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음악 콩쿠르 가이드 (2)

COMPETITION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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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4월 6일 9:00 오전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grandprixmariacallas.com THE INTERNATIONAL MARIA CALLAS GRAND PRIX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하나로 꼽히는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기념하기 위해 1977년부터 시작했다. 피아노와 성악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성악 부문 참가 자격으로는 여자 31세, 남자 33세까지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18~32세가 참가하는 피아노 부문은 모차르트, 베토벤 작품을 포함한 7곡의 협주곡과 리사이틀 무대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그리스의 첫 여성 지휘자이자 아테네움 국제문화센터와 음악원을 설립한 룰리 사이츌리(1943~2015)가 만들었다. 최고의 음악교육을 제공하고 문화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의 음악·정치·사회 분야의 유명인들을 모으는 데 성공한 그가, 이것을 바탕으로 피아노와 오페라, 오라토리오-리트를 위한 콩쿠르를 만든 것. 한번 반짝이고 말 연주자가 아닌, 다양한 면모를 갖춘 아티스트를 만든다는 것이 콩쿠르의 목표다. 성악가들의 등용문이 되는 만큼 역대 한국인 수상자도 많다. 테너 조효종(1999)·소프라노 에스더 리(1999)·베이스 손혜수(2003)·소프라노 이윤정과 테너 이재식(2009)이 우승을 차지했다. 소프라노 서선영이 우승한 2011년에는 모든 부문의 1~3위에 한국 성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한국인 바리톤 4명이 마지막 3차 본선에 올라 한국인끼리 경쟁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해 문정현이 1위 없는 2위, 양태중 3위, 이응광과 허종훈이 공동 4위를 석권했다. 성악 부문 입상자는 2014년과 2017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피아노 부문에서도 2002년 이용규가 대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이미연이 3위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주최 측의 사정으로 피아노 부문이 개최되지 못한 것에 이어, 올해 성악 부문 또한 아직 그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미라

 

오스트리아 베토벤 콩쿠르 beethoven-comp.at INTERNATIONAL BEETHOVEN PIANO COMPETITION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베토벤에게 특별한 도시다. 하이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교향곡 2~6번과 피아노 협주곡 3·4번 등 여러 걸작을 탄생시키며 생애 대부분을 지낸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딴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피아노 콩쿠르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으며 빈 국립음대 주최로 개최된다. 올해 콩쿠르에는 40개 국가에서 총 23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뉴욕·도쿄·베를린·빈에서 오디션이 열렸고, 비디오 오디션이 진행되기도 했다. 본선에 진출한 34인의 참가자들은 5월 중 경연을 펼친다. 이 중 12명이 준결선에 진출하며, 최종 결선에 진출한 3인은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연주한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잘츠부르크 카메라타와의 협연 기회가 주어진다. 잘츠부르크 카메라타는 195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공동 설립한 음악학자 베른하르트 파움가르트너(1887~1971)의 또 다른 유산이다. 지휘자 로저 노링턴과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이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지휘는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1977~)가 맡는다. 2021/22시즌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 인물이다. 이번 경연에는 한국의 김다솔·김민영·박민재·박연민·박지은·원아영·이신혜 등이 본선 진출했다. 모든 무대는 콩쿠르 공식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박찬미

프랑스 오를레앙 콩쿠르 oci-piano.com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OF ORLEANS

프랑스의 오를레앙은 이천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길다는 루아르 강 일대에 있으며, 많은 왕들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주요 관광지가 됐다. 이 유서 깊은 도시에 현대 음악 콩쿠르가 있다는 건 꽤 흥미롭다. 오를레앙 콩쿠르는 20~21세기에 작곡된 피아노 작품만을 다룬다. 이 콩쿠르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파리 고등음악원의 교수인 프랑수아 티나가 1989년에 창설했다. 성인을 위한 정규 콩쿠르는 짝수 해에, 청소년을 위한 콩쿠르는 홀수 해에 개최된다. 다른 피아노 콩쿠르와는 달리, 분명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서 빠른 시간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콩쿠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2년에는 티나와 친분이 있는 작곡가 진은숙이 오를레앙 콩쿠르에 2천 유로를 기부, ‘윤이상 상’을 신설해 화제를 모았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상이다. 그동안 한국인 연주자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상위 입상은 2010년 피아니스트 길예진이 2위를 받은 게 처음이다. 이후 2014년에는 어자혜가 상송 프랑수아 상을, 지유경이 윤이상 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조현준이 2위를 하며 다시 상위권 기록을 세웠다. 참가자들은 1900년 이후 작곡된 작품 중에서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지정곡은 동시대 작곡가에게 위촉한 신작이다. 매회 콩쿠르를 통해 탄생한 작품은 결선 무대에 오른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는 영광을 누린다. 14회를 맞은 올해 콩쿠르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파스칼 두사핀의 피아노 작품 제3번 ‘검은 편지들(Black Letters)’이 초연될 예정이다. 올해 콩쿠르는 4월 16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지며, 총 30명의 본선 진출자가 기량을 펼친다. 박찬미

