 여름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에 오르간이 설치되어 왔다. 대한민국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을 소개하는 이 책은 강원부터 제주까지 전국 총 178개의 오르간을 한 권에 담는다. 저자들은 모든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악기의 재원을 수록했다. 한국의 오르간 지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오르간이 설치될 때에는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42,000원 | 오르간

 

 


종합교양잡지와 연극비평지의 탄생

이진아·김유미 저

본격적인 연극전문잡지가 등장하기 이전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역할을 모두 담당한 건 종합교양잡지다. 담론 문화의 중요성을 자각한 연극예술인들은 이를 위한 독자적인 저널 발간을 꾀했다. 그 결과 197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연극전문지 시대가 열렸다.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1950~1960년대를 연극 평단의 형성기, 1970년대를 본격적인 전문 비평 시대로 상정하여 연극비평 문제를 매체 중심으로 고찰한다.

16,000원 | 연극과인간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정경영 저

음악학을 전공한 저자는 한양대에서 음악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한양대에서 진행해온 교양과목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쓰였다. 흔히 클래식 음악을 떠올렸을 때,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덜컥 겁부터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을 안타까워하며 음악 상식이라 일컫는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으레 음악이라고 하면 연주하거나 작곡하는 생산자 입장, 감상하거나 관람하는 소비자 입장의 두 형태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한다면, 혹은 좋아하고 싶다면 음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14,000원 | 곰출판

 

 


#책 속으로

#20쪽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 모두는 음악적입니다. 우리가 지금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음악’ 또는 ‘음악가’의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지리적으로 한정된 생각을 벗어나 음악을 널리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삶 속에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음악다움’과 ‘음악성’을 고려한다면, 우리 모두는 정말로 ‘음악적’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런 의미에서 음악 이야기인 동시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것이 순간순간 드러나는 우리 모두의 일상적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45쪽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나요?

이렇게 표준어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편하고 효율적인 것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가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도레미가 편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음악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단조라는 체계가 보편적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것으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선율과 그에 수반하는 정서가 있습니다. 그러니 표준어의 효율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표준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차이들을 짐짓 무시하고 누군가가 ‘음악은 만국공용어’라고 말한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서 동의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합니다. “네가 말하는 ‘음악’은 도대체 뭔데?”라고 말입니다.

 

#93쪽 #바흐는 어쩌다가 음악의 아버지가 되었을까?

당연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그것을 우리는 ‘상식’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음악적 상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말은 우리에게 상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상식은 자연의 법칙이나 당위적 명제가 아닙니다. 상식은 어떤 역사적 계기로 인해 ‘그렇게 여겨지게 된 것’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상식의 역사성’이라고 할까요? 음악과 관련된 상식의 역사성 말입니다. “원래 음악은 이런 거야” “음악은 원래 이렇게 듣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할 때 그 ‘원래’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 ‘원래’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어떤 조건과 환경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111쪽 #킴벌리는 왜 악보를 Music이라고 했을까?

놀랍게도 이 음악학자는 비틀즈의 도시에서 신기한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도시 사람들의 말속에서요. 리버풀에 사는 사람들은 흥미롭게도 ‘Music’이라는 단어를 명사뿐 아니라 동사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I play the music”이라고 말하는 대신 “I music” 이러더라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음악이란, 비틀즈 멤버들처럼 항상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는 거죠. 사물이 아니라 하는 것,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습니다. 음악은 동사니까 저기 저 종이에 적혀있는 것, 즉 사물은 음악이 아닙니다. 음악은 기타로, 건반으로, 드럼으로,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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