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문화예술의 소통을 잇는 도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2월 1일 12:00 오전

천안(天安)은 하늘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고려 태조가 ‘하늘 아래의 으뜸가는 요충지’라고 명명한 데서 땅 이름이 기원했기 때문이다. 천안삼거리로 통용되는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교통의 요지로 기능해왔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천안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주변 지역 사이의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왔고, 해마다 수준 높은 공연과 다양한 페스티벌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네 번째 도시는 천안. 천안의 인구는 현재 약 65만 명으로 수도권과 문화, 거리적인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 무대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천안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은 천안예술의전당으로 그동안 유명한 연주자와 단체들이 많이 찾았고 반응도 뜨거웠다.

천안 시민들의 문화예술 메신저 역할을 해 온 천안시립예술단은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과 천안시립합창단·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천안시립무용단·천안시립교향악단으로, 그동안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 천안은 예술대학도 많이 모여 있어 젊고 역동적인 문화 행사들이 많이 펼쳐진다. 각 대학 마다 있는 공연 전문홀에서는 매년 클래식 음악, 연극, 뮤지컬 장르의 실험적인 무대가 많이 오르고 있다.

현재 천안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인 천안예술의전당은 2012년 9월 천안 종합 휴양관광단지 안에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대공연장·소공연장·미술관·천안시립예술단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어 천안 시민뿐 아니라 중부권 문화예술가들과 청중 간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관은 자연의 흐름이라는 주제에 맞도록 유선형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전시실 전면부(파사드)와 그 사이의 아트리움은 충분한 자연광을 도입해 밝은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천안은 다양한 축제도 많은 도시다. 천안의 문화예술 사업 계획과 지원의 주축이 되고 있는 천안문화재단은 역사·예술·문화가 시민의 삶에 녹아 흐르는 삶을 목표로 특별히 천안의 각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문화사업을 펼쳐왔는데, 각계각층 사람들이 직접 문화예술 공연 행사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문화예술의 창작과 공급이 도심뿐 아니라 읍·면·동의 작은 공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천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마을 문화를 만들기 위한 축제로는 매년 10월 초 천안 삼거리 공원에서 펼쳐지는 천안흥타령춤축제와 매년 6~9월 8회에 걸쳐 열리는 반딧불 가족음악회, 매년 2월 말 3·1절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해 펼쳐지는 아우내 봉화제, 천안판페스티벌 등이 있다.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로는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원뮤직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천안의 흥타령 민요를 현대감각에 맞게 접목하여 다양한 춤과 음악을 흥겹게 풀어내어 신명·감동·화합의 한마당 축제의 장을 만들어 내는 페스티벌로 천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딧불 가족음악회는 ‘한여름밤의 찾아가는 동네음악회’를 주제로 읍·면·동 단위에 직접 찾아가 개최한다. 시립교향악단·풍물단 등 시립예술단 공연이 펼쳐지고, 동네 뉴스·동네 CF 등 다수의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아우내 봉화제도 독립만세운동과 애국선열들의 정신을 문화 행사로 승화한 대표적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 창립된 천안예총 역시 천안의 다양한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주최하고 있다. 천안판페스티벌, 동화콘서트, 거리예술제, 천원의 콘서트 등 그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연들을 맡아 진행해 왔다.

천안문화예술을 논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천안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예술대학들이다. 상명대·단국대·호서대·백석대·남서울대·나사렛대·선문대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예술인들을 양성하고 있는 대학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상명대는 1996년 3월, 사진학과, 영화예술학과, 연극예술학과, 그리고 신설된 만화예술학과 4개 학과가 예술대학 소속으로 독립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영화예술학과, 연극예술학과, 만화예술학과의 명칭이 각각 영화학과, 연극학과, 만화학과로 세분화하면서 더욱 전문적인 시각을 갖춘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특히 연극학과와 뮤지컬학과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눈에 띈다.

단국대는 공예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문예창작과, 생활음악과, 조소과의 예술학과가 있는데 생활음악과의 활동이 주목할 만하다. 영화 음악, 뮤지컬, 광고 음악, 방송 음악, 무대 음악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호서대는 음악학과(피아노, 관현악, 작곡·뮤직콘텐츠·성악)와 문화콘텐츠학과가 있는데, 특히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문화산업 분야에 종사할 전문 인력이 되기 위한 기획, 창작, 행정, 비즈니스 능력 전반을 교육한다.

