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3 이상은 첼로 리사이틀

당차고 거침없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월 13일 금호아트홀
밸런타인데이 전야에 찾은 그녀의 연주는 초콜릿이라기보단 커피였다. 드뷔시·파야·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지는 레퍼토리 자체부터 그랬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첼로가 가진 달콤한 선율을 보여줄 수 있는 친절한 선곡은 결코 아니었다. 관객 중 누군가는 쓴 커피를 받아든 마음으로 ‘힘센’ 레퍼토리 앞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을지도 모른다.
이상은은 첼로가 낼 수 있는 소리는 모두 다 보여주리라 다짐한 듯했다. 드뷔시 첼로 소나타 L135의 첫 음을 담담하게 그은 이후, 시종일관 별 것 아니란 듯 그녀는 여유 넘치는 태도로 가볍게 포지션을 넘나들었다. 피치카토와 더블스톱, 그 외 어떤 테크닉을 대해도 흔들리지 않는 음정은 드뷔시의 미묘한 하모니와 몽환적 분위기를 잘 소화해내는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이상은은 폭발하는 힘이 강한 연주자였는데, 그 힘은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에서 특유의 정열적인 박자감을 극대화했다. 다만 순간적인 힘을 끝까지 쥐고 나가 관객석으로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특히 활 끝에서 힘을 빼버리는 습관은 한 음 한 음을 강조하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었으나 음 사이의 연결을 약화시켜 명확한 프레이즈를 구성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가 시작되자 첼로는 피아노와 선율을 번갈아 주고받으며 최고의 호흡을 선보였다. 이날 피아노를 연주한 박영성은 정확하고 깔끔한 터치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노련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존재를 내보였다. 그들은 마지막 음까지 거침없었으며, 그럼에도 한 치 어긋남 없는 박자 감각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전반적으로 이상은의 연주에서는 나이를 뛰어넘는 당찬 담대함이 돋보였으나, 부드러움과 연약함에서 끌어낸 호소력이라는 빈 공간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관객과 연주가가 함께 이완된 상태에서 빠져들 수 있었던, 달콤한 디저트와 같았다.

이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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