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호수와 청춘 그리고 예술의 도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낮은 건물들 사이로 아름다운 호수가 낭만적 정서를 북돋운다. 학창 시절 대성리를 지나 가평,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 낭만을 실었던 기억. 춘천은 삶에 지치고 힘든 어른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는 따뜻함을 선사한다. 또한 아름다운 호수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공연과 인형극제, 연극제, 마임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뜻한 봄이 오는 4월. 춘천으로 떠나보자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낮은 건물들 사이로 아름다운 호수가 낭만적 정서를 북돋운다. 학창 시절 대성리를 지나 가평,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 낭만을 실었던 기억. 춘천은 삶에 지치고 힘든 어른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는 따뜻함을 선사한다. 또한 아름다운 호수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공연과 인형극제, 연극제, 마임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뜻한 봄이 오는 4월. 춘천으로 떠나보자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여덟 번째 도시는 춘천. 아름다운 낭만이 묻어나는 춘천은 인구 28만이 사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요즘은 고속버스와 고속열차 ITX 등 다양한 교통의 발달로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거리도 가까워졌다. 춘천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 많아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문인과 예술가를 유난히 많이 배출한 도시 춘천. 현재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은 춘천문화예술회관과 춘천인형극장, 축제극장 몸짓이다.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와 한림대 일송아트홀도 시민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다.

춘천문화예술회관은 클래식 음악, 발레,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기획 공연과 춘천시립예술단의 정기연주회가 연중 열리며 연 200회가 넘는 대관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대는 연출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 프로시니엄 아치(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 모양의 구조)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음향 반사판, 오케스트라 피트, 회전무대, 리프트 등이 갖춰져 있어 각종 공연 및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극장이다. 전시실에서는 강원미술대전, 강원아트페어 등 도내 굵직한 미술 행사가 주를 이루며 연간 170여 회의 전시가 펼쳐진다.

춘천인형극장은 1989년 춘천인형극제 개최 이후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1995년 춘천이 ‘문화의 도시’로 선정되면서 국제적 인형극제 개최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2001년 건립되었다. 춘천인형극장은 국내 유일의 인형극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극장으로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인형극계를 선도하며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문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축제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의 인형극단들이 교류하고 함께 연구하는 인형극의 중심이 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추진 중이다.

축제극장 몸짓은 예술가와 관객이 몸과 움직임, 그리고 이미지를 마음껏 표현하고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마임뿐 아니라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위한 전문적 소극장으로서 관객에게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2010년 5월 개관한 축제극장 몸짓은 최대 120여 석의 객석을 갖춘 블랙박스형 소극장이다. 무대는 폭 8m, 깊이 7m 공간으로, 약 5m 깊이의 뒷무대와 끌막(Draw Curtain)으로 구분되어 끌막을 열면 무대의 깊이가 최대 15m까지 확장된다. 또한 주 무대 양옆의 가변형 벽체를 접어 수납하거나 1층 90석의 슬라이드 방식의 객석을 수납하면 무대 공간은 더욱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

창작공간 아르숲은 2011년 예술골목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활용된 창작공간으로 전시뿐 아니라 각종 교육, 포럼,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입주 작가 지원과 함께 일 년에 한 번 입주 작가의 작업실을 개방해 시민과 소통하는 참여형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청년 1명(또는 1팀)에게 아르숲 공간과 1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100명을 모으는 프로젝트인 일당백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신진 예술가와 지역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도와주고 청년들의 도전 정신을 북돋는다는 취지다. 실제로 그들의 열정과 실험 정신이 지역문화예술 활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춘천시립예술단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1985년 춘천시립교향악단, 1990년 춘천시립합창단 창단에 이어 2009년 춘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과 청소년합창단이 창단되어 4개 예술단 180여 명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춘천시립예술단은 정기연주회와 특별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각 연주단별 특성에 맞는 연주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시민과 더욱 친밀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춘천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행정과 지원·운영을 담당하는 춘천문화재단은 춘천의 문화를 함께 고민하고 발전적 대안을 찾기 위한 지역 문화 포럼과 지역 문화예술 활동가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인력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문화인력워크숍 등을 개최해왔다. 특히 2012~2013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문화 이모작 사업을 진행해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춘천문화재단은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단체, 예술가,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지원사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춘천 문화예술관련 수집을 통한 지역문화기록 및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문화 아카이브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춘천의 교육기관은 강원대학교, 한림대학교, 춘천교대 등이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으로 ‘신나는 오케스트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춘천에는 축제도 다양하다. 호수별빛축제와 로맨틱 춘천 낭만음악페스티벌, 그리고 춘천의 3대 축제라 불리는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춘천국제연극제가 있다.

