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S EYE
from AMERICA
다시 꿈틀거리는 미국 음악계
메트 오페라를 둘러싼 긴장감
지난해 말,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미주 내 공연단체들의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치 대면 공연을 선포하듯 2021/22 시즌의 일정을 발표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4월 중순을 기준으로, 디트로이트 심포니·볼티모어 심포니·휴스턴 심포니 등이 올가을 시작되는 새 시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코로나로 취소되었던 여름 축제도 재개한다. 보스턴 심포니의 탱글우드 뮤직 페스티벌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블로섬 뮤직 페스티벌, 그리고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앤 스쿨과 브라보 베일 페스티벌(Bravo! Vail Music Festival)이 이번 여름 개최된다. 공연을 재개하는 오케스트라에 비해 오페라 극장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황이다. 대형 오페라 극장으로 분류되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샌프란시스코 오페라·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중 새로운 시즌 일정을 발표한 곳은 아직 없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는 지난 1년 간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사지로 몰린 소속 음악가들과 경영진 사이 여러 루머가 돌았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메트 오페라 소속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뒤 재구성해보았다.
팬데믹 기간 메트 오페라 소속 음악가들의 동향이 궁금하다.
메트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피트를 30여 년간 지켜왔던 비올리스트 한 명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메트 오페라 소속 음악가들은 지난 1년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동료가 뉴욕을 떠났다. 돈 없이는 뉴욕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휴직하고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떠난 동료도 있다. 다행히 한 달여 전부터 극장에서 ‘브리지페이(BridgePay)’를 지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메트 오페라에도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있다고 알고 있다.
7개의 노조가 있다. 업무의 종류와 성격, 근무 일정과 강도에 따라 각자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노조가 생겨난 것이다. 소속된 부서가 다르더라도 모든 노조 구성원은 서로 연대한다. 예를 들어 한 노조에서 파업할 경우, 나머지 다른 노조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는 무대기술팀 노조가 파업 중이다. 노조 수가 많은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현재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재계약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급여가 약 30% 삭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 다만 연주와 리허설이 늘어나면 이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 노동의 강도만 일방적으로 높여서는 안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극장 측은 노동은 늘리고 급여는 줄이자고 요청하고 있다. 오페라 공연 특성상 긴 시간 동안 무대를 준비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경우 장시간 악기를 연주하는 데서 오는 신체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연주자의 건강은 공연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적당한 휴식과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사 간의 협상이 잘 타결되어 적정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리카르도 무티(1941~)와 시카고 심포니, 빈 필하모닉 등이 메트 오페라 소속 음악가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 댈러스 심포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초청해 합동 연주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큰 관심을 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웅장한 오페라하우스, 화려한 세트나 최신 장비를 가리켜 ‘메트 오페라’라고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바로 ‘메트 오페라’다. 유럽의 명성 있는 오페라 극장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정교함을 자랑하는 곳 역시 ‘메트 오페라’다. 메트 오페라의 조직 구조는 마치 비잔틴 제국의 조직 구조 같다. 약속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구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특정 프로덕션을 취소하거나 갑자기 변경할 수도 없다. 여러 사람과 단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하나라도 틀어지면 결국 전체에 영향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메트 오페라의 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동료 단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피터 겔브(1953~) 단장과 극장 음악가들 사이 긴장감이 감돈다는 소문도 있다.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경영진과 음악가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메트 오페라에 몸담은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 대신 이야기의 행간을 읽어달라.
아직 내년 시즌 일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언제쯤 발표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있다.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 9월 20일로 예정된 시즌 첫 공연은 재즈 음악가 테런스 블랜처드(1962~)가 쓴 ‘Fire Shut Up in My Bones’(2019)이다. 대형 프로덕션도 포함되어 있다. 거대한 무대 장치가 필요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같은 작품 등이다. 아직 코로나가 진행 중이라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해외 아티스트의 이동 문제, 그리고 관객 수용 규모 등이 최종 변수가 될 것 같다. 9월이면 상황이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 글 김동민(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