 

프랑스 리옹 콩쿠르 pianofestivallyon.com LYO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리옹은 프랑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해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인 바로 이곳에서 리옹 피아노 콩쿠르가 열린다. 리옹 고등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스베틀라나 에가니안이 2009년 창설한 콩쿠르는 개최 이래 11년간 약 50개국의 650명이 거쳐 갔다. 올해 경연은 7월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며, 17~35세 사이의 참가자가 경연을 펼친다. 심사위원으로는 알베르트 맘리프(1974~)를 포함해 모두 8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다. 본선 무대는 총 4번에 걸쳐 펼쳐진다. 1차와 준결선 무대는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성해 선보이고, 결선 무대는 리사이틀과 협연 무대로 나뉜다. 리사이틀 무대에서는 한 곡 이상의 스크랴빈 작품을, 협연 무대에서는 주최 측이 선정한 협주곡 중 하나를 선택해 1악장을 연주해야 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안나 페도로바(2012), 예브게니 스타로두브체프(2013), 파벨 카노프(2017) 등이 있으며, 한국인으로는 김예담이 2011년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김민준(2위/2014), 오연택(3위/2015), 최영선(3위/2018) 백은희(5위/2018), 박연민(1위/2019)이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찬미

프랑스 그랑프리 드 샤르트르 오르간 콩쿠르 orgues-chartres.org/international-competition GRAND PRIX DE CHARTRES ORGAN COMPETITION

오르간계의 올림픽! 오르간 애호가였던 피에르 디도(1921~2001)는 1970년 샤르트르 그랑 오르간 협회를 설립했다. 이후 1971년,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의 전폭적인 지지로 오르간을 위한 콩쿠르 그랑프리 드 샤르트르를 발족했다. 디도는 1964년 샤르트르 대성당 오르간을 보수하기 위해 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오르간을 향한 그의 열렬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콩쿠르는 오르간 음악의 주요 요소인 ‘즉흥 연주’를 중심 테마로 개최하기도 한다. 2016년 결선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주제로 10여 분 분량의 즉흥 연주를 했다. 올해 경연에서 역시 참가자들이 즉흥 연주 실력을 뽐내는 장이 마련된다. 한편 콩쿠르는 새로운 오르간 레퍼토리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티에리 에스카이치(1965~), 발레리 아우베르틴(1970~), 토마스 라코테(1982~) 등 10명의 동시대 작곡가에 작품을 의뢰해 선보였다. 아울러 바로크 시대부터의 오르간 작품도 망라한다. 지난 2018년 콩쿠르 결선에서는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G장조 BWV902와 위도르의 교향곡 7번, 뒤뤼플레의 ‘알랭의 이름에 의한 프렐류드와 푸가’가 연주됐다. 올해 27회 콩쿠르는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며, 결선 무대는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 배출된 대표적인 한국 연주자는 오르가니스트 신동일로 2006년 대상을 거머쥐었다. 십여 년이 흐른 후 2019년, 그는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같은 콩쿠르에 참여한 바 있다. 박찬미

핀란드 시벨리우스 콩쿠르 sibeliuscompetition.fi SIBELIUS COMPETITION

핀란드에서 시벨리우스(1865~1957)는 각별한 작곡가다. 시벨리우스가 살아있던 시절,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가 핀란드를 속국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던 때, 시벨리우스는 이에 맞서는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자유언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곡한 ‘핀란디아’는 현재 ‘제2의 국가’라고도 불린다. 국민 작곡가였던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지폐에도 얼굴이 있고, 그의 이름을 딴 공원과 음악원, 콩쿠르가 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는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1965년에 처음 열렸다. 시벨리우스가 별세한지 8년이 지난 후였다. 그동안 올레그 카간(1946~1990)나 빅토리아 뮬로바(1959~) 같은 소련 출신 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서유럽과 소련을 연결하는 핀란드의 위치적 특수성 때문일 테다. 콩쿠르는 5년마다 열리며 30세 이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참여할 수 있다. 2005년에는 국내에서만 교육을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시벨리우스 콩쿠르에 3위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콩쿠르에선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가 우승 소식을 전했다. 이번 제12회 시벨리우스 콩쿠르는 11월 22일부터 12월 3일까지 개최된다. 11월 23~25일까지 열리는 1차에서는 40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시벨리우스와 바흐, 파가니니 작품을 선사한다. 이어서 2차에는 18명의 진출자가 독주곡과 시벨리우스 ‘유모레스크’, 자유곡을 선보인다. 대망의 결승에서는 6명의 참가자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op.47 외 지정 협주곡 1곡을 연주한다. 콩쿠르 실황은 라디오와 TV, 인터넷에서 중계될 예정이다. 장혜선

