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로니어스 멍크&쿠티 윌리엄스&버니 해니겐 ‘Round Midnight’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2월 1일 12:00 오전

밤의 적막과 맞닿은 깊은 고독의 발라드

일거에 그 수많은 사람이 쇼팽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상이라는 게 참 좋긴 좋다. 그래서 생각건대 이 시점에서 셀로니어스 멍크(1917~1982)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위의 퓰리처상 수상자란 점이다. 퓰리처는 1943년부터 음악 작품에 상을 주기 시작했고 1974년부터는 음악가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는데, 공로상 수상자는 올해까지 41년 동안 단 열 명만이 선정되었다. 그중 멍크는 2006년 수상자였고, 그것은 재즈 음악인으로서 듀크 엘링턴 이후 두 번째 수상이었다(멍크 이듬해엔 존 콜트레인이 이 상을 받았는데, 이후 이 상을 받은 재즈 음악인은 없다).

찰리 파커·디지 길레스피·마일스 데이비스에게도 아직 주어지지 않은 이 상이 멍크에게 갔다는 사실은 돌이켜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1940년대에 등장하여 무책임한 전위음악으로 여겨졌던 비밥(Be-Bop) 안에서도 그는 따돌림을 당했던 비주류였기 때문이다. 그의 기이한 리듬,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코드들은 당시 비밥 연주자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버드’, 디지, 마일스 모두가 각광을 받고 심지어 전설이 되었던 1950년대가 한참 지난 1960년대가 돼서야 멍크는 비로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녹음을 통해 발표한 그의 작품 수는 퓰리처 음악 공로상의 첫 번째 재즈 음악가인 듀크 엘링턴에 비해 턱없이 적다. 3000곡이 넘는 작품을 썼던 엘링턴에 비해 멍크가 녹음으로 남긴 그의 작품은 단 71곡에 지나지 않는다. 멍크의 71곡이 엘링턴의 3000곡과 비슷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단연 그의 작품이 오늘날 재즈에 끼친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다. 그의 과감한 화성은 이제 오늘날 재즈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소가 되었고, 심지어 그의 음악에 심취했던 세실 테일러·스티브 레이시·러스웰 러드 등은 멍크를 통해 아방가르드 재즈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다.

멍크는 재즈의 전통주의자와 전위주의자들이 공통으로 존경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멍크로부터 ‘Round Midnight’ 같은 깊은 고독의 발라드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의외다. 멍크는 비교적 초기였던 1944년에 이 작품을 발표했고(하지만 이 곡은 이미 1936년, 멍크의 나이 열아홉 살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이 곡은 그의 어떤 곡보다 많이 연주되는 재즈 발라드의 걸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곡을 두 번 다시 쓰지 않았다.

보통 ‘Round Midnight’의 작곡가는 셀로니어스 멍크 한 사람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이 곡의 저작권자를 보면 멍크 외에도 나중에 이 곡에 가사를 붙인 버니 해니건의 이름이 당연히 함께 올라 있고(원래 이 곡의 제목은 ‘Round About Midnight’이었지만 해니건의 가사가 붙으면서 운율에 맞게 ‘about’이 생략되었다), 트럼펫 주자이자 밴드 리더인 쿠티 윌리엄스의 이름도 등록되어 있다. 밴드 리더나 출판업자가 작품의 저작권을 공유하는 경우는 당시의 관행 같은 것이었지만, 이 경우에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1944년 ‘Round Midnight’의 최초 녹음인 쿠티 윌리엄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디지 길레스피의 유산을 따르다

‘Round Midnight’은 AABA 형식의 32마디 곡이다. 그런데 쿠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면 32마디의 한 코러스가 끝나고 난 뒤 8마디의 간주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오늘날 거의 연주되지 않는데, 이 사라진 C파트를 쿠티 윌리엄스가 작곡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는 이 곡의 첫 녹음에 기여하면서 저작권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그 기여가 사라진 셈이다.

