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KUCO)

청춘기류 타고 들려오는 음악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4월 1일 12:00 오전

순수한 열정을 품은, 전공생들보다 더 즐겁게 음악을 하는 청춘들이 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악 전공자가 아닌 이상 연주를 많이 못하잖아요. 대학생들 중에도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했던 친구들이 많이 있고, 각 학교 내에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있어요.”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 악장인 정우빈(23세,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이 인터뷰를 위해 ‘객석’에 찾아왔다. 포항에서 방금 올라왔다는 그의 손에는 바이올린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는 앳된 눈망울과 가벼운 옷차림. 아무것도 모르고 밖에서 그를 만났더라면 음대생이라 지레짐작했을 것이다. 어떻게 그가 공대생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을까.
2010년 3월에 창단한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는 서로 다른 전공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러하다. 한양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있던 두 학생이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를 기획했다. 소수의 엘리트들과 전공자들만이 사유하는 음악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음악을 꿈꿨던 학생들이었다. 일회성 공연을 목표로 그들은 지휘자 금난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뜻을 전해 들은 금난새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되었고, 그 두 학생은 초대 단장과 악장이 되었다. 단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고 단원·수석 선발 오디션을 거쳤다. 금난새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그것이 2010년 여름이었다. 2011년 1월 22일, 금난새와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의 첫 공연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다. 창단한 지 반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과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멋지게 연주한 그들은 승승장구하여 올해 5기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일회성을 목표로 창단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지금까지 유지되며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순수한 청춘이 음악 안에서 뜨겁게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지를 받으며 눈에 띄는 발전을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속사정은 있다. 이윤을 창출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비용 걱정에 시달려야 되고,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단원들이 연습을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오는 것에도 인내가 따른다. 학업을 병행하며 연습을 하니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있다.
“제가 하고 싶은 거니까 돈을 써도 아깝지가 않아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한데도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단원 개개인의 순수한 마음들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고 정우빈은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해 5년 동안 포항에서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는 그의 싱그러운 열정이 묻어나왔다.
“이전까지는 오직 오케스트라 공연에만 집중했지만 올해에는 체임버 공연도 많이 시도하려고 합니다. 체임버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고, 그러다 보면 단원들의 내실이 강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친목도 더 강화될 것이고요.”
즐기는 인생이란 참으로 이상적인 단어다. 20대의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삭막한 현세대에 즐기는 인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대한민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은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젊은층 사이에서 대히트를 친 이유도 그들의 답답한 젊음을 위로받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 음악으로 인생을 채우며 즐겁게 살아가는 청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들의 젊은 날의 초상이 음악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 글을 보다가 먼지가 쌓여 집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악기를 문득 떠올렸다면, 어린 시절 악기를 친구 삼아 놀던 그 시절이 마음 한 편에 찾아들었다면, 더군다나 당신이 가슴이 뛰는 청춘이라면. 자. 그럼 이제 도전을 하면 될 것이다. 청춘기류를 타고 음악이 들려온다.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 사진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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