백석대는 문화예술학부 안에 피아노, 성악·뮤지컬, 실용음악, 조형회화, 방송영상, 연극영화과가 나누어져 있다. 백석홀, 콘서트홀, 리사이틀홀, 연주홀, 백석갤러리, 합주실, 레슨실·연습실, 스튜디오, 그리고 각 전공별로 최첨단 기자재를 갖춘 다양한 실습실이 있다. 피아노과는 ‘백석 피아노 심포지엄’이라는 자체 심포지엄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페스티벌과 교육 인프라를 갖추었음에도 천안 문화예술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 역시 상당하다. 클래식 음악 무대가 천안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 다양한 규모의 공간이 부족한 점, 그리고 다양한 페스티벌이 존재하지만 일관된 주제와 기획으로 개성이 돋보이는 페스티벌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다. 각 예술대학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공연이 시민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는 기회들도 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지역 문화의 생태계를 일구는 사람들

INTERVIEW 1 천안예술의전당 유남근 관장

‘다섯 용이 구름에 올라 단비를 내리니 하늘도 편안하고 땅도 편안하며, 그 사이 사는 사람들 절로 편안하네(五龍昇雲降甘雨 天安地安人自安)’

천안 출신 서예가 취묵헌 인영선의 서예전 ‘흐르는 물처럼’(12월 13일까지, 천안예술의전당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 중 하나에 쓰인 글귀다. 인터뷰 중 유남근 관장은 이 글귀 안에 어제와 오늘의 천안(天安)이 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그가 건넨 도록에서 이 문장을 다시 읊조리면서 문화의 단비가 내리는 천안의 내일에 대한 기대가 짙어졌다.

2012년 9월, 천안 종합 휴양관광단지 안에 개관한 천안예술의전당은 대공연장(1642석), 소공연장(443석), 미술관, 문화센터, 시립예술단 연습실, 야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권에서 이러한 기능들을 한 공간에서 아우르는 장소는 천안예술의전당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구 약 65만 명의 도시, 농업과 공업이 발달했고 KTX로 천안아산역-서울역 간 40여 분, 승용차로는 1시간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인 만큼 서울에서 문화를 즐기고 돌아오는 계층이 많다. 초심자뿐 아니라 애호가의 눈높이까지 감안한 프로그래밍이 신생 지역 공연장의 고민 중 하나다. 현재 천안 관객 선호도가 높은 장르는 뮤지컬. 때문에 천안예술의전당은 기획 공연을 통해 지역 관객 전반의 안목을 키우기 위해 음악회·오페라·발레·연극 등 여러 장르를 균형 있게 접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카데미 사업 역시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한 기초 다지기로서의 역할을 위해 기능한다.

2012년 개관 이래 1기 관장을 지내고 올해 2기에 들어선 유남근 관장은 학생 시절 건축을 전공했고, 19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립본부 초창기 멤버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 예술의전당에 입사해 20년 넘게 극장의 살림살이를 두 손으로 직접 맡으며 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오랜 시간 극장 내부에서 큰 변화의 흐름을 지켜본 것은, 새롭게 문을 연 극장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선, 관객의 호불호를 미리 파악하고 맞춰가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 천안예술의전당 전경·대공연장·미술관

개관 3년 차, 달라진 공연 풍경

천안예술의전당을 직접 가보니, 천안 시내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자리해 있어 지역 주민과의 밀접성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공연장이 위치한 종합 휴양관광단지는 개발 중이라 공연장 외 (숙박 시설을 제외하고는) 향유할 주변 시설도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관객 의견을 발 빠르게 수용해 공연 종료 후 귀가용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먼 거리로 인해 생기는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낮 시간대 청소년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카데미부터 감상에 이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싣고 있다.

천안예술의전당 개관 초기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공연장과 다양한 공연 장르를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공연이 자연스레 노출되는 서울과 달리, 지역 특성을 감안한 방법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지역은 상대적으로 홍보 경로가 그리 다양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회원제를 통해 공연 티켓을 10% 할인받는 방법을 내놓았는데, 현재 1만 4000명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회원제를 운영하면서 공연장을 찾는 연령층도 다양해졌고, 이들을 중심으로 SNS 홍보를 활용해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내한 공연이나 전국 투어를 하는 음악가들의 경우 서울 외 방문 도시로 천안을 포함하는 경우가 상당해졌고, 기획자들이 귀띔한 지역 공연장 티켓 판매 순위에서도 천안은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가 됐다. 무엇보다 천안예술의전당 개관은 지역 관객이 향유할 수 있는 공연의 깊이와 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개관 첫해인 2013년, 발레 ‘백조의 호수’가 천안에서 처음 전막 공연으로 올랐습니다. 그전엔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단막 발레만 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날 공연이 끝나고 한 관객이 저희에게 ‘천안의 문화예술은 오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가셨어요. 그 이야기가 우리 직원들에게 큰 자부심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닭과 달걀의 순서를 묻듯, 공연장과 콘텐츠 가운데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따지는 것이 공연포화 지역에 거주하는 ‘서울촌놈’의 시선이라면, 하드웨어 설립 이전과 이후 지역 정서 및 문화생태계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지역 기획자와 관객의 관점은 확연히 다른 듯했다.

