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677회 정기연주회

새 발걸음에 보낸 환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요엘 레비의 첫 정기연주회가 베일을 걷었다. 음악감독 없이 지낸 5년, 그리고 단원들과의 불화로 상황이 악화된 함신익 시절까지, 10여 년 침묵의 시절을 견뎌낸 KBS교향악단을 청중은 빈자리 없이 꽉 찬 객석으로 반겼다. 수장 없이 지켜오던 ‘KBS 사운드’가 차츰 힘을 잃어가는 과정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던 관객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보태보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1부는 결과적으로 물음표만 더 커진 무대였다. 임준희의 ‘한강’에서는 두텁고 매끄러운 사운드를 들려주기에는 충분했으나 워낙 선 굵은 영웅적인 선율이 강조되는 작품이라 교향악단의 사운드를 이모저모 확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크리스텔 리의 무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3년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한 크리스텔 리는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대곡을 소화해내기엔 기량이 다소 부족했다. 곱고 깨끗한 선율선을 만들어내는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은 훌륭했지만, 음정을 낮게 잡는 습관과 평면적인 진행 능력 덕에 곡 전체를 자신만의 호흡으로 끌고 나가지는 못했다. 이에 휴식 시간 동안 “KBS교향악단이 넉넉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한 것이다”라는 의견과 “KBS 측은 할 만큼 했다”라는 입장이 대립하는 논의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어찌되었건 훌륭한 오케스트라 반주를 선보이는 데 실패한 건 사실이었다.
2부에서는 말러 교향곡 1번이 KBS교향악단의 진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요엘 레비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압도하는 능력으로 말러 교향곡을 충실하게 운영해냈다. 견고하면서도 따뜻한 현은 여전히 KBS교향악단의 상징임을 자랑했고, 흥미진진한 전개 속에 몰입을 이끌어낸 교향곡 연주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단순한 환호가 아니었다. ‘우리 교향악단’에 대한 뜨거운 격려이자 감격이었다. 관객도, 단원들도 역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끝낸 후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뜨거운 감동을 안고 집에 돌아온 후 수첩을 펼쳐보니 안타까운 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KBS교향악단의 화려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한편, 양대 산맥이던 서울시향의 일취월장하는 관악 파트의 성장에 즐거워했다. 갑자기 엉뚱한 음정으로 들어오는 바순,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팀파니, 아무리 호른이라 해도 심하다 싶은 실수 등 높아진 기준에 맞춰진 귀는 시시때때로 당황스러워 했다. 뜨거운 관심을 가슴속에 담고 잃어버린 10년을 차근차근 되찾아나가길 바란다. 다시 내딛는 첫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김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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