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CONTEMPORARY + ORCHESTRA | 지휘자 진솔 & 작곡가 김현민 ➋ CONTEMPORARY + CREATIVE | 지박 & 문소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2월 9일 9:00 오전

ART COUNCIL ➊ CONTEMPORARY + ORCHESTRA

 

ARKO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7회 한국창작음악제(양악)

 

지휘자 진솔 & 작곡가 김현민

한국 창작곡 공모전에서 뽑힌 5명의 작곡가가 펼치는 축제

 

진솔(1987~) 한국예술종합학교·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게임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을 이끌고 있다. ‘말러리안’ ‘아르티제’ 예술감독, 대구국제방송관현악단 상임지휘자, 팔레르모 클래시카 국제음악제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현민(2006~)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했고, 11살에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 작곡 신동으로 출연한 바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이며, 2025년 중앙음악콩쿠르 작곡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관현악곡의 향연이 펼쳐지는 매우 특별한 공연, ARKO한국창작음악제가 열린다. 앞서 1월 27일 이승훤/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국악부문이 공연됐고, 오는 2월 6일 양악부문에서는 다섯 곡의 창작곡이 진솔의 지휘와 국립심포니의 연주로 무대(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획사업으로 시작된 ARKO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는 한국 창작곡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시작됐다. 개인이나 민간 단체 규모에서는 어려운, 대규모 오케스트라 곡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마다 공모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국악부문이 신설, 국악관현악곡들도 연주되고 있다. 올해로 17회가 개최되며 현재까지 129명의 작곡가가 아창제를 통해 181곡의 관현악 작품을 발표했다. 양악부문에서는 5명의 작곡가 김신·김현민·오용철·조윤제·최지운의 창작곡이 오른다. 공연을 앞두고 지휘자 진솔, 아창제 최연소 당선자인 김현민 작곡가와 대담을 나눴다.

 

진솔 지휘자는 학부 전공이 합창 지휘였죠. 레퀴엠 시리즈나 올해 연주 예정된 말러 교향곡 2·8번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입니다.

진솔 오자와 세이지의 ‘카르미나 부라나’ 지휘를 보고 반해서 합창 지휘로 대학에 지원했죠. 지금도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맞물려 있는 걸 좋아하고요. 저는 말러의 작품으로 시대적 연결이 돼 있는 느낌이 들어요. 시대적 고민과 양상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풀어내는 게 예술가죠.

시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음악을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군요?

진솔 많은 것들이 예술이 되고 있어요. 동시대성을 이해하면서 파트너십을 맺는 것처럼 서로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아창제도 꿈꾸는 연출가들의 무대연출이 있었으면 합니다. 조금 더 젊은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초연곡이나 신작은 기존에 알려진 음악이 아니라서 지휘가 고전음악과는 다를 것 같습니다.

진솔 작곡가는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해주길 원하고, 연주자들은 자신들을 잘 설계해 실수하지 않고 끌고 가주길 바라죠. 이를 조율하는 게 현대음악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새로운 음악의 얼굴을 찾다

이번 아창제에서 지휘할 곡들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진솔 김신 ‘스즈키 씨의 모험’은 작곡가가 생각한 이야기의 표현이 재밌어요. 김현민의 ‘춤의 잔해’는 왈츠 토막들이 나열돼 있기도 하고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왠지 아는 음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영철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클라리넷을 매우 잘 활용해서 보여줄 게 많은 곡이고, 조윤재의 ‘고래’는 고래 소리를 모방하고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있어서 공감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최지훈 ‘이시미’는 사람을 도와주는 이무기라고 하는데, 아쟁에 이무기처럼 연주하라는 ‘S’자 모양의 특별한 지시도 악보에 있습니다.

창작곡들이지만, 그 안에서 “아는 음악이 들린다”고 언급했는데, 혹시 기존 곡을 인용했나요?

김현민 인용은 아니고, 제가 좋아했던 작곡가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왈츠는 어렸을 때 써둔 것인데, 당시 쇼팽이나 스크랴빈, 모슈코프스키 등의 피아노 곡에 매료되어 그들이 쓴 왈츠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작곡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현민 원하는 음악적 표현이나 사운드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저의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입니다.

그렇다면 ‘춤의 잔해’가 표현하고자 한 이상은 무엇인가요?

김현민 약간 굴절되거나 일그러진 어떤 조성적 세계가 가장 큰 키워드죠. 그러면서도 음악적 밀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2관 편성의 관현악곡에서 타악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팀파니는 빠져있습니다. 어떤 의도인가요?

김현민 타악기 연주자는 세 명이지만, 팀파니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거의 뺀 것에 가깝습니다. 너무 두텁지 않은 음향이었으면 했어요.

