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은 ‘갤러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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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8일 9:00 오전

문화공간

 

‘예술의 생활화, 생활의 예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술도 더 가까이에서 어렵지 않게 즐길 방법이 여럿 제시되어 왔다. 이 중에서도 갤러리와 카페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갤러리카페’의 인기가 고공행진이다. 자신의 감상을 바로 일행에게 전하기조차 쉽지 않은 적막한 분위기의 기존 전시관과 달리 차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전시 공간과 카페 공간을 분리해두어 사실상 ‘갤러리카페’의 의미가 퇴색된 곳이 적지 않다. 작품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을 테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었다.

삼청동 자락에 자리 잡은 코소(COSO)는 갤러리와 카페,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았다. 또한 작품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은 공간에 다채로운 향기를 더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과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네 개의 층과 테라스로 이루어진 이곳은 그 어느 공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과거 식당의 굴뚝이었던 천장에도 작품을 설치하고 그 한쪽 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테라스에 앉은 관람객까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공간을 기획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던지라 이를 먼저 이야기하지만, 모든 층과 공간에서 작품과 커피테이블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각 공간에 준비된 작가들의 작품 설명은 용지에 인쇄되어 언제든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다. 종종 각 작가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명함도 함께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반 전시장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의 굿즈를 구매해가듯 이 작은 명함으로도 전시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다.

공간의 정체성을 쌓아 올린 사려와 노력 또한 인상적이다. 플로리스트였던 공간기획자는 작품으로부터 시선을 빼앗을 수도 있는 식물은 잠시 마음속에 접어두고 ‘돌’로 된 조형물을 택해 공간을 꾸몄고, 시인이었던 큐레이터는 이곳을 운영하는 시간만큼은 운문이 아니라 산문을 택해 전시를 기획하고 설명하고 있었다.

차와 대화, 그리고 작품이 공존하는 진짜 갤러리카페의 모습을 구현한 코소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작업장소로도, 사진동호회의 모임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작품 판매는 물론, 아티스트 간의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등 또 다른 기회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한번은 한 아티스트가 이곳에 상주하면서 작업한다는 소식에 많은 팬이 몰려 의도치 않게 ‘작가와의 대담’을 방불케 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고 하니, 예술에 대한 하나의 열정으로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에게 기획자와 작가, 그리고 관람객의 구분은 형식과 편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대형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누군가와 함께 작품에 관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는 것도, 홀로 작품이 품은 의미를 파헤쳐보는 것도 좋다. 미술관의 딱딱한 분위기로부터 신선함이 필요하거나 넉넉히 생각하고 무언가 적어볼 시간이 필요할 때,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한 줄기를 이루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궁금할 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갤러리카페 코소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다. 예술이 주는 호기심과 위안, 그리고 기쁨에 대한 ‘기대감’만 마음에 채워 오면 된다. 그 마음에 좋은 작품과 따뜻한 차가 답을 건네게 될 것이다.

 

박찬미 사진 코소(C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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