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오텐자머 클라리넷 리사이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7월 1일 12:00 오전

6월 2일
금호아트홀

깊이가 아쉬웠던 무대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유시진 대위였고, 피아니스트 호세 가야르도는 서대영 상사였다. 두 사람의 여심 저격술은 뛰어났다. 여성 관객들은 강모연 선생과 윤명주 중위가 된 듯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오텐자머의 인기는 390석의 금호아트홀을 너끈히 채웠고, 후끈 데웠다.

내한하는 관악 연주자 중에는 베를린 필 단원이 많다. 하나로 뭉친 사운드를 들려주는 빈 필과 달리 베를린 필은 개성 강한 독주자들과 그 기량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도회적 감각의 사운드를 빚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1982년을 기점으로 내한을 시작, 황금빛 사운드로 대한민국의 심금을 울린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도 베를린 필 출신이다. 2013년에 트럼펫 수석 가보르 타르쾨비가 곽승/KBS교향악단과,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코리안심포니와 협연·지휘를 했는가 하면, 2015년에는 오보에 수석 조너선 켈리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 함께했다. 베를린 필에 대한 소비가 ‘카라얀’과 ‘오케스트라’ 중심에서, 이제는 개별 연주자들로 중심 이동 중이다(물론 하늘에 있는 카라얀은 아쉬워할 테지만). 이 흐름에 합류한 오텐자머는 2013년 여자경/프라임 필 협연을 시작으로, 그 해에 클럽 옥타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철저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곡한 레퍼토리로 내한하는 선배들과의 차별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런 그의 인기는 ‘크레셴도’되었고, 피아니스트 가야르도와 함께 2014년 내한 공연에서 ‘포르티시시모’를 찍었다. 이러한 그의 무대는 눈을 호사시키고자 하는 꽃미남 추종자와 새 레퍼토리를 최강 연주로 듣고 싶어 하는 음악 애호가들로 붐빈다.

이번 공연도 역시 그는 다양한 총알을 장전했다. 벨라 코비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위한 오마주’를 시작으로,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집 중 ‘나는 이 세상에서 잊혀지고’와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높은 지성의 찬가’를 선보였다. 클라리넷을 위해 태어난 곡들이 아니라 여러 곡을 클라리넷에 맞춰 개조·편곡한 것이었다. 브람스 가곡 ‘나를 사로잡는 선율’을 지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 이르러 누구나 아는 선율이 흘러나올 때, 오텐자머의 연주와 관객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살며시 포개졌다.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된 순간이었다. 2부에는 베토벤의 ‘모차르트 ‘거기서 그대의 손을 잡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카발리니 ‘아다지오와 타란텔라’, 루이지 바시 ‘베르디 ‘리골레토’의 주제에 의한 환상곡’으로 관객의 귀를 홀렸다. 예정된 10곡에서 2곡이 취소되었지만, 그의 선곡은 연주자와 악기의 모든 매력을 맛보게 했다. 이점은 ‘실력’과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리사이틀을 이를 악물고 치르는 한국 연주자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다.

공연이 끝날 때, ‘오텐자머는 클라리넷을 위한 정통 곡을 언제 즈음 다시 선보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앙코르 때 가야르도와 두 곡의 연탄곡을 선보인 그의 넘치는 끼를 모차르트·베버 같은 클라리넷 정통 레퍼토리에 담았다면···. 어쩌면 그를 꽃미남 음악가로만 소비하고 있는 듯한 한국으로부터 받은 인상이 그의 선곡력에 영향을 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음악가의 인생과 무대 수명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관객은 알까. 그가 지닌 음악적 ‘반경’보다는, ‘깊이’를 느끼고 싶은 무대를 다 같이 그리워해보자. 그때도 ‘꽃미남 추종자’들이 객석에 앉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진 금호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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