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저스틴 허위츠, 제천에 펼쳐질 몽환의 세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8월 8일 9:00 오전

SPOTLIGHT

저스틴 허위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음악가
저스틴 허위츠

제천에 펼쳐질
몽환의 세계

‘제천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라라랜드’의 작곡가
허위츠의 8월 내한공연을 기대해보자

 

2010년대 뮤지컬 영화 신드롬 선두에는 단연 ‘라라랜드’(2016)가 있다. 저스틴 허위츠(1985~)는 이 영화를 통해 꿈을 이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가 먼저인지, 음악이 먼저인지 질문이 생긴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고스란히 녹인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이 없었다면 ‘라라랜드’는 지금의 명성을 얻기 어려웠을 테다.
허위츠가 영화감독 데이미언 셔젤(1985~)과 평생지기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 시절, 4년간 룸메이트였던 셔젤과는 체스터 프렌치라는 밴드로도 같이 활동했다. 허위츠는 셔젤의 첫 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에 합류하며 재즈에 빠졌다. 그는 영화를 위해 섭외한 재즈 뮤지션들과의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재즈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즉흥성이 핵심이다. 두 눈으로 재즈의 잠재력을 목격한 허위츠는 “그야말로 마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이후 재즈 드러머가 주인공인 ‘위플래쉬’(2014)와 재즈 피아니스트를 전면으로 내세운 ‘라라랜드’로 대중에게 재즈의 매력을 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재즈가 그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어렴풋이 하기도 했다. 익숙함과 식상함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니까. 하지만 허위츠는 지속적으로 음악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셔젤의 차기작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퍼스트 맨’(2018)으로 정해졌을 땐 과감히 재즈 사운드를 버리고 일렉트로닉 음악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허위츠는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저스틴 허위츠 스페셜 콘서트’를 선보이기 위해 내한을 준비 중이다. 공연을 위해 직접 자신의 영화음악을 선곡해 셋 리스트를 구성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오를 예정이다. 공연은 넓게 펼쳐진 활주로가 인상적인 제천의 비행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눈을 감고 제천의 여름밤을 수놓을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을 떠올려보자. 아름다운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지 않나. 꼭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을 축하한다. 8월에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영화’와 ‘음악’이 함께하는 페스티벌이어서 기대가 클 것 같다.
한국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정말 설렌다. 무엇보다 제천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해외에 제천과 같은 ‘영화음악 페스티벌’이 있는가?
폴란드의 크라쿠프에서 멋진 영화음악 축제가 열린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선댄스·토론토·텔루라이드·트라이베카·베네치아 같은 영화제만 가봤기에, 영화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기대된다.

제천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재즈 빅 밴드와 오케스트라, 몇몇 가수들이 출연한다. 셔젤이 감독한 네 편의 영화음악을 연주할 것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가인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 맨’에서 작업한 영화음악을 선곡했다.

한국에서 당신의 영화들이 크게 흥행한 걸 알고 있는지?
2014년 말, 셔젤 감독과 함께 ‘라라랜드’ 작사가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주말에 ‘위플래쉬’가 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위플래쉬’가 주목받긴 했지만, 여전히 ‘인디’ 영화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언젠가 우리 영화를 이토록 사랑해 주는 한국 관객을 꼭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기회는 2017년에 얻게 됐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는데 당시 만난 한국 관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한국의 영화에도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지?
한국 영화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기생충’을 흥미롭게 봤다.

 

영화음악가가 되기까지의 발걸음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가, 어머니는 발레, 누나는 바이올린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가족 분위기가 성장에 미친 영향은?
부모님은 나와 누나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격려하셨다. 비록 예술이 어려운 직업일지라도, 일을 사랑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 연주자로도 무대 위에 오를 예정이다. 평소 작곡 외에도 악기 연주를 즐기나?
나는 피아노만 칠 줄 안다. 연주할 줄 모르는 악기들을 골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라라랜드 OST(Universal)

위플래쉬 OST(Varese Sarabande)

 

 

 

 

 

 

 

 

 

지금의 당신이 있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작품은?
‘라라랜드’는 내가 폭넓게 듣는 음악을 담아냈고, ‘위플래쉬’는 많이 생각하던 이야기가 녹아있다.

대학 때 만난 영화학도 데이미언 셔젤이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그와의 첫 만남이 기억나는가?
당시 나는 밴드를 구성하고 있었고 드러머가 필요했다. 누군가 셔젤의 번호를 알려줬다. 전화로 먼저 밴드를 시작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셔젤 덕분에 재즈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했다. 낯선 음악 장르에 대한 보수적인 편견은 없었나?
어떤 종류의 음악에도 편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만 좀 더 일찍 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음악들은 많다.

