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신념의 30년을 이어받으며
인사드립니다. 최원영·윤석화 발행인에 이어 월간객석의 지휘봉을 건네받은 3대 발행인 김기태입니다. 30여 년 동안 항공업계에서 일하며 ‘객석’을 사랑해온 제가 윤석화 대표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지난 2013년 11월 ‘객석’의 새로운 발행인이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먼저 ‘객석’의 지난 30년에 경의를 표합니다. 1984년 창간 이후 변함없이 클래식 음악·국악·연극·무용을 중심으로 질 높은 기사를 다루며, 공연예술에 대한 우리 애호가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그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객석예술평론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지킴이로서 올곧게 자리매김한 점에 대해서도 발행인이기 전 한 사람의 독자로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독자에서 ‘객석’의 발행인으로 위치가 바뀌고 보니 그간 ‘객석’의 가족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이 소중한 매체를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연예술 전문 잡지가 성장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환경입니다. 공연예술에 대한 바른 인식의 부족과 정책 부재, 나아가 온라인 매체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여러 예술 전문지가 폐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객석’ 역시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객석’의 모든 식구들은 누군가 반드시 실천하고 남겨야 할 의미 깊은 작업이라는 자부심으로 꿋꿋이 그 명성을 지키고 견뎌왔습니다. 저는 그 소중한 유산의 명맥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객석’의 30년 전통과 신념을 굳건히 지켜가려 합니다.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문화예술 환경에 걸맞은, 몇 가지 변화들을 일궈내고자 합니다.
예술은 함께 즐길 때 그 빛을 발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들도 좋은 공연을 보면 감동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객석’은 ‘대중과 가까이’를 기치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역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그 변화는 지난 1월호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객석’이라는 제호를 다듬어 젊은 감각을 더하고자 했으며, 표지와 내지의 편집 디자인도 시원시원하게, 분야별 기사마다 위트와 개성이 엿보이도록 다양함을 추구하였습니다. 유명 사진작가 조선희가 배우 조승우를 촬영한 지난 호 표지가 그 실례입니다.
기사 역시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국악·연극·뮤지컬·무용 외에 영화·미술·문화여행으로까지 분야를 넓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알차고 재미있게 구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사 말미에 독자가 진정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공연 정보를 담은 점도 발 빠르고 알찬 ‘객석’이 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또한 수도권에 비해 소외된 지역의 문화예술 소식에도 귀를 기울여 전국에 퍼져 있는 ‘객석’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노력했으며,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소통의 방법도 새롭게 모색하는 중입니다.
나아가 ‘객석’은 더 이상 한 권의 책 속에 머무르지 않고 공연 현장에서도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어렵게 부활한 객석예술평론상을 지속하고, 콩쿠르와 같은 여러 창구를 통해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예술을 직접 향유할 수 있도록 30년 전통과 노하우를 지닌 ‘객석’이 앞장서 양질의 공연을 기획·개최하고자 합니다. ‘객석’을 거쳐 간 수많은 예술인들과, 그들을 취재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한 ‘객석’이야말로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자격을 갖추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2014년은 ‘객석’이 창간 30주년을 맞는 매우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청마의 기운을 실어 힘차게 전진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30세 청년이 된 ‘객석’이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발행인 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