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을 만질 수 있는 내 오래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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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3월 1일 12:00 오전

공연예술을 만질 수 있는 내 오래된 즐거움

직접 하는 일이 아니고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큰 상관이 없는데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왠지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연계를 대표하는 종합공연예술지 ‘객석’이 바로 제겐 그런 존재입니다. LG아트센터 대표를 맡아 공연계에서 일하기 전에도 저에게 있어 ‘객석’은 아무리 바빠도 매달 꼭 훑어보기라도 해야 안심이 되는 그런 잡지였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아주 많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잡지가 있는데 저는 단연코 ‘객석’이 우리나라 공연문화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잡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LG아트센터를 찾는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잡지가 뭐냐”고 물으면 ‘객석’이라고 주저함 없이 말하곤 합니다. 저는 ‘객석’이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정보만을 쏙쏙 뽑아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제공되는 내용들이 오페라·연극·무용은 물론 음악만 해도 국악·클래식 음악·뮤지컬·음반까지… 이 정도면 모든 자식을 품어야 하는 어머니 마음 같다고나 할까요.
또한 마음에 드는 것은 글로벌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각국에 파견된 특파원을 통해 따끈따끈한 해외 공연들이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어지는데 저는 편안한 사무실 책상이나 거실 소파에 앉아 이런 정보들을 접하면서 가끔은 ‘세계적인 동향 파악을 너무 쉽게 접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특히, 요즘엔 인터넷 매체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종이 신문·종이 잡지의 위력이 날로 줄어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객석’이 29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간될 수 있었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기적에 가깝다고 봅니다. 보지 않아도 ‘그동안 얼마나 기적 같은 일들이 많이 있었을까’ 짐작이 갑니다. 쓰다 보니 왠지 제가 ‘객석’ 홍보대사가 된 느낌이네요.
모쪼록 저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마시고 앞으로 50년, 100년을 바라보며 한국 공연계를 이끄는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사진으로 활자로 공연예술을 가깝게 만질 수 있는 제 오래된 즐거움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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