셔젤과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음악적 방향성을 결정하는지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셔젤이 대본을 가지고 오는 즉시, 때로는 그보다 더 일찍 음악 작업을 시작한다. ‘위플래쉬’ ‘라라랜드’ ‘바빌론’ 등은 장면이 촬영되기 전부터 일찍 음악에 대한 기획을 시작하고 녹음에 들어갔다. 종종 나는 음악적 요소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촬영장에 있곤 한다. 작년 여름과 가을에는 ‘바빌론’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재즈로 시작해, 재즈를 지우다

당신의 음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는 ‘재즈’이다.
재즈는 작곡된 음악이기도 하지만, 음악가들이 즉흥으로 음을 더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협업을 통해 어우러지는 작업들이 흥미진진하다.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쉽게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라랜드’는 크게 흥행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뮤지컬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열려있나?
셔젤이 ‘위플래쉬’를 만들기 전에는, 20대 영화 제작자는 물론이고, 어떤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를 만들기 원하지 않았다.

‘퍼스트 맨’은 실화 바탕이기 때문에 이전 작품과는 음악 접근 방식이 달랐을 것 같다. 긴장감 넘치는 ‘위플래쉬’, 달콤한 선율의 ‘라라랜드’와는 다른 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 작품을 할 때 재즈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강박은 없었나?
‘퍼스트 맨’의 작업 기회를 얻곤, 재즈 외에 다른 것을 시도할 생각에 신이 났다. 사람들에게 내가 다른 음악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라건대 앞으로 몇 년 동안 새로운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지금 작업 중인 ‘바빌론’(2023년 개봉 예정)은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많은 음악이 재즈의 영향을 받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대적인 음악이 나왔다. 이 영화를 위한 멋진 음악 세계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게 될 것을 생각하면 흥분된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임하고 있고, 거의 3년 동안 이 음악에만 매달려온 것 같다.

당신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셔젤은 정말 많은 명장면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강렬했던 건 플레처가 앤드류에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라고 말하는 ‘위플래쉬’의 한 장면이다.

뮤지컬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쉘부르의 우산’의 넘버들은 참 주옥같다.

당신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영화 작품을 꼽는다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의 영화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작업물은 영화음악 선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클래식 음악을 선보일 계획은 없는지?
아직. 지금은 아니다.

장혜선 기자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저스틴 허위츠(1985~) 미국 출생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국내에서는 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 맨’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하다. 2017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9년에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퍼스트 맨’으로 음악상을 받았다.

 

 

PREVIEW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8.11~16

한여름, 시원한 청풍호반에서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 2005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여름 우리 곁을 찾아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다. 그동안 ‘원스’ ‘서칭 포 슈가맨’ ‘치코와 리타’ ‘프랭크’ ‘에이미’ ‘하늘의 황금마차’ 등 다양한 음악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해 왔으며,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개막작은 폴란드에서 제작한 영화 ‘소나타’(감독 바르토즈 블라쉬케)가 선정됐다. 인터내셔널 경쟁작으로는 영화 ‘림보’(감독 벤 샤록), 지굴리 밴드의 벌거벗은 진실‘(감독 빅토르 보쥐노프), ‘아더 피플’(감독 알렉산드라 테르핀스카), ‘포저’(감독 노아 딕슨·오리 세게프), ‘시리어슬리 레드’(감독 그레이시 오토), ‘스무 살의 소울’(감독 아키야마 준)이 준비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로랑 가르니에: 오프 더 레코드’(감독 가뱅 리부아르), ‘룩 앳 미: XXX텐타시온’(사바아 폴라얀) 등도 기대를 모은다.
한국 경쟁작은 총 17편을 선보인다. ‘한국경쟁’은 음악영화 창작자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섹션으로, 한국 프리미어 상영을 최소 조건으로 한다. 올해 접수된 출품 편수는 총 1,525편으로, 해외영화 장·단편 1,273편과 한국영화 장·단편 252편이 접수됐다. 한국영화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비교해 77% 상승, 역대 최다 출품 편수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경쟁은 극영화 10편, 다큐멘터리 4편, 실험영화 2편, 애니메이션 1편 등 총 17편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올해는 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다양한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8월 12~14일에는 3일간 ‘필름콘서트’를 선보인다. 필름콘서트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로 들으며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영화제에선 매일 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필름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배우 유지태·이영애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음악 조성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큰 성과를 거둔 ‘마당을 나온 암탉’(음악 이지수), 개봉 40주년을 맞이한 영화 ‘E.T’(음악 존 윌리엄스)의 필름콘서트를 개최한다. 아울러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국 영화음악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에서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영화 오리지널 필름콘서트를 제작할 계획이며, 영화제 기간에 초연하고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
8월 13일, 비행장 무대에서는 ‘저스틴 허위츠의 스페셜콘서트’를 개최한다. 영화음악가 저스틴 허위츠는 지난 5월, 음악영화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허위츠가 직접 내한해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재즈 빅 밴드를 지휘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이충주와 민경아가 ‘라라랜드’ 속 남녀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주제곡 ‘City of Stars’를 부를 예정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8월 11~16일 제천시 일원
‘저스틴 허위츠의 스페셜콘서트’ 8월 13일 제천비행장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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