본인의 작품 중 ‘3개의 김소월 가곡’(2023)이나 피아노곡 ‘급격히 미끄러지듯이’(2024)의 음향적 방향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민 화성적 측면에서 약간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시할 만한 음악 2½’(2025)과 작곡 시기가 비슷해서 성부들을 운용하는 특징도 연결될 것 같은데요?

김현민 성부가 세분화가 되는 방식 자체는 닮은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곡들에서 사용한 재즈의 요소는 없습니다.

 

미래의 음악은 결국, 사람

예전에 진솔 지휘자가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보고 즐긴 걸 표현하는 건 자연스러운 예술 행위”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과거에 쓴 곡을 재료로 사용한 김현민의 작품이 여기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진솔 만화 캐릭터가 미술 작품에 녹아들어 있는 걸 봤어요. 서사가 분명하고, 모두가 설득되어 결과물이 좋을 때 사람들은 예술 작품으로 인식하더군요. 제가 게임 음악을 하는 것도 어렸을 때 즐겼던 것을 예술화한 것이죠. 저는 인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본주의로 가야 돼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를 어떻게 설득하고 싶고, 그걸 음악으로 선보여서 거기에 매료되는가가 중요합니다.

인본주의가 새로운 음악이 지향할 방향이라고 보는군요?

진솔 그렇게 바뀔 거예요. 과거에는 배운 것을 보여줘야 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는가를 방향으로 보게 되요. 지금 작곡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바흐도, 애니메이션 음악 작곡가도 될 수도 있어요. 이것도 시대적인 거죠. 이 차이가 아창제에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현민 저도 현대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 있지만, 많은 장르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아요. 저희 세대에서 좀 더 장르적인 게 깨질 것 같기는 해요.

진솔 앞서 소개한대로 이번 아창제에도 신기한 요소들이 있어요! 아창제가 더 다양한 방향으로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죠.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ARKO한국창작음악제 추진단

 

PERFORMANCE INFORMATION

제17회 ARKO한국창작음악제(양악부문)

2월 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진솔(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ART COUNCIL ➋ CONTEMPORARY + CREATIVE

 

ARKO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음악)

 

지박 & 문소문

젊은 창작자가 말하는 기회와 영감, 그리고 생존

 

지박(1986~) 클래식 음악을 첼로 전공으로 시작,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현대음악 석사과정을 밟았고, 홍익대에서 영상디자인 석사과정을 밟았다. 대중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음반·미디어아트·영화음악 분야와도 협업한다. ‘지박컨템포러리 시리즈’를 통해 다원예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음악듀오 문소문 뮤지션 카코포니(김민경)·기타리스트 김일로가 결성한 2인조 음악 듀오. 2020년 1집 ‘붉은 눈’을 발매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생애첫예술가 지원사업 선정작인 음악극 ‘불꽃처럼 피는’(2023)을 선보였다. 2024년 기형도 음악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연초가 되면 약 두세 달에 걸쳐, 참신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이 공연장을 채운다. 연중 가장 활발하게 초연 작품이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벌어지는 이 현상은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하 창작산실) 때문이다. 총 6개 부문(음악·연극·뮤지컬·무용·오페라·전통예술)에서 34편의 신작이 오르게 될 올해, 음악 부문에서 독특한 작업으로 시선을 끄는 두 예술가, 지박과 문소문을 만나보았다.

지박은 다양한 장르와 활발히 협업하는 음악가로, 이번 공연에선 현대음악과 전통, 재즈의 결합으로 ‘삼각’을 구축한 ‘Vol.25-휴명삼각’(2.6~8/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선보인다.

음악듀오 문소문은 기타리스트 김일로, 뮤지션 카코포니(김민경)이 모여 만든 그룹이다. 음반을 만들면서 결성된 이 팀은, 음반에 담긴 메시지를 무대화하는 데에 성공하며 자신들만의 음악극을 선보인다. 3월 13~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를 문소문의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은 이들의 2집 음반을 기반으로 탄생한 음악극이다.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일은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장르도 융합되어 있고, 개념도 다양해 설명은 길어지는데, 막상 그 실체는 전달이 안 되는 것 같거든요. ‘어떤 장르’를 바탕으로 ‘무엇과 협업하는’ 예술가인지를 여쭤보면, 조금 이해하기 쉬운 답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박 질문의 의도와 전혀 다른 대답인데, 저는 ‘무엇과 무엇의 경계에 서 있는 음악’이랄까요. 그런데 그 ‘무엇’이 늘 변해요. 국악, 미디어아트, 전자음악, 무용까지 뭐든 좋은 협업자를 발견하면 움직이는 편입니다. 저는 ‘끝과 끝은 통한다’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결국 모두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소문 저희는 ‘문소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게 의미인 것 같아요. 각자 카코포니(김민경), 기타리스트 김일로로 일렉트로닉, 포크나 락 블루스 장르의 개인 작업을 하는 두 뮤지션이 ‘소문을 전하여 듣고(문소문)’, 이 시대에 필요한 소문을 퍼뜨린다는 개념입니다. 각자의 장르가 겹치지도 않는데, 일로의 기타 리프에 민경의 노래가 쏟아지듯이 나오면서 만들어진 팀입니다.