춘천마임축제는 프랑스 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축제이며 27회를 맞이하는 장수 축제다 보니 기획이나 프로그램이 매년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춘천인형극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형극제로 아마추어와 전문극단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다. 초기에는 3년마다 열리다가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된다. 작년에는 4개국 17개 팀이 참가하면서 총 1만 명이나 되는 관객들이 연극제에 참가했다.

관광사업과 함께 문화예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춘천. 앞으로 젊은이들을 어떻게 문화예술사업과 연계해 참여하게 하고 타 지역과의 더욱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가느냐가 춘천 문화예술 도약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INTERVIEW ① 춘천문화재단 신혜숙 이사장

사람과 문화를 따뜻하게 연결시키는 힘

예부터 춘천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문학과 예술의 소재가 되곤 했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도 지나간 사랑의 추억과 소양강댐의 가을 풍경이 한 편의 시처럼 그려진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문화자원이 풍부한 매력적인 도시 춘천. 1990년대 이후 마임, 인형극, 연극 등 공연예술 장르 중심의 축제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문화도시로서 명성을 쌓고 있는 이곳에 얼마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추억과 낭만의 도시, 아름다운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춘천으로 향하는 다양한 교통의 발달로 젊은이들을 못지않게 중장년층 시민들이 춘천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춘천은 지역주민뿐 아니라 타지에서 춘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정책을 다각도로 내놓고 있다. 춘천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행정과 지원, 운영을 담당하는 춘천문화재단을 찾아가 춘천의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춘천문화재단이 춘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 춘천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이죠. 특히 요즘 교통이 편해져서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부담 없이 춘천을 찾아와 여유를 즐기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춘천문화재단은 이 아름다운 도시가 자연환경뿐 아니라 문화예술로 인해서도 더 풍요롭고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문화로 행복한 삶, 창조도시 로맨틱 춘천’을 비전으로 사람·도시·삶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죠. 그런데 이 세 가지 가치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뛸 수 있는 사람의 문화예술적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봐요. 아무리 문화예술에 대한 인프라가 넘쳐나도 문화예술을 만들어나가고 향유하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할 이유와 가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사람과 문화예술을 연결시키는 사업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지요.

구체적으로 사람과 문화예술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나요?

전문예술인과 단체, 그리고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예술지원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역의 청년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원해 청년들이 지역을 더 멋지고 창의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중요한 자원을 만들어가는 청년문화사업에 힘을 쏟고 있죠. 지역에서 일하는 문화 일력들이 더욱 실무 역량과 기획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역문화아카데미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요. 신진 시각 예술가들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작공간 아르숲도 지원하고 있고요.


▲ 창작공간 아르숲

특별히 순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이유가 있나요?

모든 학문과 예술의 기본은 기초 학문이죠. 순수 문화예술단체가 성장하고 강해져야 다원 문화예술 역시 더 성장할 수 있어요. 그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의 문화사업 지원에 관심이 많은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용과 교수로 강원대에서 학장을 지내며 평생을 학생들과 함께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해줘야 하는지 잘 알고 있죠. 막상 학교에서 일선으로 나와 보니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산업과 교육이 동떨어져 있는 현실은 교육자로서, 행정가로서 많은 좌절을 안겨주었어요. 한 도시가 성장하려면 청년들이 어떤 꿈을 갖고 어떻게 일하고 있느냐에 달렸는데,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포기하지 않고 문화예술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하다고 판단됐어요. 문화예술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회적 지원이 절실해요.

현재 문화재단에서 주요 공연장들도 맡아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춘천은 춘천문화예술회관과 축제극장 몸짓, 인형극장 같이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요.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어 문화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효율적이죠.