올해 천안예술의전당 전체 사업비는 22억 6000만원으로 이 중 순수하게 기획 공연을 위해 약 10억 원, 미술사업비로 2억 5000만 원가량, 아카데미 사업비로 1억 원가량이 투여되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2014년 기준 38%다.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인 BTL(Build Transfer Lease)로 건립된 천안예술의전당의 시설관리는 민간투자사업자인 천안예술의전당에서, 대관 및 콘텐츠 운영은 천안시가 각각 맡아 운영한다. 조직을 한꺼번에 확장하기 어려운 여건상, 천안예술의전당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내부적으로는 서비스 지향적인 프로 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조직을 탄탄히 세우고, 외부적으론 극장에 대한 관객 수요를 자생적으로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나가는 중이다.

올해 개관 3년 차, 천안예술의전당은 도약기에 들어섰다. 초창기에 공간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전당에 열리는 공연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주력할 예정이다. 유남근 관장은 극장을 평가하는 4가지 요소-시설·콘텐츠·스태프·관객-를 언급하며, 도약기에 들어선 천안예술의전당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르 프로그래밍, 관객의 편의와 공연 완성도를 높이는 시설을 기반으로 스태프의 서비스 의식 강화,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다양한 관객을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의 수준 향상이 앞으로 우리가 천안예술의전당의 도약과 발전의 시기 가운데 눈여겨볼 부분이 될 것이다.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소박한 자연 속의 피아노 선율

INTERVIEW 2 천안이원문화원 장혜원 대표

충남 천안에 자리한 천안이원문화원에는 언제나 문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25년 전 이화여대 교수였던 피아니스트 장혜원이 처음 설립한 천안이원문화원은 해마다 한국피아노학회 심포지엄과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 그리고 유명 강사들의 강연으로 풍성한 만남의 자리를 제공한 이원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특히 학국피아노학회 심포지엄은 도미니크 메를레·라자르 베르만·파울 바두라스코다·아리에 바르디 등 세계적인 명 피아니스트와 교수들의 심도 깊은 강의와 연주가 이어져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관심을 갖고 참가했다. 장혜원 교수는 피아노학회 심포지엄과 이원뮤직페스티벌은 특히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1990년대 초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천안은 남편의 고향이기도 하고, 젊은 시절부터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나 아스펜 음악 축제처럼 우리나라에도 조용한 마을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꿈을 실현시키기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였어요. 과수원이 있어서 마음대로 과일을 따 먹을 수 있었고 호수 위에 언덕 위에 위치해 아름다운 풍경이 그만이었죠. 그렇게 1994년 천안이원문화원을 개관하고 사과 창고에서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음악 축제라는 것이 생소할 때라 모두들 이곳으로 와서 많은 예술가와 문인 등 저명인사들의 강의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행복해 했죠. 김남조·박경리·고은·김택길·조병화 선생님 등 많은 문인과 학자들도 이곳에 찾아와 음악인들과 연주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시 낭송도 하면서 아름다운 여름밤을 즐겼어요.”

예일합창단이 천안이원문화원을 방문해 가마솥에 담긴 국밥을 먹으며 한국 문화를 접했던 시간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후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이곳에서 마스터 클래스와 강의, 연주를 하며 아름다운 마을 안에 위치한 이곳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음악은 언어잖아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우리의 언어의 참 멋을 느끼고 음악을 즐기며 사람들과 함께 예술을 듣고 토론하는, 그야말로 이원뮤직페스티벌을 따뜻하고 소박한 축제로 만들고 싶었어요.”

한국피아노학회 심포지엄이 25주년을 맞아 올해는 이화여대에서 공연 무대를 연 까닭에 천안이원문화원 음악 행사가 잠시 뜸했던 동안에도 동네 주민들은 삼삼오오 이곳에 와서 휴식을 갖기도 하고 정원을 정리하고 가꿨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천안이원문화원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을 사랑해준 사람들이 품고 있던 예술에 대한 경외심 덕이었어요. 제가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무렵, 언젠가부터 주위에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를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 더 뿌듯하고 기뻐요.”