역시, 한 번에 설명하는 것은 욕심이었군요.(웃음) 그렇다면 음악 작업 방식을 여쭤보지요. 문소문은 싱어송라이터로 알고 있었는데, 음반을 기반으로 공연까지 만드는 특이한 작업 형태를 보입니다.

문소문 앞서 말했듯 저희는 각자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인데요, 이상하게 ‘문소문’이라는 이름 아래 만나면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게 되요. 작업의 시작은 불편한 감정, 혹은 해소되지 못한 마음이랄까요. 2020년 1집 ‘붉은 눈’을 만들었을 때는 온라인에서 마녀사냥 하듯 너무 쉽게 사람이 매도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었어요. 잔혹 동화처럼 풀어내 담았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음반이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음반을 재료로 음악극 ‘불꽃처럼 피는’(2023)을 만들게 됐고, 그 공연의 경험이 저희에게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2집은 처음부터 음반과 공연을 함께 염두에 두고 작업했고, 그렇게 이번에 두 번째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창작자와 지원 사업의 공존법

창작자들은 늘 시대와 예술을 향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를 꺼내 세상에 내보이며 예술이 탄생하지만,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생명체를 잉태한 듯한 돌봄이 필요하다.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는, 즉 무대에 올라 동시대 관객에게 감상되는 순간 비로소 예술은 완성된다. 이 예술의 탄생을 위해, 창작자들은 부지런히 안전한 산실을 찾는다. 영감이 ‘기획’의 형태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단계에 이르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전 이를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실현해줄 수 있는 지원사업을 찾는 게 오늘날 창작자들의 작업 순서가 됐다.

2008년 ‘창작팩토리’로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은 2013년 ‘창작산실’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올해까지 총 366편의 신작을 만들었으며, 올해에도 연극 ‘빵야’, 임이환 ‘민요 첼로’, 창극 ‘살로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등 최근 2~3년간 창작산실에서 선정된 작품이 각지의 공연장에서 재연되며 사업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창작자 입장에선 지원 사업에 어떤 이점이 있다고 느끼나요?

문소문 예술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히 있을 때, 지원 사업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죠. 이번 공연만 해도 현악 주자만 10명 쯤 등장하는 편성을 짰는데, 제 혼자 힘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이런 공연은 불가능하죠. 이런 아이디어를 일단 실행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기회 같아요.

지원 사업이 계속 좋은 방향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창작자들의 피드백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나요?

문소문 사실 예술 세계관이 확고한 누군가가, 서류 작업까지 잘 해야 사업에 선정되는 거잖아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사실 누군가의 앞에서 내 예술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게 버겁죠. 실연 심사 끝나고 나오자마자 술 정말 많이 마셨어요.(웃음)

지박 저도 지원 사업 공연을 계속 했는데, 그만큼 많이 떨어져도 보면서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너무 공감돼요. 그러나 힘들더라도 꾸준히 계속 지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 번에 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차곡차곡 쌓는 거죠. 올해 창작 산실에서 2차 제작지원 사업을 하는 것처럼, 공연이 바로 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더 많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미래의 노인, 그리고 재즈와 서도민요

지박컨템포러리시리즈 ‘Vol.19-백남준’

재연의 기대를 품고, 다가올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문소문의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문소문 이번에 저를 불편하게 한 것은 AI에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모든 한계, 심지어 죽음까지 극복한 미래라면 그 세계관에서 노인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은 큰 용기가 있는 인물이겠죠. 그 미래의 마지막 노인이 문소문에게 전해준 이야기를, 저희가 전달한다는 콘셉트입니다. 기술 발전의 혼돈을 표현하려고 일렉트로닉적인 음악을 많이 쓰기도 했고, 공연 후반부에선 현악 오케스트라를 비중 있게 두고 편곡도 해봤습니다. 이런 류의 음악은 10년 쯤 더 지나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왔고, 그래서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작년 내내 음악 만드는 것만 씨름한 것 같아요.

