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맨션나인은 상수역 상권을 비켜나 호젓하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공간은 독립된 갤러리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비스트로 공간, 테라스로 구성된다. 입구에서 비스트로로 가려면 동시대 작가의 그림이 걸린 갤러리를 지나야 하는데, 이러한 동선은 갤러리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고안된 전략이다. 예술을 낯설어하는 사람도 밥을 먹으러 가면서 자연스레 작품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맨션나인이 일부러 주택가 가까이 위치한 것도 일상에서 현대 예술과 만나는 ‘이웃집 미술관’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빨간 네온 간판이 번쩍이는 맨션나인을 낯설어하던 동네 주민들도 이제는 저녁에 맥주 한잔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맨션나인 대표 이영선은 다섯 살 무렵 피아노를 배우며 예술에 눈을 떴다. 부산의 바닷바람이 익숙했던 소년은 그만큼 예술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나고 자란 부산에 문화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가까운 문화공간은 시의 경계를 넘어야 하는 국립경주박물관이었다. 그러니 상상해보라, 대학 신입생이 되어 막 서울에 상경한 그가 느꼈을 ‘문화’ 충격을. 온갖 전시와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그는 누구나 예술을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문화 혜택이 서울로 과도하게 집중된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맨션나인의 태동이 된 셈이다. 앞으로 전국에 맨션나인의 지점을 두어 지역민 역시 한발만 나아가도 다채로운 예술을 즐기게 하는 게 목표다. 장벽 없는 예술을 꿈꾸던 그의 바람은 맨션나인을 통해 예술 수용자를 넘어 생산자, 즉 예술가에게로 확장됐다. 맨션나인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작업하는 젊은 예술가의 자립을 위한 토대가 되고자 한다. 사회적 제약이나 불합리한 업계의 관행 때문에 예술을 포기하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열정과 실력 있는 작가를 발굴해 전시 공간과 기획을 지원하고 작품 거래 수수료도 기존 갤러리보다 낮췄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을 활용한 굿즈를 제작하거나 작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아트와인파티’라는 네트워킹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몇몇 인디밴드와도 협약을 맺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달에는 보사노바 밴드 두 팀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예술 사업에서 이익을 좇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수익의 대부분을 레스토랑 사업에서 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눈을 빛내며 예술로 채워진 공간을 사랑스레 바라보던 대표 이영선에게 물었다. 높은 연봉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마다하고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꿈이었어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다른 한 편엔 제가 좋아하는 예술이 있었죠. 접점을 찾은 거예요. 소수가 즐기던 예술을 대중화할 때, 전시를 준비하면서 행복해하는 작가를 볼 때 많은 보람을 느껴요.” 그의 말처럼 맨션나인에는 자기 앞의 예술을 자유롭게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는 그림과 공연을 보고, 어떤 이는 아트 상품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맨션나인 9월 전시 및 공연 일정
8월 27일~9월 15일 ‘또.다.시.’ 정곤 개인전
9월 17일~10월 6일 ‘미장아빔’전
9월 7일 오후 4시 보사노바 삼바 밴드 보헤미아 공연
9월 28일 오후 4시 보사노바 재즈 밴드 브루나 공연
※ 자세한 일정 및 프로그램은 맨션나인 공식 S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박서정 기자 사진 맨션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