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대전 예술감독 이태백, 산조의 숲을 거닐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3월 1일 9:00 오전

TRADITIONAL

 

산조대전 예술감독 이태백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예인들의 공력 깃든 ‘산조대전’이 펼쳐진다

 

산조의 숲을 거닐다

 

 

산조(散調)는 남도의 무속음악인 시나위를 모태로 하는 기악 독주곡으로, 연주자와 고수가 장단의 틀에 맞춰 연주하는 전통음악의 한 장르다. 여백을 메우는 진양조로 시작해 자진모리나 휘모리로 끝을 맺는 산조는 긴장과 이완의 미학으로 즉흥연주의 백미를 선사한다.

남도에 첫 꽃봉오리가 맺힐 무렵,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산조대전’이 펼쳐진다. 2021년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로 5회차를 맞이한 산조대전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이뤄진 예인들의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김은수(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부수석)의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유희정(전국우륵가야금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의 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 김경아(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박범훈류 피리산조로 첫 공연을 연다. 이외에도 한민택(거문고), 곽은아(가야금) 등 유파별 산조를 잇는 28명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예술감독을 맡은 아쟁 연주자 이태백은 서울시무형유산 아쟁산조 이수자로, 국내 첫 아쟁 전공자로서 긴 세월 묵묵히 명인의 길을 걷고 있다. 박종선과 김일구에게 구전심수(口傳心授)로 아쟁을 배운 그는 스승에게 이어받은 산조에 자신의 가락을 덧대어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철가야금 산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산조에 대한 애정은 산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두루 살피는 산조대전으로 향했다. 첫 회(2021)에 자신의 아쟁산조로 무대에 올랐던 그가 올해는 예술감독으로서 세대별로 계승되는 산조의 계보를 이어간다.

 

 

 

세대를 아우르는 산조의 향연

산조대전은 ‘넓이’ ‘깊이’ ‘성음’ 등 매년 다른 주제로 무대를 선보여 왔다. 5회를 맞이한 올해의 주제는 무엇인가?

산조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했다. 산조대전은 연주자들의 무대와 함께 산조와 관련된 특별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야금 연주자 지순자 선생(3.29)과 대금 연주자 김상연 교수(3.30)의 마스터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산조의 전통과 확장 가능성에 관심 있는 국악 애호가 및 전공자를 대상으로 산조의 정체성에 관한 포럼(3.12)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산조를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 산조와 창작 산조의 차이점, 이들을 구별하는 시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조대전 기간에 관련된 주제로 포럼을 열어 전문가들의 생각을 듣고, 관객의 질문도 받을 예정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산조를 연주하기에 어떠한 공간인가?

객석이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되어있어 연주자가 위압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긴장감으로 인해 좋은 공연을 선보이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연주자의 연륜과 공력이 담긴 소리를 자연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조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공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산조대전은 현존하는 악기들의 산조 유파(流波)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산조가 지닌 전통의 무게와 깊이만큼, 어떻게 해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층의 연주로 관객이 직접 산조의 세대 변화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연주자들을 선정했다. 산조는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이다. 각 세대의 연주자들이 느낀 인생의 희로애락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이번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숨은 고수’들을 다양하게 섭외하고자 했다. 실력 있는 분들을 사심 없이 모시고자 국악계의 고견을 듣고, 연주 영상을 찾아보며 고심 끝에 선정했다.

 

산조의 미학을 마주하다

산조를 들을 때 관객이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산조는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진행된다. 느린 장단에서는 연주자가 음을 느리게 잘 다스리는지, 계면조 성음을 잘 표현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빠른 장단에서는 기교와 속도감에 집중하면 연주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진양조의 여백을 음미하거나, 중중모리의 흥을 느끼거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즐기면 된다.

성음을 즐기는 좋은 관객, 즉 ‘귀명창’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다. 판소리에서 고수가 첫째로 중요하며, 명창은 그다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아쟁을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늘 ‘일청중’을 강조하셨다. 그만큼 청중이 중요하다. 음악을 듣는 관객의 추임새 한마디가 연주자에게는 엄청난 힘이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는가?

제자들에게 종종 국립국악원의 대공연장 예악당을 예로 들며, “예(禮)가 먼저고, 그다음이 악(樂)이지. 악예당이라고 부르지 않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연주자로서 연주도 잘해야 하지만, 먼저 예의와 인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또한, 산조는 모든 국악경연대회에서 연주자의 기량을 평가하는 곡으로 쓰일 만큼 난도가 높은 음악이다. 그만큼 갖은 노력으로 갈고닦아야 하며, 평생 공력을 다져야 한다. ‘소년이노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少年耳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이라고 했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정신을 한곳에 모아서 연주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올해 산조대전을 찾을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다면?

평소 국악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한다. 우리의 전통음악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그 소중함을 느끼고, 국악 애호가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산조가 들려주는 삶의 기억과 울림을 통해 국악의 깊이를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홍예원 기자 사진 서울돈화문국악당

 

이태백 전남 진도 출신으로 추계예술대학 국악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무형유산 아쟁산조 이수 및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판소리 고법 이수자이며, 현재 목원대 음대 국악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2025 산조대전

3월 12~30일 서울돈화문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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