미주

캐나다 몬트리올 콩쿠르 concoursmontreal.ca CONCOURS MUSICAL INTERNATIONAL DE MONTREAL

유럽과 북미를 연결하는 캐나다의 도시, 몬트리올. 100여 년간 프랑스의 통치를 받은 도시 곳곳에는 프랑스적 색채가 묻어나는 건축물이 있고, 주민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가톨릭 신자가 많아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교회 음악을 접하며 자라고,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활발하다. 이 밖에도 음악·오페라·무용·연극·페스티벌이 다채롭게 열리는 등 문화적으로 풍부한 도시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반영하듯, 인구 180만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여럿 배출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야니크 네제 세갱(1975~). 현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세계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젊은 지휘자 군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바로 이곳 몬트리올에서 시작됐다. 2000년부터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몬트리올 대학교를 졸업한 퀘벡주의 국회의원 앙드레 부어보(1936~2018)와 캐나다 출신의 베이스 조지프 룰로(1929~2019)는 2002년 몬트리올 콩쿠르를 창설했다. 북미에서는 유일하게 매년 개최되는 콩쿠르로, 성악·바이올린·피아노 부문이 번갈아 개최된다. 마지막 라운드는 2,000여 석 규모의 몬트리올 심포니 하우스에서 진행되는데, 콩쿠르 연주를 맡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용홀이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2006년부터 켄트 나가노(1951~)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몬트리올 콩쿠르는 6,000여 명의 관중을 끄는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 콩쿠르를 살펴보면, 성악 부문에서 한국인 참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제1회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바리톤 노대산이 5위에 올랐고, 이후 소프라노 황신영(2005)과 테너 김건우(2015)·박승주(2018)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바이올린에서는 2006년 조진주와 최예은이 나란히 1·2위에 오른 뒤, 김봄소리(2016)가 2위를 차지하며 10년 만에 순위권에 올랐다. 피아노 부문은 아직 한국인 입상자가 나온 적이 없다. 콩쿠르 측이 발표한 24명의 예선 합격자 중 한국인 참가자(예수아·윤준·오연택·김수연·곽지향) 5명이 포함됐다.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입상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됐다. 몬트리올 콩쿠르는 5월 4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2021년으로 연기됐다. 주최 측은 “250명 이상의 다중 모임을 금하는 퀘벡주의 지침에 따라 올해 콩쿠르를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며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이 오는 만큼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올해 예정됐던 피아노 부문이, 2022년 봄에는 성악 부문이 열린다. 박서정

미국 클리블랜드 콩쿠르 pianocleveland.org CLEVELAND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로베르 카자드쥐(1899~1972)를 기리기 위해 1974년 ‘카자드쥐 콩쿠르’로 시작했다. 카자드쥐는 생전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25년간 지휘한 조지 셀(1897~1970)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 콩쿠르 결선 무대가 열리는 세브란스 홀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전용홀. 조직이 개편되며 1994년 오늘날의 알려진 ‘클리블랜드 콩쿠르’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초창기 프랑스 출신 연주자에게 몰렸던 1~3위까지 주요 순위권 입상자의 국적이 다변화되었다. 역대 콩쿠르가 배출한 수상자로는 장 이브 티보데(1979)·필리프 비앙코니(1981)·김대진(1985)·티에리 위에(1987)·세르게이 바바얀(1989)·마르가리타 셰프첸코(1995)·손민수(2001) 등이 있다. 최근 클리블랜드 콩쿠르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콩쿠르 개최 주기가 2년에서 4년으로 바뀌었다. 2015년 청소년 부문(12~17세)이 신설되면서, 2년마다 번갈아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직위원회는 올해 조직기구의 공식 명칭을 기존 ‘Cleveland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Piano Cleveland’로 바꾸어 새로이 단장했다. 위원회 측은 단순한 경연 이상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콩쿠르 외에 1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과 캠프, 찾아가는 음악회가 시행된다. 새로운 시도의 배경엔 2018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야론 콜버그(1983~)가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피아니스트이며, 2007년 클리블랜드 콩쿠르에 참가해 2위에 올랐다. 콜버그는 “콘서트홀에 갇힌 피아노를 밖으로 끌어내야 해요.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에게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줄 겁니다”라는 다짐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콩쿠르 진행 방식도 변경된다. 접근성을 높여 ‘청중 친화적’으로 바뀐 것. 역대 최초로 경연 1·2라운드가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또한 장기간 열리는 콩쿠르를 효율화해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예선 연주 시간은 70분에서 50분으로, 예선 통과 인원은 기존 30명에서 24명으로 줄었다. 경연은 7월 26일부터 8월 9일까지이며, 4명의 한국인 연주자(김도현·김예담·김홍기·예수아)도 볼 수 있다. 진화하는 콩쿠르에 걸맞은 연주자가 나올지 주목할 만하다. 박서정

