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인 서울’

톈진 줄리아드 스쿨의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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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0월 14일 9:00 오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단체와 유수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을 보기 어렵지 않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줄리아드가 중국 톈진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톈진 줄리아드 스쿨(이하 TJS)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석사 과정과 8~18세를 대상으로 하는 예비학교가 있으며, 일반인을 위한 교양과정도 마련되어 지역 사회의 문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예비학교는 이미 올해 9월에 수업을 시작했으며, 석사 과정은 현재 공사 중인 건물이 준공된 후인 2020년 9월에 시작될 예정으로, 현재 홈페이지에서 원서를 모집 중이다. 학과는 관현악(orchestral studies)과 실내악, 피아노 반주 전공으로 개설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졸업 시 본교와 동일한 미국 석사 학위를 받을 뿐만 아니라, 기숙사가 운영된다는 점 또한 이 학교의 장점이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임용되었으며, 본교 교수도 방문교수로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학생 교환 프로그램 없이도 TJS 학생은 톈진과 본교 교수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매력을 지닌 TJS는 아시아 음악계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이렇게 TJS가 문을 열면서 TJS의 교수들로 구성된 톈진 줄리아드 앙상블(TJE)이 ‘줄리아드 인 서울’(9월 19일 오후 7시 일신홀)이라는 타이틀로 음악회를 열었다. 학장으로 부임한 웨이 허(Wei He)를 비롯해 한국인 교수인 하피스트 김경희, 첼리스트 김연진, 퍼커셔니스트 한문경, 그리고 앙상블 디토에서 활약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더블베이스 연주자 다쑨 장(DaXun Zhang) 등 여러 정상급 연주자가 참여했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김현아, 비올리스트 김상진, 피아니스트 유영욱, 첼리스트 박상민 등 국내에서 연주자와 교육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인 줄리아드 졸업생들도 함께했다. 음악회는 장 크라의 ‘플루트, 하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5중주’로 문을 열었다. 크라는 삶의 대부분을 해군 장교로 지내며 바다에서 작곡했기 때문에, 생전에 그의 음악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의 고향인 브르타뉴 지역의 향취가 만드는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5중주는 플루트와 하프의 섬세한 표현과 현악기의 독특한 화음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TJE는 브르타뉴의 지역색과 프랑스적인 세련미를 균형 있게 표현했다. 다음으로 펜데레츠키의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위한 2중주’가 이어졌다. 음의 극단에 위치한 두 악기가 자신의 장기를 뽐내며 조화와 대결을 벌이는 작품이다. 웨이 허와 다쑨 장은 복잡하게 뒤얽히는 이 작품을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듯 풀어나가며, 음악으로 한판 놀았다는 호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펜데레츠키의 후기작들이 갖는 정서적 무게감과는 거리가 있는 해석으로, 오히려 이 곡의 음악적 효과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TJS 조감도

골리호프의 ‘첼로와 마림바를 위한 마리엘’은 개인적인 비극이 녹아있지만, 아픔보다는 위로가 중심에 있다. 엄숙한 종소리와 같은 한문경의 마림바와 만가(挽歌)를 연주하는 김연진의 첼로는 가사가 없어도 마음 깊이 와닿는 풍부한 내러티브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곡은 18세기 중반의 폴란드 작곡가 크로굴스키의 ‘피아노와 목관, 현악을 위한 8중주’로, 졸업생 중심으로 연주되었다. 음악적 내용은 관현악 규모에 필적했으며 독주와 앙상블을 오가는 구성은 콘체르토 그로소를 연상시켰다. 솔리스트들의 출중한 극적 표현력으로 거침없는 앙상블을 만들었으며, 공연의 피날레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음악회는 TJS를 홍보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과 중국의 더욱 활발한 예술적 교류를 꾀하는 시간이었으며, 또한 아시아 음악과 서양 음악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번 공연에 한국과 중국 작곡가의 작품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는데, 앞으로 연주자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INTERVIEW

바이올리니스트 웨이 허

(톈진 줄리아드 스쿨 학장)

 

톈진 줄리아드 스쿨(TJS)이 음악 분야로 먼저 문을 연다.

톈진 줄리아드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내게 행운과 축복이다. 프로젝트의 선구자가 된다는 것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비전을 구현하며 앞으로의 모습을 형성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톈진 줄리아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TJS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 학위를 수여하는 중국 최초의 음악원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에서 공부해본 경험으로, 두 교육 시스템과 접근 방식이 서로를 잘 보완하리라 생각된다.

현재 예비학교를 운영 중이고, 내년 9월부터는 석사 과정이 시작된다고 들었다. 어떤 학생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나.

우리는 틀에 갇히지 않은 모험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학생,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 사회 관심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는 학생을 찾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스승으로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먼저 그들의 흥미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 싶다. 훈련을 통해 연주 실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음악에 흥미와 열정을 가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것이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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