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신드롬!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1월 16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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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신드롬! 피아니스트 조성진 & 임윤찬 신년 계획을 엿보다

2023년 음반 발매와 초연 작품, 주요 무대 데뷔 소식까지!

피아니스트 조성진(1994~)과 임윤찬(2004~)의 연주 소식은 연일 화두다. 클래식 음악계의 ‘신드롬’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도 함께 오르내린다. 각자의 연주자가 가진 고유의 깊이를 떠올려보면 굳이 공통점을 찾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들을 둘러싼 대중의 반응과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가능하다. 물론, 발현의 양상에도 차이는 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조성진이 몰고 온 신드롬은 대중 반응의 크기와 범위를 체험해본 단계였다면,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임윤찬이 오른 신드롬은 더 빠르고 강렬한 효과를 자랑했다. 7년의 차이를 두고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이들의 2023년 상반기 일정을 살

펴보고자 한다. 서로 다른 커리어의 시간을 걷고 있는 만큼,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다르다. 이를 통해 다시 집중해야 할 것은, 젊은 음악가들이 쌓아나갈 음악의 방향이다.

바로크부터 현대작 초연까지, 조성진의 견고한 레퍼토리 세계

조성진의 상반기 일정은 두 갈래의 레퍼토리 구성으로 살피는 것이 좋다. 먼저, 독주회 프로그램 구성이다. 오는 2월, 유니버설 뮤직은 조성진의 여섯 번째 DG 음반을 발매한다. 선발매된 싱글 음원에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1번 4악장이 담겨있어 화제를 모았다. 원래 단독 악장의 곡이 출판사의 실수로 인해 4악장으로 잘못 알려진 작품인데, 조성진은 이 작품의 빌헬름 켐프 편작 연주를 접하고 연주하길 결심했다. 지난 2021년, 그가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의 미발표 작품 ‘알레그로 D장조’를 초연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또 한 번의 새로운 레퍼토리 발굴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상반기 주요 독주회 레퍼토리에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27·430·433·440,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8개의 피아노 작품 Op.76 중 1·2·4·5번이 포함되어 있다. 2월 발매 예정인 음반 또한 헨델의 건반 모음곡과 그의 영향을 받은 브람스의 곡이 담긴다. 외에도 슈만의 3개의 환상곡 Op.111과 교향적 연습곡 Op.13, 라벨의 ‘거울’ M 43, 그리고 구바이둘리나의 ‘샤콘’이 독주회 레퍼토리로 예정되어 있다. 독주회는 1월에 미국, 2월에 독일의 하노버·뒤셀도르프·함부르크·도르문트·베를린, 그리고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다. 4월에는 카네기홀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홀에서, 6월에는 스페인에서 연주를 갖는다. 공개된 상반기 독주회 횟수는 총 16회다.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조성진의 협주곡 레퍼토리에 함께하는 이들이다. 브람스 협주곡 1번과 2번은 자난드레아 노세다/내셔널 심포니, 야닉 네제 세갱/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월)와 호흡을 맞춘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2월)와 함께 하며,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한국(3월)에서도 연주를 가질 예정. 4월에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으로 만프레드 호네크/피츠버그 심포니, 안드리스 넬손스/보스턴 심포니와 호흡을 맞춘다. 5월 일정은 특별하다.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2번·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고 독일(8회)과 이탈리아(1회)에서 투어를 갖는다. 주목할 점은 3월, 세묜 비치코프/체코 필하모닉

과 함께 선보이는 초연작이다. 티에리 에스카이흐(1965~)가 작곡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연습곡’으로 체코·헝가리·크로아티아에서 연주한다.

유럽·미국의 주요 무대 데뷔를 앞둔 임윤찬

한편, 임윤찬의 상반기는 콩쿠르 위너를 위한 세계의 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중요한 데뷔 무대들을 앞두고 있어, 커리어 시작의 중요한 첫발을 떼는 시기다. 가장 먼저 1월,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다. 레퍼토리는 토마스 아데스의 ‘Traced Overhead’, 바흐의 15개의 신포니아, 그리고 베토벤 7개의 바가텔 Op.33과 ‘에로이카 변주곡’ Op.35다. 이어 1월 말까지 토리노·밀라노·로마 등에서 독주회와 협연을 갖는다. 2월에는 일본에서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지휘로 도쿄 필하모닉과 3회 연속 협연을 갖는다. 1·2월 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만을 선보인다. 4월에 미국 5개 도시 투어 후, 5월 미국 대륙에서의 중요 무대도 예정되었다. 바로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이다. 뉴욕 데이비드 게펀 홀에서 열리는 이 연주는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하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승에서 심사위원과 청중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던 바로 그 레퍼토리다. 6월에는 미하엘 잔덜링/루체른 심포니와 스위스 현지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선보이며, 7월 초 위풍당당하게 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반년의 시간 동안 세계 주요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올 20세의 청년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가늠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허서현 기자 사진 크레디아·목프로덕션

 

Reviews

(C)김신중

임윤찬 피아노 독주회 12.10

소란을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독주회는, 그를 향한 세간의 뜨거운 분위기를 반영한 현장이었다. 긴 커튼콜 내내, 객석의 환호성은 웬만한 아이돌 팬 미팅 현장 못지않았다. 1부는 기번스와 바흐의 작품이었다. 관객에겐 다소 지루했을지 모르지만, 10대의 피아니스트에게는 충실한 배움의 재연이다. 폭발적 표현력과 몰입도 외에, 그가 가진 진정한 장기는 ‘성실함’이다. 임윤찬에게는 음악의 한 문장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책임감이 있다. 글렌 굴드의 번호 순서를 따라 연주한 3성부의 바흐 ‘신포니아’에서는 눈에 보일 듯 각 성부가 입체감 있게 구현됐다. 2부는 모두가 고대하던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S.175와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 7번 ‘단테를 읽고’. 1부와 상반되게 넓은 다이내믹 범위를 수행해낸 연주에서 피아니스트 베레좁스키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저음’이 연상됐다. 연신 손이 머리 위까지 튀어 올랐고, 반쯤 일어난 정도까지의 몸 사용도 서슴치 않았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연주였지만, 음악 본연의 요소들은 1부가 더 다각적으로 드러났다. 임윤찬은 곡 사이사이에, 긴 침묵을 만들었다. 음악적으로 충분히 호흡을 하지 못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일까. 달려오던 음악을 멈추면서도, 흐름은 깨지 않으려는 듯했다. 행간 사이의 침묵은 상상하게 한다. 콩쿠르 우승 후, 임윤찬의 말 사이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산에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하니 10대에 도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가, “소외된 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하니 몇 개월 만에 하산해 이젠 세상을 향하기로 결심이 변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미셸 슈나이더는 저서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내 안에 있고, 나는 음악 안에 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부에서 외부로, 내면이 된 외부로 나아감이다.” 음악 앞의 성실한 수행자로서의 소년은,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장소가 어디든 피아노를 연주할 수만 있다면, 음악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동은 음악가 내면세계 속에 성장 밑거름이 될 사소한 일부다. 이 소란한 외부를 뚫고, 그가 어떤 예술가로서 성장할지 그저 두고 볼 일이다.

허서현 기자 사진 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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