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임희영

봄바람 타고 온 찬란한 청춘의 시작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너무 손이 작아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했던 임희영이 첼리스트로 성공하기까지의 치열한 도전

첼리스트 임희영이 세계 음악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는 두 차례에 걸친 블라인드 오디션과 최종 오디션을 거쳐 첼로 수석으로 임명되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8월부터 첼로 수석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24일 한국에서 도이치 카머오케스터와 함께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 그녀는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해,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바이마르 국립음대와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워싱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테크닉과 해석 면에서 개성 있는 연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찬란한 봄을 맞고 있는 그녀와 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이 된 것을 축하한다.

오직 내 연주만 듣고 첼로 수석으로 뽑아주어 말할 수 없이 감사하고 기쁘다. 음악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많이 떨리고 책임도 느껴진다. 막연히 동경만 하던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었으니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음악을 하면서 고생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가슴이 뭉클했다.

지휘자인 야닉 네제 세갱의 팬이었다고 들었다.

오랜 팬이다. 내 우상이었는데, 그가 나를 뽑아주다니 첼리스트로 살아온 인생 중 최고의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 더구나 단원들이 축하해주고 따뜻하게 반겨주어 감사하다.

야닉 네제 세갱은 음악가로서, 또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무대에서 펼쳐지는 카리스마와 섬세하고 정교한 음악성, 그리고 젊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파워, 긍정적인 에너지는 정말 대단하다. 제스처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분명한 지휘자다. 연주자로서 함께 연주하기에 최고의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 재직 경험이 없었는데 첼로 수석까지 되어 더욱 기뻤을 것 같다.

나도 의아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결과다. 과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의 경험은 없지만 내 재능을 인정해주고 가능성을 봐준 것 같다.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지고 앞으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작년에 홍콩 신포니에타에서 수석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처음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

부모님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으셨고 클래식 음악 분야는 잘 모르신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귀로만 들은 멜로디를 피아노 앞에 앉아 정확히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어머니께 음악 공부를 권유하셨다. 그렇게 동네에서는 잘나가는 아이였는데.(웃음) 큰 콩쿠르에 나가서 보기 좋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후 진로를 의논하던 중 교수님이 내 손이 너무 작아 현실적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피아니스트의 꿈은 포기했다.

피아노를 그만두고 첼로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

그래도 음악을 워낙 좋아해 취미로 피아노를 하긴 했는데, 당시 어머니 친구 분이 1/4짜리 첼로를 선물로 주셨다. 처음엔 피아노를 포기한 상처 때문에 다른 악기를 또 배우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장식품처럼 놓여 있는 그 첼로를 보고 “자기가 한번 배워보고 싶다” 하는 바람에 나도 함께 배우게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다.(웃음) 그 후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했다. 물론 그때도 전공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오디션 공고를 보고 왠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그 후 바로 나간 이화경향 콩쿠르에서도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다. 첼로가 인연이었던 것 같다. 다음 해에 예원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 유럽에서 공부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는지?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과 공부했던 것이 가장 좋은 공부가 되었고 내 음악의 바탕이 된 것 같다. 필리프 뮐러 선생님과 볼프강 에마누엘 슈미트 선생님은 유럽에서 공부하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들이다. 특히 슈미트 선생님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가르친 제자들이 현재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단원과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뮐러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베를린 필하모닉 첼로 수석 브루노 델레펠라이레를 비롯해 슈미트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첼로 수석 콘슈탄체 폰 구차이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단원인 자무엘 루츠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인 노르베르트 앙거 등 선생님들의 뛰어난 제자가 세계 각 오케스트라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들의 뒤를 이어 나 또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도이치 카머오케스터와 하이든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는 한국 연주회 일정도 예정되어 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세 차례 협연을 한다는 것이 무척 설레고 또 고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된다.

평소 연주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테크닉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적으로 가장 흥미 있는 해석을 찾는 걸 중시한다. 테크닉은 도구일 뿐이고 음악적 해석이 그 연주자의 역량을 가늠한다고 믿는다.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나?

다른 어떤 것보다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 파트를 대표하는 수석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싶다. 오케스트라 내에서 잘 적응하는 게 우선순위다. 좋은 하모니를 이루고 동료들과 화합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감동을 전하고 싶다. 솔리스트로서는 6월에 예술의전당에서 협연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9월에는 실내악 연주회도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연주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나의 진심이 청중의 마음속에 전해진다면 좋겠다. 최종적으로는 누군가가 내 연주를 듣고 다시 나의 무대를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다.

사진 제이앤케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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