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1월 18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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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11.27~12.6

회화 속 인물들이 살아났던 순간

로마 오페라 극장 새 시즌의 서두를 장식한 명연출작

로마 오페라 극장은 2022/23시즌의 시작을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가 두 번째 오페라로 작곡한 1956년 작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로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1794년 프랑스 혁명 시기에 성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두대에 올라간 카르멜회 수녀들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로, 31년 만에 로마 오페라 극장에 올려졌다.

 

상징과 시각 효과가 교차한 무대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1748~1825)의 초상화에 영감을 받아, 연출가 엠마 단테(1967~)는 무대에 거대한 초상화 액자를 넣어 그림 속 여인들을 보여주는 구도를 짰다. 단테는 ‘수녀가 되기 전 그들은 누구였고 어떤 삶을 살았나’와 ‘수녀복 아래 그들은 어떤 여성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수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수녀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갑옷을 입혀 스스로 지키기를 원하는 여성임을 보여준다. 그들이 선택한 순교는 숭고하고 용감한 증언이기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상징이었다. 수녀들은 돌로 발을 부수는 고문을 자행했고, 이 절뚝거리며 걷는 연출은 수녀원 안의 폭력을 보여줬다.

이렇듯 단테의 상상에 의해 오페라 안에는 매우 육체적이고 강력한 이미지들이 배치됐다. 사슬처럼 사용된 긴 소매의 옷을 교차하여 강제적인 부동의 상태를 나타내고, 흔들리는 거대한 십자가를 통해 시대 앞에 위태로운 종교를 표현했다. 무대에 배치된 금빛 프레임은 초상화 액자로 시작하여, 고해성사 장소가 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옥의 복도와 교수대가 된다. 칼날 대신 흰색 캔버스가 내려오며 수녀들의 삶, 세속적인 이미지를 하나씩 지우는 것만 같다. 금속성 악기로 구현되는 16번의 칼날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리기에, 연출가의 상징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이 ‘시각화’됐다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의 절도 있는 마임 등이 더해져 그 소리는 더욱 생생했다. ‘종교적 오페라’로서 2막의 여성합창 ‘아베 마리아’와 혼성합창 ‘살베 레지나’는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대화의 오페라’로 실제 대화와 같이 레치타티보가 쓰였다. 죽음을 주제로 한 콩스탄스와 블랑슈의 이중창, 죽음 앞에 크루아시 원장수녀와 블랑슈의 이중창 등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이중창으로 구현돼 ‘대화’로 극이 진행됨을 느낄 수 있다. 블랑슈와 그의 오빠가 부르는 죽음의 공포가 담긴 이중창은 남매의 이중창이지만 연인의 노래만큼 절절하고 아름다웠다.

 

환상적인 팀워크

이번 프로덕션은 음악감독 미켈레 마리오티가 로마에서 올린 첫 작품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지휘 아래 민첩하게 움직이며 풀랑크의 음악과 리듬을 놓치지 않았다. 마리오티는 극적인 포르티시모를 효과 있게 사용했고, 상황 및 인물들의 섬세한 뉘앙스를 놓치지 않도록 이끌었다. 블랑슈 역의 커린 윈터스는 벨벳 같은 목소리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으며, 원장수녀의 죽음을 마주하여 침대 아래로 들어간 연기는 노래와 대사 없이도 죽음 앞의 공포와 슬픔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마담 크루아시 역을 맡은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는 가끔 노래 대신 말하는 방식을 택하여 극적 효과를 살렸다. 그는 호흡과 제스처, 은색 머리 아래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로, 감정과 테크닉 사이 철저히 계산된 소리로 관객에게 감동을 줬다.

드 라 포르스의 기사 역을 맡은 보그단 볼코프는 명확하고 낭만적인 음색으로 인상을 남겼다. 성악가·오케스트라·합창단·연기자가 모여 만들어낸 이 공연은 각자 역할에 대한 충실한 해석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했다. 수녀들의 두려움과 용기, 삶과 죽음, 언어와 음악이라는 다양한 층위를 무대·의상·조명·안무를 통해 전달했으며, 생소할 수 있는 음악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울리는 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글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 사진 로마 극장

로마 오페라 극장에 ‘처음’ 오르는 무대

2022/23 시즌 로마에는 9개의 오페라, 6개의 발레, 4개의 공연이 오른다. 그중 8개 작품은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높아진 예매율로 미루어 보아, 극장의 주인이 바뀌며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이번 시즌에 새롭게 오를 공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분명하다. 여러 예술가와 의미 있는 작품들이 ‘처음’ 로마 오페라 극장에 상연되는 것에 주목해본다.

로마에서 첫 오페라 연출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으니. 폴란드 연출가 크시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1962~)로 야나체크의 주요 작품인 ‘망자의 집에서’를 선보인다. 독일 연출가 요하네스 에라트(1975~)는 새로 편곡된 푸치니 오페라 ‘외투’와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으로 인사한다. 로버트 윌슨(1941~)과 아르보 패르트(1935~)가 함께한 ‘아담 수난곡’도 이탈리아에서 처음 연주된다.

연출뿐만 아니라 처음 서는 지휘자도 눈에 띈다. 이스라엘의 오메르 메이어 벨베, 에스토니아의 터누 칼류스테,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란칠로타이다. 소프라노 대니엘 드 니스·알렉산드라 쿠차크·엘레나 스티키나, 테너 스타니슬라스 드 바베라크, 카운터테너 라파엘레 페·아리예 누스바움 코헨이 로마 관객들에게 처음 인사를 올린다. 소프라노 엘레오노라 부라토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나비부인 역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로마에서 나비부인으로 데뷔한다. (이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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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rizio Sansoni

 

 

 

 

 

©Fabrizio Sansoni

 

 

 

 

 

©Fabrizio Sansoni

보그단 볼코프(드 라 포르스의 기사 역)·

커린 윈터스(블랑슈 역)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마담 크루아시 역)

©Fabrizio Sans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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