 

PART2 | COMPETITION experience
나의 콩쿠르 일기장

테너 김세일 무대를 찾아 헤매던 젊은 날

해외 콩쿠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연주할 기회가 적었던 학창 시절, 준비한 곡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콩쿠르가 가장 접근하기 쉬웠다. 내가 처음 콩쿠르에 도전할 때에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학교마다 붙은 콩쿠르 포스터를 찾아다니며 우편으로 참가 신청서를 보냈다. 저명한 해외 콩쿠르의 1차에 합격하니 여행 경비도 무료로 제공해 주더라. 이제 와 생각해보면 여행하는 재미로 참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결정적인 콩쿠르는 아테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와 네덜란드 성악 콩쿠르(IVC)였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는 첫 입상의 기쁨을 안겨줬고, 네덜란드 성악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얀센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콩쿠르 파이널이 끝나고 가곡 반주의 거장인 루돌프 얀센이 무대 뒤로 찾아와 “1차부터 지켜봤는데, 제가 당신의 반주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물었다. 얀센과 나는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콩쿠르가 열리고 있는데, 사실 대륙의 분위기는 큰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콩쿠르 참가자나 심사위원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콩쿠르를 준비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적으로 훌쩍 자라있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많은 변수의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생긴다. 하지만 늘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결과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게다가 본인 음악에 대한 성찰 없이 늘 같은 곡으로만 여러 콩쿠르에 참가하기 바쁜 사람들도 있더라. 동시대 음악계는 늘 새롭고 어린 얼굴을 갈망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해외 콩쿠르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방법이다. 만약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심사위원들을 찾아가 조언을 들어보길 적극 권장한다. 그 심사위원과 언제 어디에서 다시 마주칠지 모르며, 실제 내가 몰랐던 단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2005년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 2007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카데미 최고의 성악가상 | 2009년 다스 리트 콩쿠르 3위 | 2009년 오사카 슈베르트 콩쿠르 2위 | 2010년 네덜란드 성악 콩쿠르(IVC) 가곡상

 

 

피아니스트 문지영 나를 발견하는 과정

처음 참여했던 해외 콩쿠르는 2009년 폴란드에서 열린 루빈스타인 콩쿠르였다. 참가한 콩쿠르는 대부분 레슨 선생님이 제안해 주셔서 도전하게 됐다. 콩쿠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많지만,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제네바 콩쿠르의 파이널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빅토리아 홀에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리허설 가기 전 홀의 사진을 찾아보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결선 때에는 도저히 콩쿠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황홀했다. 2015년에 우승한 부소니 콩쿠르가 나에겐 가장 결정적이었다. 부소니 콩쿠르를 통해서 좋은 연주 기회를 많이 얻었다. 덕분에 한국과 유럽, 미국에서 연주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그동안 참가했던 콩쿠르는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2014년 일본 타카마추 콩쿠르는 참여할 당시 3회밖에 안 된 신생 콩쿠르였지만, 모든 것이 철저하게 잘 짜여 있어 참가자에 대한 배려가 컸다. 피아노 셀렉션에 6대의 피아노가 있었고, 연습실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반면 이탈리아에서의 두 번의 콩쿠르는 여러 면에서 고생을 피할 수 없었다. 체력적·정신적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겨냈다. 제네바는 도시 자체와 사랑에 빠져서 콩쿠르 기간 동안 오히려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 콩쿠르를 통해 좋은 기회를 얻는 건 사실이지만, 결과에 집착하는 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나는 콩쿠르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공부할 수 있던 것이 감사하다. 매 라운드는 나만의 연주회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스스로 발전한 모습의 연주를 선보이는 걸 목표로 삼았다. 콩쿠르가 많은 연주자들을 숨 막히게 한다는 걸 잘 안다. 멀리 내다보며 자신을 단련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준비 과정에 임하면 좋지 않을까? 콩쿠르를 준비하든 연주를 준비하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만의 소리에 충실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장혜선

