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다짐한 연인 앞에서, 가수 이승철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소리 내지도, 움직이지도, 안녕이라고 말하지도 말라고. 그만큼의 절박함과 애잔함은 아니겠지만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때는 2007년 봄,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의 내한 공연에는 ‘고별 무대’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더는 볼 수 없다는 닳고 닳은 상술이 아닌, 한국에서의 진짜 마지막 공연.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은 이듬해 은퇴를 예고한 상태였습니다.
1935년 세상을 떠난 오스트리아 작곡가 알반 베르크의 이름을 딴 이 현악 4중주단은 1971년 창단 공연을 열고, 이후 무려 37년간 연주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05년, 암으로 투병 중이던 비올리스트 토마스 카쿠스카는 자신의 제자인 이자벨 카리지우스를 후임자로 지목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자는 스승의 몫을 다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겠으나, 네 사람과 네 대의 악기가 모인 한가운데는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상실감이 있었다고, 제1바이올리니스트 귄터 피힐러는 고백했습니다.
저는 꽤나 용기를 내어 그에게 물었습니다.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은 왜 은퇴하나요?”
“40년 가까이 현악 4중주를 연주하며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살면서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말이죠. 자신만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정상에 섰을 때, 그때 내려오는 게 현명할 일입니다. 음악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언젠가는 작별을 고해야 하잖아요. 안녕이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은퇴하기까지, 세계 각지의 공연장 주변에서는 ‘고별 무대’라는 홍보 문구가 나부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귄터 피힐러는 “우리의 마지막 공연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테아트로 콜론에서 열릴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몇몇 도시를 더 거친 후 2008년 7월 베이징에서 마지막 연주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테아트로 콜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힐러의 답변 중 절반은 맞은 셈입니다. 어디서 마지막 공연을 올릴 거냐는 질문에 그는 테아트로 콜론을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고국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 감정들에 휩싸일 듯해서요.”
‘완벽’이란 수식으로 점철된 현악 4중주단, 알반 베르크. 완벽한 음악을 남겨놓은 채, 그들은 감정에 좌우되는 미완성의 모습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안녕을 고했습니다. 글 박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