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HOT GERMANY Opera
카셀 슈타츠오퍼 ‘박쥐’ 4.26~6.26(초연 1.31)
‘오페레타’와 ‘파티’ 사이에서
이머시브 오페라의 실험! 무대로 초대된 관객들은 흥에 취했지만, 음악은 힘을 잃었다

©Isabel Machado
평소처럼 티켓을 예매하려고 카셀 슈타츠오퍼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좌석을 고르려는 순간, 잠깐 멈췄다. 좌석 구분 사이에 낯선 이름들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드벤처’ 좌석, ‘오를로프스키 공작 무도회’, 그리고 가장 비싼 ‘오를로프스키 공작 무도회 프리미엄’ 좌석이 따로 존재했다. 좌석 배치도를 보니 이 특별한 좌석들은 모두 무대 위에 배치되어 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관객이 무도회 장면에서 직접 춤을 출 수 있고, 공연 중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오를로프스키 이름이 붙은 좌석에는 고급 스낵과 젝트(독일 탄산와인)가 제공되며, 프리미엄 좌석에는 1인당 샴페인 두 잔이 추가된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속에서 만인이 그토록 참여하고 싶어 하는 오를로프스키 공작의 파티를 그대로 옮겨 놓은 셈이다. 공작 역시 술에 취한 채 이렇게 노래하지 않는가. “즐기지 않는 자는 내 집 밖으로 던져버리겠다.”
#장면1 “좌석이 회전한다고?”
조용히 공연을 감상하고 싶은 관객은 일반 객석을 선택한다. 그런데 객석 입구에는 뜻밖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좌석이 회전하니 주의하세요.” 영화관의 4DX도 아닌데, 오페라에서 좌석이 움직인다고?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고 왈츠가 연주되자, 무대 위 특별 좌석의 관객들은 이미 알코올에 흥이 오른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객석은 리듬에 맞춰 파도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이 비현실적인 경험이 어떻게 기능해졌는지는, 잠시 뒤에 살펴보자.
#장면2 “모든 것이 낯설고 희한하다!”
다시 공연 전으로 돌아가자. 좌석을 찾아 입장하니, 무대 위는 이미 시끌벅적하다. 오케스트라는 진작부터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고, 한 여성이 걸걸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자세히 보니, 관객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 그것도 라데츠키 행진곡에 마카레나를 추는 것을 오페라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후 3막에서 이 여인은 간수 프로슈로 정체가 밝혀진다. 전통적으로 남성 코미디언들이 맡아온 역할이었지만, 이번에 프로슈 역을 맡은 여배우 티나 프푸르는 단연 이날의 스타이자, 공연의 중심이었다. 여성의 성적 주도권을 전면에 드러내는 랩 퍼포먼스를 무용 앙상블과 함께 펼치며, 무대를 순식간에 힙합 콘서트로 바꾸어 놓았다.
작품의 급진성은 극장의 구조에서 나온다
카셀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역사를 지닌 도시 중 하나다. 이미 400여 년 전 상설 극장이 세워졌고, 카셀 국립 오케스트라의 전신인 궁정악단은 1502년에 창설되었다.
그러나 역사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보수적이거나 고루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카셀은 오히려 늘 파격을 실험해 온 도시였다. 지난해 한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연출을 맡았던 로렌초 피오로니도 카셀에서 숱하게 파격적인 연출을 거듭한 바 있다.
카셀 오페라하우스가 보수 공사에 들어가면서, 도시는 예상 밖의 선택을 한다. 공사 기간 동안 기존 공간을 대체하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인테림’(INTERIM)이다. 단 16개월 만에 완공된 이 극장은, 독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빠른 속도로 지어졌다.
850명을 수용하는 인테림은 모듈형으로 설계되어, 해체 후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공간의 구성은 급진적이다. 사방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객석은 회전한다. 작품에 따라 무대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 관객이 거대한 스크린을 향하기도 한다. 따라서 360도의 시선이 가능하며,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느슨하다.
2025년 11월에 개관한 인테림의 첫 작품은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크루즈선이라는 설정에 정치적 상징, AI 영상까지 모든 요소가 동원되었다. 기술적으로는 놀라웠다. 움직이는 객석은 실제 파도까지 구현했다. 그러나 결과는 절반의 성공. 과잉된 이미지와 개념은 통제되지 못했고, 결국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산만함”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Isabel Machado

©Isabel Machado
카셀 오페라의 실험실과 미래는?
반면 이번 ‘박쥐’는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주었다. 작품이 지닌 유희성과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이 공간과 정확히 맞물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은 관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 점이다. 무대 위 관객은 더 이상 관객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파티의 일부로서 극과 함께 움직였다. 공연 내내 웨이터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서빙을 했으며, 춤이 이어지고, 극과 현실의 경계는 사라졌다.

©Isabel Machado
2막 말미, 모두가 취해 하나가 되는 장면인 ‘형제들이여, 자매들이여’는 더 이상 극 속 이야기로 남지 않았다. 그순간, 극장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작동했다. 분명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박쥐’였다. 이렇게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박쥐’는 본 적 없다. 하지만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 작품 ‘아이다’에서도 그랬듯이 이 극장에서 가장 쉽게 희생되는 요소는 음악이었다. 시선이 분산되는 구조 속에서 음악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키릴 스탄코브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집중력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흐트러지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음향 역시 전통적인 오페라하우스와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공연 내내 계속 의문이 들었던 점도 이 요소다. 모든 가수가 대사를 위해 마이크를 착용하는 상황에서, 과연 아리아까지 온전히 오페라적 울림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결국 시각을 위해 청각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오페라의 발전에 어떻게 작용할까?
인테림은 향후 최소 5~6년간 카셀의 임시 오페라하우스로 기능할 예정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 카셀에서 오페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확실한 것은 과거보다 관객들은 더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도파민의 쾌락이 유지되려면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과연 이곳은 끝없는 자극의 경쟁 속에서 음악을 사수할 수 있을까. 이 공간은 새로운 오페라의 모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실험에 그칠 것인지 궁금해지는 저녁이었다.
글 오주영(성악가·독일 통신원) 사진 카셀 슈타츠오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