2009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 2012년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 | 2014년 타카마츠 콩쿠르 1위 | 2014년 제네바 콩쿠르 1위 | 2015년 부소니 콩쿠르 1위

 

PART3 | ENJOY COMPETITION
콩쿠르 에필로그

영화 파이널리스트 브레히트 반후니커 감독 | 2017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결승 진출자는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한 채 채플에서 8일 동안 경연을 준비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리스트’는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이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았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이지윤, 김봄소리가 결선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결선에 오를 정도라면, 이미 수많은 경쟁을 이겨내고 실력을 인정받은 것. 하지만 결승 후보 12인의 불안한 일상이 영상에 진솔히 녹아있다. 언젠가 임지영은 당시를 회고하며 한 인터뷰를 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도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관문에 이르러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다어요. 영화를 보며 당시 제 마음을 100프로 이해하게 됐다.” 비단 임지영, 이지윤, 김봄소리만 그 시절을 관통한 게 아닐 테다. 브레히트 반후니커 감독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젊음의 시간과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파이널리스트’라고.

 

소설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저 | 김선영 역 | 현대문학

일본 작가 온다 리쿠가 7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대작이다. 가상의 도시 ‘요시가에’에서 펼쳐지는 피아노 콩쿠르를 소재로 한다. 인간의 재능과 운명, 음악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린 이 소설은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받으며 일본 출판계의 관심을 받았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 자신의 오랜 꿈을 담았다. 음악 애호가인 그는 피아노를 다룬 작품을 꼭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하마마쓰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라파우 블레하츠(1985~)를 알게 된 후,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네 번의 대회를 참관하며 꼼꼼하게 자료를 수집했다. 총 12년의 구상,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작중 인물들의 콩쿠르 연주곡을 모은 클래식 음반(Sony Classical, 2017)이 발매되기도 했다. 장혜선

7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작중 인물들의 콩쿠르 연주곡을 모은 클래식 음반(Sony Classical, 2017)이 발매되기도 했다. 장혜선

 

콩쿠르 속 해프닝

콩쿠르는 천재가 나오는 장이자, 스캔들이 터지는 장이기도 하다. 콩쿠르에서 벌어진 스캔들을 찾아 정리했다.

1955 제5회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는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의 우승을 지지하며 사퇴했다. 당시 1위는 피아니스트 아담 하라시에비치(1932~)였으며,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1937~)는 2위에 그쳤다.

1966 제3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의 영예는 16살의 그리고리 소콜로프(1950~)에게 돌아갔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의 스타 미샤 디히터(1945~)를 제쳐 더욱 화제가 됐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에밀 길렐스는 결과에 항의하는 관객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1980 제10회 쇼팽 콩쿠르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이보 포고렐리치(1958~)에 대한 정반대의 이유로 두 명의 심사위원이 사임했다. 루이즈 켄트너는 이보 포고렐리치의 1차 예선 통과에,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그의 결선 탈락에 반대하며 각각 심사위원직을 사퇴했다. 그해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도 탄생했다. 베트남 출신 당 타이 손(1958~)으로 골드 메달과 3개의 특별상까지 휩쓸었다.

2000 임동혁(1984~)은 부조니 콩쿠르에 참가해 2차 예선에서 1위로 통과했음에도 결선 진출 실패했다. 이에 현지 관객과 언론, 심사위원이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콩쿠르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그해 임동혁은 1·2위 없는 5위에 올랐고, 이후 심사위원 전원이 교체됐다.

200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임동혁(1984~)은 편파 판정을 이유로 심사 결과에 불복해 3위 입상과 상금을 거부했다. 현지 언론 역시 주목할 만한 연주를 보여주지 못했던 2위 입상자 센 웬유의 스승이 당시 심사위원이었음을 지적했다.

2005 임동혁은 제15회 쇼팽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1악장을 연주하다 중단했다. 연주 중 불편함을 느껴 확인해보니 피아노 안에 조율기구가 들어있었던 것. 기구를 제거하고 다시 침착하게 연주를 이어간 끝에 형 임동민(1980~)과 공동 3위에 올랐다.

2010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은 해 열린 제16회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는 러시아 출신 율리아나 아브제예바(1985~)였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의 여성 우승자에게 이목이 쏠렸다. 한편 2위를 비롯, 관객상과 특별상을 받은 잉골프 분더의 준우승을 아쉬워하는 관객과 심사위원이 심사 방식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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