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녹음에서 전기 녹음으로

루이 암스트롱과 젤리 롤 모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녹음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선명해진 재즈 밴드의 기록들

녹음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선명해진 재즈 밴드의 기록들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밴드가 최초의 재즈 녹음을 남겼던 1917년, 인디애나 주 리치먼드에서 피아노 제조업을 하던 스타 피아노 컴퍼니는 녹음과 음반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음반 레이블에는 ‘스타’라는 모기업의 이름이 새겨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던 해리, 프레드, 클래런스는 2년 뒤 그들의 성을 딴 ‘제넷’이란 이름으로 상호를 바꿨다.

제넷은 재즈를 비롯한 흑인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자회사였던 시카고 뮤직 스토어의 지배인 프레드 위긴스는 제넷 가족에게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다. 근처 숙박업소인 프라이어스 인에서 연주하는 한 하우스 밴드를 꼭 녹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득에 제넷은 리치먼드에 있는 그들의 스튜디오에 그 하우스 밴드를 불러 1922년 8월에 이틀 동안 여덟 곡을 녹음했다. 이 녹음들은 당시 밴드가 정기 출연했던 업소의 이름을 따서 ‘프라이어 소사이어티 오케스트라’란 이름으로 출반되었지만, 이 밴드의 본래 이름은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였다. 제넷은 이들의 녹음에 뒤이어서 오리지널 멤피스 파이브, 킹 올리버 크리올 재즈 밴드, 젤리 롤 모턴, 빅스 바이더벡 등 리치먼드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카고 지역에서 활동했던 재즈 밴드들의 녹음을 지속적으로 남겼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이 녹음들은 1920년대 재즈에 관한 가장 중요한 기록들로 남게 되었고 제넷은 1920년대 재즈, 즉 초기 재즈의 성스러운 이름이 됐다.

하지만 이 전설적인 레이블의 현실은 남루했다. 불법 건축물 안에 만들어진 스튜디오는 벽면은 나무 널빤지로 대충 마감했고 건물 옆으로는 철로가 놓여 있었다. 외부의 소음이 스튜디오 벽을 통과해 그대로 들어왔기 때문에 기차가 지나갈 때면 녹음을 중단해야 했다.

재즈의 창시자라고 불리던 버디 볼든의 뒤를 이어 코넷의 대가 중 한 명이던 킹 올리버(1885~1938)가 뉴올리언스를 떠나 시카고에 온 것은 1918년이었다. 이후 5년 뒤인 1923년에 그는 제넷 레코드의 허름한 스튜디오에 발을 디뎠다. 킹 올리버 크리올 재즈 밴드의 멤버 일곱 명은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자신의 위치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와 마찬가지로 당시는 어쿠스틱 녹음 방식이었기 때문에 스튜디오 한쪽 벽면에 위치한 나팔 모양의 관(管)을 기준으로 연주자들의 위치를 정해야 녹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크리올 재즈 밴드에는 한 가지 특별한 숙제가 있었다. 녹음이 있기 일 년 전 뉴올리언스 출신의 젊은 코넷 주자 루이 암스트롱(1901~1971)이 합류하여 코넷 주자가 두 명이 됐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의 경우 코넷은 우렁찬 소리 때문에 드럼 다음으로 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루이 암스트롱의 음량은 그 누구보다도 더욱 우렁찼다. 결국 제넷 스튜디오에서 그의 위치는 드럼보다 더 뒤에, 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녹음된 ‘Dipper Mouth Blues’는 초기 재즈의 가장 유명한 고전이 됐다.

1922년에 첫 녹음을 남겼던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는 이듬해 3월에 이어서 7월 제넷에서의 세 번째 녹음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때 이 백인 밴드의 피아노 자리에는 유일하게 그들과 인종이 다른, 자칭 재즈의 창시자 젤리 롤 모턴(1890~1941)이 앉았다. 당시 녹음 방식의 한계 때문에 피아노 소리는 매우 작게 녹음됐음에도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의 리듬은 그 전보다 훨씬 느긋한 스윙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조연에 머물러 있던 젤리 롤 모턴과 루이 암스트롱은 2~3년 뒤 자신의 탁월한 밴드를 통해 드디어 그들의 음악을 완성했다. 그것은 명실상부한 재즈의 첫 번째 혁명이었다. 동시에 그 혁명은 1925년부터 시작된 전기 녹음 방식에 의해 더욱 선명히 기록됐다. 다시 말해 실제 소리를 받아서 그 진동으로 음반 표면에 홈을 새기는 방식에서 전기 신호를 통해 홈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연주자들은 더 이상 대형 관 앞에서 거리를 두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 앞에 모여 연주하게 되었고, 악기 각각의 해상도는 놀랄 만큼 높아졌다.

킹 올리버 크리올 재즈 밴드에서 나와 뉴욕의 플레처 헨더슨 오케스트라를 거쳐 다시 시카고로 돌아온 루이 암스트롱은, 킹 올리버 크리올 재즈 밴드에서 만난 그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인 릴 하딘을 비롯한 뉴올리언스 연주자들과 더불어 핫 파이브 혹은 핫 세븐이란 이름의 스튜디오 밴드를 결성했다. 그들이 오케이 레코드를 통해 녹음한 일련의 곡들은 재즈에서 솔로 즉흥연주가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들려주었다. 젤리 롤 모턴 역시 빅터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그룹 레드 핫 페퍼스를 통해 즉흥연주와 앙상블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한층 진화된 재즈 사운드를 전기 녹음 방식을 통해 선명하게 들려주었다. 1분당 78회전하는 10인치 음반에 담긴 전기 녹음 방식은 이후 약 20년 동안 음반업계를 지배하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이 달의 추천 재즈음반

1. 루이 암스트롱·킹 올리버 ‘Louis Armstrong and King Oliver’
Milestone MCD-47017-2|1923년 4월~1924년 12월 녹음|루이 암스트롱·킹 올리버(코넷)/릴 하딘(피아노)/조니 도즈(클라리넷)/빌 존슨·조니 생 시르(밴조)/베이비 도즈(드럼) 외

2.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젤리 롤 모턴 ‘New Orleans Rhythm Kings and Jelly Roll Morton’
Milestone MCD-47020-2|1923년 7월 녹음|젤리 롤 모턴(피아노)/잭 페티스(테너 색소폰)/폴 메이어스(코넷)/조지 브루니스(트롬본)/칭크 마틴(튜바)/밥 질레트(밴조)/벤 폴락(드럼) 외

3. 루이 암스트롱 ‘The Complete Hot Five and Hot Seven Recordings’
Columbia C4K 63527|1925년 11월~1930년 2월 녹음|루이 암스트롱(트럼펫)/조니 도즈(클라리넷)/키드 오리(트롬본)/조니 생 시르(밴조)/릴 하딘(피아노) 외

4. 젤리 롤 모턴 ‘Centennial: His Complete Victor Recordings’
RCA 2361-2-RB|1926년 9월~1939년 9월 녹음|젤리 롤 모턴(피아노)/존 린지(더블베이스)/조지 미첼(코넷)/키드 오리(트롬본)/조니 생 시르(밴조)/앤드류 힐라이어(드럼) 외

글 황덕호
KBS 1FM ‘재즈 수첩’을 17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평론가’보다는 ‘애호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쓰고, 듣고, 틀고,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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