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노프/구소련 국립교향악단의 차이콥스키 ‘사계’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월 1일 12:00 오전


▲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지휘)/구소련 국립교향악단
Melodiya MEL CD 10 02096 (ADD)
★★★★★


마침내 알렉산드르 가우크가 관현악으로 편곡한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손에 쥐게 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일 년 열두 달을 피아노로 채색한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유려한 오케스트라로 옷 갈아입힌 가우크의 걸작이 후배 지휘자 스베틀라노프에 의해 완성되었다. 1974년 9월 9일 단 하루에 급히 녹음해서일까. 일본 빅터에서 라이선스로 발매된 음반은 스피커 앞에 안개로 장벽을 친 듯 음질에 문제가 많았다. 이에 스베틀라노프는 1975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사계’를 녹음해 이전보다 월등히 정제된 연주를 탄생시켰다. 멜로디야의 우수한 기술진이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완벽에 가까운 음질로 무장했다. “온화하고 편안한 공간에 밤의 그림자는 쌓여간다”는 푸시킨의 시에 붙인 1월 ‘화롯가에서’는 두터운 현악기가 진가를 발휘한다. 감정의 급작스러운 고양! 이건 러시아 악단이기에 가능하다.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6월 ‘뱃노래’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백야의 네바 강에 떠 있는 무수한 조각배들의 향연이다. 9월 ‘사냥’에서 터져 나오는 금관 팡파르는 원시적이다. 지금은 스베틀라노프 오케스트라로 이름이 바뀐 구소련 국립교향악단의 명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유혁준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