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

예술에서 발견한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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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4월 1일 9:00 오전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도취되어 내 마음은 미소 짓네.

밤이여, 낮보다 달콤하게,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서

우리의 사랑을 실어가네.

이 행복의 안식처를 떠나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네.

따사로운 산들바람이여,

우리 마음을 쓰다듬고

우리에게 달콤한 입맞춤을!

아!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중 뱃노래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시인 호프만이 사랑했던 세 여인 올림피아, 줄리에타, 안토니아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중 3막의 처음을 장식하는 뱃노래는 줄리에타와 호프만의 친구 니콜라우스가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이중창이다. 거창한 의미를 지닌 곡이라기보다는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흥얼거리는 노래 정도로 활용된다. 니콜라우스 역할은 극 중 남성이지만 실제 오페라 공연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한 채 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들리브 오페라 ‘라크메’ 중 ‘꽃의 이중창’,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과 함께 유명한 여성 듀엣곡으로 꼽힌다.

이 노래는 1997년 개봉 이후 2016년 재개봉한,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되어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았다. 오펜바흐는 100여 편에 달하는 오페레타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남긴 단 한 편의 오페라가 ‘호프만 이야기’다. 베니니는 가벼운 오페레타가 아닌 오페라를 영화에 삽입함으로써 좀 더 밀도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 귀도가 그녀를 따라 들어가게 되는 곳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가 상연되는 극장이다. 뱃노래를 듣는 귀도는 도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감된 귀도는 독일군 만찬 파티에서 서빙을 돕다 우연히 ‘호프만 이야기’ LP판을 발견하게 되고, 아내 도라가 있을 수용소 내 어딘가를 향하여 확성기로 뱃노래를 튼다. 유대인 작곡가의 음반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실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더욱 인상 깊은 장면이다. 오펜바흐는 유대인으로, 본명은 야콥 에베르스트였다.

글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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