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새
글 서연호(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사진 김영일
오래전 읽은 ‘채근담’에 이런 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고기는 물에서 헤엄치면서 물을 잊고 지내며, 새는 바람을 타고 날면서도 바람을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명나라 때 홍자성이 지은 것이다. 이 말씀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고 또한 여러 관점에서 가능하다. 필자는 우리 공연예술에 적용해 언급해보고 싶다.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 공연도 비교적 자주 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공연예술들은 본질을 망각한 짓거리들이 적지 않고, 수준 역시 졸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습작들이 작품으로 엄연히 대접을 받는가 하면, 일종의 문화업자들이 예술가로 자처하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본질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 또는 본질을 망각한 자세로 범람하고 있는 유사 예술행위들이 부지기수다. 심지어는 그들, 그것들이 당국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 물고기가 물을 망각하고, 새가 바람을 알지 못하며, 사람이 공기를 의식하지 않고 숨 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음악가가 소리의 본질을 잊고, 무용가가 행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며 지금처럼 명작에 대한 모방이 지속된다면 이것은 분명 우리 예술계의 부끄러움이자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예술은 곧 창조성과 동일한 개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