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미선, 춤을 쌓은 시간, 이제는 은하수가 되었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월 29일 8:00 오전

SHE IS NOW

 

발레리나 강미선

춤을 쌓은 시간, 이제는 은하수 되었네

 

유니버설발레단 근속의 수석 무용수가 세계 최고 무용수로 선정되기까지의 쉼 없는 여정

 

©Kyoungjin Kim

지난해 6월, 발레리나 강미선이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로 선정됐다. 수상의 명예를 얻게 해준 작품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코리아 이모션 정(情)’ 중 ‘미리내길’.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에 한국무용 동작을 녹여낸 6분여의 창작 발레가 국제 발레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시상식 다음의 갈라 콘서트에서도, 그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인 ‘춘향’을 선보였다.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는 일명,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1992년부터 매년, 전 세계의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해 공로상과 안무가, 최고 여성·남성 무용수를 선정한다. 역대 한국인 수상 무용수는 강수진(1999)을 시작으로, 김주원(2006)·김기민(2016)·박세은(2018)이 있다.

오는 2월, 강미선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코리아 이모션 정’에 함께 하며 수상작을 한국 관객에게 한 번 더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많은 기대 속, 설렘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와의 일문일답.

 

오는 2월 공연,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작 ‘미리내길’이 포함된 ‘코리아 이모션 정’은 관객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클 것 같네요.

수상 후 많은 관심도 받았고, 또 ‘미리내길’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올해 첫 공연으로, 많은 분께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국내에 브누아 드 라 당스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습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한 해 동안, 무용수의 데뷔 작품 혹은 첫선을 보이는 작품 중에서 선정됩니다. 만약 제가 ‘미리내길’로 여러 번 무대에 섰다면 후보작으로 올릴 수 없죠(‘미리내길’은 2021년 초연이지만, 강미선이 무대에 선 것은 2022년이 처음이다). 고전 발레 혹은 창작 발레의 선정 비율은 따지지 않고요. 영상 심사가 먼저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용수의 표현력과 테크닉의 완벽성이 중요한 심사 기준인 것 같습니다. 데뷔 작품에서 얼마나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라, 무용수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죠.

 

한국무용, 발레의 힘을 만나다

‘미리내길’(강미선, 이현준) ©Kyoungjin Kim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미리내길’이라는 작품이 궁금합니다. 작품 제작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고요.

안무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한편으론 즐거웠습니다. 음악과 안무가의 의도가 잘 표현되는지 반복적으로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성취감도 크니까요. 그래서 이 과정을 꽤 좋아하는데요, ‘미리내길’도 안무가(유니버설발레단 유병현 예술감독)와 함께 음악을 듣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사를 모두 해석해 보니, 약간의 스토리를 넣어보는 게 어떨까 해서 제안했는데, 다행히 딱 들어맞았죠(‘미리내길’은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창작 발레는 국내외 모든 발레단의 주요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발레 작품이 필요할까요?

고전 발레는 서양의 많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와 동일하게 우리나라 고유의 이야기를 다룬 발레가 생겨난다면 굉장히 흥미롭겠죠. 특히 우리나라에는 권선징악이나 효처럼, 서양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레퍼토리로 자리 잡지 않을까요.

‘코리아 이모션 정’은 한국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의상도 인상 깊습니다. 발레 동작에는 한국무용의 특징이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하체는 발레의 기본 움직임, 그리고 상체에 한국무용의 동작을 반영했습니다.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매일 국악을 들으며 출근하곤 했죠. 특히, 한국 창작무용에 팔동작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워, 많이 연구했습니다.

 

오래, 깊이 기억되는 춤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발레단이 40주년을 맞았으니, 발레단 역사의 반 이상을 함께해온 셈입니다.

우선, 우리 발레단의 수많은 훌륭한 선생님들과 무용수들, 사무직원들과 단장님의 노고로 맞이한 40주년을 축하하고 싶네요! 유니버설발레단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싶습니다.

발레리나는 은퇴가 빠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데요, 오랜 세월 발레와 함께해오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서른 중반까지는, 늘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 발레의 힘을 느꼈습니다. 마흔이 넘은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발레를 어떻게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많이 연구하게 되고요. 잘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좀 더 편안히 감상할 수 있게, 나라는 존재보다는 작품을 드러내는 게 목표가 되더군요.

오랫동안 활동한다는 것은 발레리나는 물론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 비결을 궁금해하는 일인데요, ‘예술가의 성실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일을 사랑하는 마음 아닐까요? 저는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발레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삶의 큰 행복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대를 보러오는 분들, 제 춤으로 인해 위로를 얻는다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어요. 많은 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로는, 발레리나라는 것에 자긍심도 생겼습니다. 그 힘이, 저를 밀어주는 것 같아요.

‘발레리나 강미선’이 어떤 무용수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제가 은퇴한 뒤에도, 관객들이 제가 했던 발레 작품을 보실 때면 ‘아, 이 장면에서 강미선 무용수는 이랬었지’ 하고 떠올리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기억에 깊이 남는 감동을 주는 무용수로 남고 싶습니다.

허서현 기자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1983~) 선화예중·고를 졸업하고 키로프 아카데미에서 수료했다.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 준단원·정단원·드미솔리스트·시니어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다수의 고전 발레는 물론 ‘심청’ ‘춘향’의 주역으로 활약해왔다.

 

Performance information

유니버설발레단 ‘코리아 이모션 정(情)’

2월 16~18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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