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글 박찬미 사진 카페 콘체르토·최경훈
빠르게 성장한 디지털 사회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법까지 변화시켰다. 세월이 켜켜이 서린 선율을 소스로 하는 클래식 음악도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게 되었으니,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HD 라이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공연을 미전역 극장에 실시간으로 송출하기 시작했고, 베를린 필하모닉은 2008년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공연을 골라 보고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콘서트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세계 여러 연주단체가 잇따라 흐름에 합류했고 한국 공연계도 영상 매체를 통해 ‘방구석 1열’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리가 이것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좋은 공연을 보고 듣고 싶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지만, 매일같이 공연장 출근 도장을 찍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 바, 보다 편하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접근성 높은 강남에 좋은 공연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 줄 공간이 있다. 물론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손쉽게 공연 영상들을 찾아 들을 수 있겠지만, 멀지 않은 곳에 공연장 못지않은 차분한 분위기와 연주의 세밀한 뉘앙스까지 생생히 전달하는 고급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다면 실연의 감동을 느끼기에 훨씬 좋은 환경이지 않겠는가? 이제 엄청난 경쟁률의 ‘피켓팅’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우울해질 필요 없다. 우리에겐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으니,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카페 콘체르토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러 교향곡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카페 콘체르토는 원목의 테이블과 책장, 4.3미터의 높은 층고와 따뜻한 조명으로 음악 듣기 좋은 분위기를 꾸며두었다. 공간 삼면이 책으로 빼곡한 것도 인상적이다. 클래식 음악 카페를 표방하고 있지만, 장르의 구애 없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책들도 이곳을 방문하는 큰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진가는 주말에 펼쳐진다. 매주 토·일요일에 무료로 진행되는 음악 감상회가 포인트. 메디치TV,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 등에 업로드되는 최신 공연 영상을 1·2부로 나누어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고, 영상이 끝나면 연주를 듣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양쪽에 마련된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는 높은 음질의 음원이 흘러나오는데, 150인치 스크린에서 섬세히 변화하는 연주자들의 표정과 손짓을 보고 있노라면 연주의 감동은 배가된다. 연주 영상이 재생될 때는 실제 공연장처럼 암전되고 오롯이 영상과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중간에 입장하는 방문객은 음료 주문을 인터미션 혹은 공연 이후가 되어서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매달 셋째 주에는 역삼 푸른솔 도서관과 함께 하는 독서 토론 프로그램이, 매달 넷째 주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고전 소설을 함께 읽고 토론을 가진 뒤 그와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문학 속 클래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콘체르토’에 방점을 찍고 소개를 이어나갔지만, 이곳은 엄연히 ‘카페’다. 혹 클래식 음악과 친하진 않지만 좋은 카페를 찾다 이곳을 발견하게 되는 이가 있다면, 카페 이름 앞에 적힌 ‘클래식 음악’에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일단 들어와 보시라.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 잔, 책 한 권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흘러나오고 있던 클래식 음악이 자연스레 말을 건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