▲ 축제극장 몸짓


▲ 인형극장 야외무대

아름다운 호수가 많아서 야외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행사도 많은 것 같아요.

춘천은 친구와 연인, 가족들이 함께 와서 즐기며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호수가 있어서 풍경이 무척 이국적이에요. 외국의 유명한 지역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처럼, 춘천에도 클래식 음악 축제가 생겨난다면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호수에서 펼치는 페스티벌이 굉장히 기대되는데요.

다른 장르보다 클래식 음악을 매개로 한 축제를 만들려고 해요. 2018년 춘천에 레고 랜드가 조성되는데, 그렇게 되면 가족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자주 찾을 거예요. 그때 클래식 음악 축제와 함께 춘천의 문화 거리와 예술 거리, 시장 골목과 언덕을 프랑스의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조성해 한국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전문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하려면 전용 홀 같은 전문 공간이 필요한데요.

그동안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좋은 공연과 행사들이 펼쳐졌죠. 하지만 이제 전문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건 사실이에요.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도 필요하고요. 지금은 우선 해당 공간 특성에 맞는 맞춤성 기획 공연을 많이 확대해서 전문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기획 공연 중 마임과 인형극, 연극 등은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는데요.

각 장르의 극단 대표들과 문화기획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축제들이 지금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죠. 마임축제와 인형극제, 춘천국제연극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많을 만큼 잘 알려졌고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축제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에요. 그 대표적인 축제가 바로 무한청춘페스티벌이죠.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인데 나이와 직업, 성별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예요. 특히 지역 내 청년들의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져 자발적으로 새롭고 건전한 청년문화를 조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사업도 있나요?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상설공연이란 사업이 있는데, 시민, 관광객 모두가 즐겨 찾는 지역의 대표 명소들을 설정해 지역 전문예술단체와 동호회들이 다양한 공연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시민들이 생활 속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생활문화 지원사업’과 음악을 통한 세대 통합의 장을 만드는 ‘로맨틱 춘천 온 세대 뮤직 페스티벌’, 문화소외 지역 시민들을 위한 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음악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에요.

춘천문화예술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춘천하면 떠오르는 것은 소양강댐, 남이섬, 닭갈비, 막국수, 청춘열차, 이런 것들이죠. 춘천은 산업시설이 거의 없어 자연이 깨끗하고 아름다워요. 다른 지역에서도 가족이나 친구끼리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 삼아 많이들 찾아오죠. 만약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예술까지 겸비한다면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고 봐요. 올해는 춘천의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을 특성화한 뮤직 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있고 춘천시립예술단의 역량을 총동원해 음악을 통한 세대통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해요. 낭만과 추억이 함께하는 축제 도시. 춘천은 자연과 문화, 사람과 축제가 연결된 꿈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심규태(HARU)

INTERVIEW ② 춘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이종진

봄 호수처럼 깊고 풍부한 사운드

춘천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문화예술 무대를 선사하고 있는 춘천예술단은 춘천시립교향악단·춘천시립합창단·춘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춘천시립청소년합창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춘천시립교향악단이 있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은 1985년 창단 이후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운 호반의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다양한 공연을 펼쳐왔다. 특히 지방교향악단의 틀을 벗어 특색 있고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임지휘자 이종진은 춘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무대를 통해 호반의 도시 춘천이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년에 취임하고 춘천에서 지낸 지 이제 8개월째인데, 춘천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예요. 공기가 맑고 자연 자체로 힐링이 되는 곳이지요. 춘천시립교향악단은 그동안 훌륭한 지휘자들이 악단의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에 단원들간의 분위기도 무척 좋습니다. 작년에 창단 30주년을 맞았으니 역사가 깊은 교향악단이죠.”

