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주는 메시지를 담은, 고요하지만 필연적인 부엌의 변동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 사진 금호미술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기본 생활 형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기존의 생활 형태는 새로운 문화와 융화되어 우리 삶에 녹아든다. ‘부엌’은 이러한 시대상을 내포하며 현대 생활 디자인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20년대부터 100여 년에 걸쳐 변화된 부엌을 만날 수 있는 ‘키친’ 전이 지난 3월 20일부터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8년부터 디자인에 관한 전시를 이어오는 금호미술관은 오늘날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디자인들의 원형을 살펴보고, 디자인의 개념을 찾기 위한 연장선에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미술관에 들어가니 그 안을 유유히 걸어 다니며 관람하는 여성들이 보인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는 대다수는 중년의 여성이다. 이 점을 볼 때, 한국에서 ‘키친’이라는 타이틀이 발휘하는 힘은 특히 여성들에게 강력한 듯하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부엌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약간의 역사적 지식이 필요하다. 1926년 독일에서부터 시작한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겪게 된 심각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에서 추진한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효율성을 강조한 부엌 디자인의 첫 태동인 셈이다. 현대 부엌의 모체라 불리는 디자이너 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의 오리지널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미술관 2층에 전시되어 있다. 붙박이 형태의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먼지가 쌓이는 위생적인 문제를 풀어냈고, 많은 수납 공간은 움직이는 동선을 최소화시키며 독립된 작업장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부엌 시대를 알렸다.
2층 공간 한 쪽에 전시되어 있는 1950년대 포겐폴 부엌은 독립된 작업장에서 한 단계 발전해 부엌과 식당이 연결된 공간을 연출하며 편리하다는 측면에서 인간공학이 반영된 형태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부엌이 가족들과의 소통 장소로 자리 잡게 됐을 거라는 예측을 해본다.
1960~1970년대 부엌은 빠른 속도감을 중시했던 당시의 세태가 디자인에 반영되어 조리 작업과 동선이 최적화된 형태를 보여준다.
1980~1990년대에 이르면 부엌은 요리사가 작업하는 전문적인 공간의 모습을 띠면서 스테인레스 스틸을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해온 부엌의 변천사를 통해 하나의 답을 얻게 된다. 디자인은 사용 용도와 목적에 따라 편리함,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의 질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6월 29일까지 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