오히려 이 곡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저작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인물은 디지 길레스피였다. 1946년 2월 ‘템포 재즈맨’이란 팀 이름으로 디지가 남긴 ‘Round Midnight’(Dial)에는 본 곡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후에 각각 8마디의 서주와 코다(이 부분은 보통 라틴 리듬으로 연주된다)가 붙어있고 2년 뒤 빅밴드 편성으로 녹음한 파리 실황에서는 주제에서 솔로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드는 경악의 네 마디 간주마저 삽입했다. 서주·간주·코다 모두를 등장시킨 디지 길레스피의 1948년 파리 공연 실황은 ‘Round Midnight’에 대한 디지의 공헌을 한눈에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후 대부분의 연주자는 ‘Round Midnight’를 연주할 때면 디지의 유산을 따랐다. 하지만 1955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의 명연주를 통해 ‘Round Midnight’을 널리 알린 마일스 데이비스는 디지가 만든 간주만을 사용하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하몬 뮤트 트럼펫 사운드로 읊조리는 새로운 8마디 서주를 붙였다. 그리고 디지의 코다를 생략함으로써 ‘Round Midnight’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마일스의 서주곡은 디지만큼은 아니지만 새러 본(Roulette), 아르투로 산도발(Crescent Moon) 등에 의해 계속 인용되었다.

디지가 만들어놓은 이 곡의 해석은 심지어 작곡가인 멍크도 따랐다. 멍크의 피아노 독주는 늘 디지의 서주를 연주했고, 그의 밴드 연주는 서주와 코다를 모두 연주했다. 하지만 1957년 리버사이드 레코드의 피아노 독주 앨범 녹음에서 리허설처럼 진행한 20여 분의 녹음에서 그는 몇 개의 테이크에서 자신이 직접 쓴 32마디만을 연주했는데, 이때 그는 자신이 머릿속에서 원래 그렸던 자정 무렵의 고독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갔다.

멍크가 만든 순수한 악상만으로 이 곡의 깊은 침잠을 구현한 것은 바비 맥퍼린과 칙 코리아다. 맥퍼린은 이미 영화 ‘라운드 미드나이트(Round Midnight)’의 사운드 트랙에서 멍크의 이 곡을 주제가로 불러 그래미를 거머쥔 경력이 있다. 그의 목소리는 마일스의 하몬 뮤트 사운드 이후에 이 곡을 가장 매혹적으로 만든 사운드였다. 그리고 칙 코리아의 피아노는 아무런 사심 없이 멍크의 심상을 통해 밤의 적막을 노래한다.

이 달의 추천 재즈음반

 

1 디지 길레스피 ‘Pleyel Jazz Concert 1948’

Vogue BMG 74321409412|연주시간 8분 51초|1948년 2월 28일 녹음|디지 길레스피(트럼펫·지휘)/존 루이스(피아노)/하워드 존슨(알토 색소폰)/디지 길레스피 오케스트라

 

2 마일스 데이비스 ‘Round About Midnight’

Columbia-Legacy CK85201|연주시간 5분 55초|1956년 9월 10일 녹음|마일스 데이비스(트럼펫)/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레드 갈런드(피아노)/폴 체임버스(베이스)/필리 조 존스(드럼)

 

3 셀로니어스 멍크 ‘Thelonious Himself’

Riverside RCD-235-2|연주시간 6분 38초, 21분 39초|1957년 4월 5일 녹음|셀로니어스 멍크(피아노)

 

4 바비 맥퍼린과 칙 코리아 ‘Play’

Blue Note CDP 7 95477 2|연주시간 8분|1990년 6월 23일 혹은 27일|바비 맥퍼린(보컬)/칙 코리아(피아노)

글 황덕호

KBS 1FM ‘재즈 수첩’을 16년째 진행하고 있다. ‘평론가’보다는 ‘애호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쓰고, 듣고, 틀고,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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