오랜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던 건 지역의 특성도 있었다. 춘천이 소도시인 데다 공무원이나 보수적인 중산층 시민이 비교적 많아 화려한 성장보다는 안정과 균형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문화예술 분야가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교통의 발달로 이제 하루 안에 춘천과 수도권이 연결된 만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열린 마인드로 기획이나 문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저희 교향악단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나 단체를 초청해 공연 문화를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고요. 대신 음악적으로는 깊이 있는 고전 작품들을 중심으로 음악성을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춘천에는 연극이나 인형극, 마임 같은 축제들이 유명한데 클래식 음악 공연과 관광, 그리고 그와 관련한 산업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한다면 굉장히 멋진 예술 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춘천시립교향악단은 올해 독일 고전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로 정기연주회를 펼치고 그 밖에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춘천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클래식 음악과 참 잘 어울리죠. 그래서 야외공연장에서 보는 공연이 특히 매력적이에요. 지금의 다양한 문화 축제와 함께 클래식 음악 축제까지 펼쳐진다면 문화의 격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그는 어떤 레퍼토리라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다양한 연주 경험, 자신감이야 말로 교향악단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소리보다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야겠지요. 소리를 깎고 또 깎아서 고급스럽고 탄력 있는 소리가 날 수 있도록 앞으로 무도 한마음으로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반가운 소식은 4월 교향악축제에 춘천시립교향악단이 초청돼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번 무대가 춘천시립교향악단이 내적·외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는 해설이 있는 브런치 콘서트, 온세대 뮤직 페스티벌, 로맨틱 춘천 낭만음악페스티벌, 야외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들이 많이 펼쳐집니다. 나윤선의 재즈 콘서트도 있을 예정이고요. 어린아이와 청소년, 그리고 공무원, 시니어들을 위한 기획 공연들도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디에선가 들었던 아름다운 음악이 삶을 위로하고, 삶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다시 공연장을 찾게 하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좋은 씨앗이 뿌려진다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좋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춘천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찾아오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심규태(HARU)

focus on ① 창작공간 ‘아르숲’

예술가들과 함께 걷는 동반자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소설 ‘데미안’ 중에서-

청춘 예술가에겐 동행인이 필요하다.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지독한 성장통을 겪을 때 그를 도왔던 신학도 피스토리우스처럼 말이다. 청춘은 삶과 자아에 대해 알아가고 정의하는 방황의 시기다. 정립되지 않은 자신의 상태를 넘어 예술을 표현하는 청춘 예술가에게 고난은 숙명과 같다.

춘천에는 이러한 청춘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곳이 있다. 춘천을 예술의 숲으로 만드는 레지던스형 창작 공간 ‘아르숲’이다. 청년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좁아져가는 현실에서, 아르숲은 연 단위로 입주 작가를 선정해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에선 입주 작가들 간의 교류를 통해 더욱 색다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나아가 입주 작가가 평론가에게 일대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매칭 클리닉도 운영한다. 춘천문화재단과 협업해 청년 한 명당 100만 원의 사업비와 아르숲 창작 공간을 지원하는 일당백 프로젝트도 특기할 만하다.

이날 만난 아르숲 5, 6기 입주 작가 목선혜 씨는 2년 전 이곳에서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아르숲에 입주하기 위해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기획안을 먼저 제출해야 해요. 입주한 후에도 비평 세미나를 통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여러 전문가에게 설명하고, 전담 평론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 안에서 작품 활동을 합니다.”

그녀는 일 년이란 정해진 시간 내에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아르숲을 통해 정체돼 있던 자신의 작품 세계가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아르숲과 동행하며 시민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함께 작업할 작가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청춘 예술가뿐 아니라 춘천의 예술 문화 환경도 아르숲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르숲은 시민들이 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주민 친화적 예술 교육 프로그램 ‘일상의 행복’을 운영한다. 또한 연간 18회 과정으로 지역 예술가와 일반 시민을 위한 특강도 준비 중이다. 지역 예술가는 전문적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들은 더 친숙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개방된 갤러리와 강의실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춘천 청년들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들이 기획한 것을 구현해낼 공간, 역량 그리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커뮤니티 아트와 퍼블릭 아트 등 사회 공동체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아르숲은 발전적인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춘천을 중심으로 공공 예술을 실행할 프로젝트팀을 선발해 문화도시 춘천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춘천 외부 출신 입주 작가를 선발해 지역 사회와 예술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사실 아르숲은 지역주민들도 쉽게 알기 어려운 모텔촌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해 있다. 1층 갤러리, 2층 커뮤니티 룸과 입주 작가 스튜디오 2개, 3층 스튜디오 3개로 구성된 단출한 공간이다. 하지만 작업 중인 청년 작가들, 건물 군데군데 놓인 전시 작품을 통해 예술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청년 예술가들의 동행인으로서 앞으로 아르숲의 여러 프로젝트가 춘천 시민들과 더욱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글 김지희 인턴 기자 (editor1@gaeksuk.com ) 사진 아르숲