지박 씨의 작업은 ‘지박컨템포러리’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시리즈 내에서 협업한 장르가 음악을 넘어 전시, 영상까지 정말 다양하고, 시리즈도 26까지 이어져왔어요. 자리 잡은 작업 방식이 있나요?

지박 공연의 주제는 2~3년 정도 제 마음에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고, 정리가 좀 된 것 같으면 작품에 어울릴 연주자나 비주얼 등을 생각해서 지원 사업으로 기획을 내는 편이에요. 작곡을 시작하면 혼자 방에 틀어박혀 1~2개월 정도 걸리고, 이후론 다듬는 데에 주어진 시간을 쓰죠. 연주는 주로 VRI 콰르텟 멤버들과 10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리허설 과정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에요.

이번에 선보이는 지박컨템포러리 ‘휴명삼각’은 동명의 음반이 이미 발매되어 있습니다. 현대음악과 민요, 재즈가 결합되어 있고 소리꾼 추다혜도 함께해 기존의 음반에 비하면 이지 리스닝에 가깝다고도 느꼈어요.

지박 초반에는 미디어아트나 무용 같은 장르 협업자와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최근 3~4년 사이에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휴명삼각’은 국악방송에서 듣기 어렵지 않은 편인 짧은 연주를 약 1년간 했던 것이 스케치가 되었고요. 최근에 푹 빠진 서도민요, 재즈의 리듬을 적용해보는 작업이 더해지게 됐습니다. 공연에선 처음으로 연출가를 따로 두어봤어요. 음원보다는 조금 더 현대음악적인 요소들을 넣어 공연을 완성할 것 같아요.

문소문 ‘불꽃처럼 피는’ 중 ‘붉은 눈’

초연을 관람할 관객들에게, ‘이런 마음으로 좌석에 앉아있다면 우리의 작품과 핀트가 잘 맞을 것 같다’는 힌트를 준다면?

문소문 몰입을 위한 약간의 장치를 극 초반에 두었어요. 이 공연이 미래로 전달되고 있다는 설정이죠. 편하게 오셔서 저희가 준비해둔 세계관으로 따라와 주시면 된답니다.

지박 저희 공연은 스트링 콰르텟과 경기 민요 소리꾼 두 명, 서도 민요 소리꾼 한 명이 등장합니다. 노래와 반주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이 7명의 연주자들을 모두 솔리스트로 인식하고 들어준다면 각 연주자의 음악이 들릴 겁니다. 미니멀한 연출도 곁들였으니 유심히 봐주시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남기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지박 가까운 일정으론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선보일 ‘붉은 지구’라는 공연이 또 있어요. 28인조의 큰 편성에 속해서 ‘휴명삼각’이 끝나는 대로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요. 길게 본다면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작이었던 오페라 퍼포먼스 ‘썬앤씨’처럼, 공연장을 벗어난 새로움을 제시하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 공연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는 게 꿈입니다.

문소문 저희는 내년 초까지 해외에서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볼 계획이에요. 음반이 발매되면, 그에 해당하는 공연이 있는 팀으로 각인되는 것. ‘문소문’이라는 이름만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람이고요. 창작산실이라는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여기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게 그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지박 저 한 가지 포부가 더 있는데…. 제 창작산실 공연에 객석이 가득 차는 것이에요.

문소문 앗, 저희도요. 부디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길!

허서현 기자 사진 PRM

 


 

PREVIEW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지금 막 탄생했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이하 창작산실)은 동시대성·다양성·수월성·실험성을 기준으로 총 34편이 선정됐다. 연극 7편, 뮤지컬 7편, 무용 8편, 음악 5편, 오페라 2편, 전통예술 5편이며, 앞서 1월에 공연된 작품을 제외하고 2~3월에 걸쳐 약 20편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2월, 연극 부문에선 ‘프로젝트 세사람’이 선보이는 ‘멸종위기종’(2.6~15)이 공연된다. ‘종의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현상 속에서, 이를 바라보는 우리 ‘시선의 다양성’ 또한 부족함을 짚으며 결국 우리가 잃어가는 것을 조명한다. 무용 부문에선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AWAKEN’(2.6~8)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오로라 공주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발레를 선보이고,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의 ‘멜팅’(2.12~14)은 ‘빙하 녹아내림’을 소재 삼아 관객을 기후 위기의 참여자로 이끈다.

음악 부문에선 최혜연의 ‘비-음악적 비-극들’(2.12~14)이 음악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전통예술 부문에선 잠비나이가 판소리 ‘적벽가’ 속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 ‘적벽’(2.27·28)으로 몰입감 있는 장면을 선사한다. 허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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