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 광고 음악, 누구 연주죠?
조인성이 등장한 미샤 TV 광고에 흐르는 ‘황제’ 2악장, 누가 연주했는지 궁금해요
음악·공연예술에 관한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집에서 빈둥대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세요?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거의 반수면 상태로 들어서일까, TV에서 흘러나오는 조인성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달달’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목소리의 배경이 되는 음악은 더더욱 꿈만 같았습니다. 그 곡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란 건 알겠는데, 누구 연주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1분짜리 짧은 연주였지만 워낙 좋았던지라, 음원의 정체를 반드시 알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광고 속 음악이 뭔지 검색해봤죠. 검색 결과, 제가 알 만한 레이블의 커버가 뜰 줄 알았는데 ‘베스트 클래식 180’이라는 컴필레이션 음반 커버가 떠서 좀 놀랐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그 컴필레이션에 ‘황제’ 2악장이 수록된 건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피아니스트·지휘자·오케스트라 등 연주에 관한 정보는 전혀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조인성이 등장한 미샤 브랜드 광고에 흐르는 ‘황제’ 2악장, 누구의 연주인지 ‘객석’이 좀 알아봐주세요.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서울 거주 30대 여성 독자
A 독자님, 저와 같은 궁금증을 품고 계셨군요. 실은 지난여름부터 최근까지 방영된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광고 대다수가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건 클래식 시리즈야!’라고 작정한 듯 말이죠. 말씀하신 ‘황제’ 2악장 외에도 모델 이혜상 출연의 미샤 이모탈유스크림앤세럼 광고들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과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을 연달아 사용했고, 탤런트 박주미가 출연한 미샤 비비크림 광고에서는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흘러나왔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사용한 TV 광고는 예나 지금이나 많지만, 최근의 미샤 광고들은 영상과 음악의 조화가 꽤나 훌륭해서 ‘제작자의 특별한 의도’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객석’은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 미샤 쪽에 이들 광고와 관련한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광고 제작사의 답변에 따르면, 합리적인 가격의 국내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미샤는 좀더 높은 연령의 타깃층(딱 독자님 나이 정도)을 공략하기 위해 보다 고급스럽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의 TV 광고에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게 된 거죠. 사실 ‘객석’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왜’ 클래식 음악을 썼느냐보다 ‘어떤’ 음원을 썼느냐였습니다.
미샤 측이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차이콥스키 ‘비창’ 4악장은 로저 노링턴/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Hanssler),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은 알렉산더 라바리/슬로바크 방송교향악단(Naxos), 베토벤 ‘황제’ 2악장은 알프레트 브렌델(Delta),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은 ‘연주자 미상’입니다. 여기서 ‘연주자 미상’이란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 가능한 여러 음원을 모아놓은 일종의 자체 라이브러리 가운데 뽑은 것이라 연주자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경우라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음원이었습니다. 연주 속도가 워낙 빨라 영상에 맞게 속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광고 제작사는 “별도로 음원을 변화시키진 않았다”라고 답했습니다.
“음, 그런데 말입니다”(‘그것이 알고 싶다’ 즐겨 보세요?), 위 자료에서 우리가 궁금한 건 ‘황제’의 나머지 음원 정보입니다. ‘알프레트 브렌델’만으로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까요. 최소한 지휘자·오케스트라·녹음 연도·레이블 중 하나라도 명확해야 추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또 자료를 요청했고, 무려 일주일 뒤 회신을 받았습니다. “음원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독자님의 간곡한 질문에 답을 드릴 수 없느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찾았습니다. 브렌델이 녹음한 여러 ‘황제’를 무작정, 아니 무식하게 듣고 또 들어 찾아냈습니다. 실은 ‘브렌델’ 하면 바로 떠오르는 필립스/데카 음원만을 살피다가 꽤 긴 헛다리를 짚었죠. 그렇게 끙끙대길 이틀, 마음을 다잡고 귀를 씻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다시 이것저것 이리저리 맞춰본 결과, 주인공은 다름 아닌 1961년 주빈 메타/빈 심포니와의 녹음으로 밝혀졌습니다. 브릴리언트에서 박스로 발매됐던 바로 그 음원입니다. 제 귀에는 싱크가 100퍼센트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러나 99.9퍼센트만 장담하겠습니다. 음원이라는 ‘데이터’의 정체는 ‘메타데이터’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연·해석 예술’로서 같은 곡이라도 수천·수만 개의 음원이 존재하는 클래식 음악의 경우 더욱 그렇죠. “세상에 투명해야 할 것은 피부만이 아니었더라!”
정체 모를 음원의 정체를 찾기 위한 나름의 고군분투 속에 제가 얻은 또 다른 답입니다.
글 박용완 기자(spirate@gaeksuk.com) 사진 리프앤바인
*새로운 코너의 첫 회인 관계로, 고백하자면 자문자답이 되었습니다. 음악·공연예술에 관한 궁금증이 있다면 주저 말고 ‘객석’ 편집부로 문의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답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