focus on ② 춘천으로 축제 떠나기

디오니소스적인 축제를 꿈꾸다


언어를 뛰어넘은 몸짓의 향연, 춘천마임축제

춘천(자연)과 마임(예술), 축제(난장)를 잘 조화시킨 춘천의 대표 축제다. 춘천의 5월을 뜨겁게 달구는 마임축제의 시작은 우리나라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마임의 집’ 공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주 토요일마다 펼치던 공연이 축제 형태로 정착된 것은 1989년. 올해로 28회를 맞은 세계 마임인의 축제는 ‘미치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란 표어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하다.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 영국 런던 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춘천마임축제는 문화관광부 지정 우수관광문화축제에 6년 연속 선정되는 등 그 의미와 가치를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마임은 인간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이자 인종과 종교, 언어와 세대의 벽을 허물고 하나로 호흡할 수 있는 소통의 언어다. 그렇기에 소설가 이외수의 표현처럼 ‘마임으로 만남의 장을 열고, 마임으로 사랑의 불을 지피기 위해’ 세계인들은 춘천으로 모여든다. 오는 5월 26일부터 시작되는 마임 축제는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아! 水라장’ 개막 난장을 신호탄으로 공지천과 수변공원 등에서 ‘몸짓’ ‘춤짓’ ‘광대짓’ ‘대동짓’으로 나누어 28개 단체가 다양한 거리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형극은 문화예술의 꽃, 춘천인형극제

춘천은 세계 인형극의 중심이자 국내 인형극의 메카다. 인형극단 대표와 문화기획자들이 뜻을 모아 제1회 춘천인형극제를 개최한 것은 1989년. 이후 인형극제는 아마추어와 전문극단을 막론하고 국내외 인형극단과 인형극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8대 축제로 손꼽히는 등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최대 인형극이 열리는 도시답게 춘천에는 인프라 또한 잘 형성돼 있다. 2001년 개관한 인형극 전용극장 ‘춘천인형극장’은 497석 규모의 대극장과 3개의 간이 실내 공연장, 원형 야외무대 등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외 인형극 관련 자료를 전시한 춘천인형극박물관 또한 들어서 있다.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5일간 열리는 2016춘천인형극제는 임수택 예술감독을 선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015서울문화의 밤’ 총감독을 역임한 임 감독은 “변화하는 세계에 발맞춰 새로운 변화에 동참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손 인형극, 막대 인형극, 줄 인형극, 그림자 인형극, 전신탈 인형극, 복합극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한 춘천인형극제는 거리 공연을 비롯해 체험형 프로그램 또한 강화할 예정이다.

연극 전성시대를 향해, 춘천국제연극제

올해 18회째 맞는 연극제로 초창기에는 3년 주기로 열렸으나 200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 연극인들의 축제인 춘천국제연극제는 호반의 도시 춘천의 자연을 배경 삼아 실험적인 연극,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시도하는 ‘열린 무대, 열린 축제’를 지향한다. 매년 각국의 연극팀이 참가하기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예술의 도시 춘천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예술 교류의 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요!-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연극 여행’을 주제로 진행한 2015 춘천국제연극제는 총 4개국 17개 극단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의 공연 나열 위주 방식이 아닌 경연 방식을 도입해 콘텐츠 수준을 높이고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는 것이 특징. 심사 결과 ‘창작집단 쵸크24’의 일본군 징용 후 결국 6·25 한국전쟁의 비극적 희생자가 되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작품 ‘6월 26일’이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연극제는 7월 3일~12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춘천 지역 4개 극장에서 열리며 16개 국내 극단이 참가해 무대를 뜨겁게 달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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