얼마 전에는 동네 도서관 음악회와 다른 단체들의 심포지엄도 열려 이제 천안이원문화원은 계획된 음악회나 프로그램이 없어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유치원 꼬마 아이들도 견학을 와서 자연을 감상하고 간다고 한다. 25년 전 오래된 사과 박스 창고에서 시작한 천안이원문화원이 이제는 친환경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이곳이 천안 시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음악축제의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세대들의 더 깊은 관심을 부탁했다.

“무엇보다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천안이원문화원을 꼭 한번 방문해 주세요. 도시의 삭막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과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작은 천국,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예술이 있어 우리 인생도 아름다운 것이지요.”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천안의 대표 문화·예술 축제

신명 나는 난장, 그 흥에 취하다!

충남 춤을 테마로 한 최고 지역 축제, 천안흥타령춤축제

‘천안 삼거리 흥~ 능수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휘늘어졌구나….’ 천안 하면 독립기념관, 아라리오 광장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천안 삼거리 풍경, 그리고 입속을 맴도는 흥타령이다. 천안을 대표하는 흥타령을 매개로 천안에서는 매년 축제가 열린다. 천안흥타령춤축제가 그것. 2003년 첫 선을 보인 이 축제는 어깨 들썩이게 하는 전통 민요의 신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한판 난장으로 선보인다.

‘2015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지난 10월 7일부터 10월 11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5일간 축제를 찾은 관람객 수는 130여만 명. 천안을 대표하는 춤 축제임을 실감케 하는 숫자다.

‘다 함께 흥겨운 춤을(Let’s Dance in Cheonan!)’이라는 테마로 펼쳐진 축제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경기도 부천과 서울 명동에서 펼쳐진 거리퍼레이드는 지역 축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도권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천안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기간 동안 삼거리공원에서는 세계문화체험박람회가 열렸고, 총 35개 팀 2000여 명이 상징물, 각국의 민속춤, 퍼레이드 경연 등을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 외에도 지역에서 생산한 농·특산물 판매와 더불어 ‘거봉포도 와이너리’ 등의 체험형 행사를 통해 지역의 특산품을 알리기도 했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춤 경연. 학생부·일반부·흥타령부·실버부로 나뉘어 178개 팀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최고 영예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에는 유관순 열사의 충과 효, 나라사랑을 춤으로 풀어낸 ‘천안 이레춤사랑 공연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문화예술의 전통 계승은 물론이고 다양성과 경제성까지 담아낸 축제”라는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축제가 천안 12경에 속한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축제의 매력은 충분하다.

문턱을 낮춘 문화예술로의 초대, 천안판페스티벌

흥타령춤축제와 함께 천안을 대표하는 또 하나 문화예술 축제로 천안판페스티벌이 있다. 매년 5월 천안예총이 주최하는 이 축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광장으로 나와 직접 시민을 만난다는 것이 특징. 작가 중심, 관람 중심의 평면적 구성이 아닌 시민이 예술의 주체가 돼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현장 중심 페스티벌이다.

올해 12회를 맞은 축제는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천안 명동 패션 거리에서 열렸다.

한때 천안 최고 번화가였던 패션 거리는 시청 이전과 함께 구도심으로 밀리며 상권의 위협을 받기도 했던 지역. 하지만 지역을 살리기 위해 상인과 지역민이 힘을 합쳤고, 여기에 예술인까지 가세해 붐업 시킨 축제가 바로 천안판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은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가한 합창 퍼포먼스. 100여 명의 시민은 ‘열린 축제의 장과 천안의 행복한 미래’를 주제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젊은 열정이 가득했던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과 충무공 김시민 장군을 소재로 한 창작연극 ‘충무공 김시민! 바람 타고 오누나’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무대 구성을 생략한 채 3D 영상을 배경으로 뮤지컬 같은 연극을 꾸민 ‘충무공 김시민! 바람 타고 오누나’는 관람객들에게 독창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천안예총 현남주 회장은 “예술인들의 창작 활성화라는 근본 취지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 소통하는 예술의 대중화를 모색하는 한편, 다양한 장르의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문화의 저변 확대와 구도심 활성화를 돕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천안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아갈 젊은 축제, 천안판페스티벌의 미래를 주목해보자.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사진 심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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