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글 박서정 기자
세이렌의 노래: 여성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
이디스 재크 저 | 배인혜 역
“그들은 어떻게 역사의 연대기에서 사라졌나?”라는 음악학자의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저자인 이디스 재크는 여성 음악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현저히 낮다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 결과 그는 여성이 작곡을 비롯한 창작의 영역에서 배제된 역사적 사실을 포착한다. 한 예로 파리음악원은 19세기 후반까지 여학생의 작곡 수업 수강을 금지했다. 저자가 주목한 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굴레를 극복하고, 당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공적 담론에서 소외된 여성 음악가들이다. 17세기 베네치아에서 약 100편의 작품을 출간한 바르바라 스트로치, 여성 최초 파리 음악원 교수로 임용된 루이즈 파랑크 등 여성 작곡가 20명의 음악적 성취를 발굴해 기록했다. 만복당 | 1만8천원 | 070-8064-5045
굉음의 혁명: 일렉트릭 기타로 바라본 대중음악 100년의 이야기
브래드 톨린스키·앨런 디 퍼나 저 | 장호연 역
일렉트릭 기타는 1920년대 발명된 이래 자유와 저항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여섯 개의 현에 전기 증폭 장치가 장착된 일렉트릭 기타의 발전사에 일렉트릭 기타를 만들고 연주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했다. 미국 승전가 ‘The Star-Spangled Banner’로 반전의 메시지를 연주한 지미 헨드릭스, 포크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해 부조리에 반대하는 노래를 부른 밥 딜런 등은 일렉트릭 기타가 단순한 악기를 넘어 세상을 향한 외침이 되도록 했다. 1980년 창간된 기타리스트를 위한 잡지 ‘기타 월드’의 편집장과 칼럼니스트인 저자들이 막힘없는 필력으로 일렉트릭 기타가 지나온 모든 순간을 전한다. 뮤진트리 | 2만2천원 | 02-2676-7117
음악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 일기처럼 정리한 음악 연표
이장직 저
기원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음악사를 연표로 정리한 책이다. 15년간 음악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객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사실과 정보를 취사선택했다. 악기의 발명, 음악가의 경력, 주요 작품의 초연 등을 연대순으로 나열했다. 예를 들어 59년은 네로 황제가 가수로 데뷔한 해, 1427년은 박연이 12율관 제작에 성공한 해, 1808년 12월 22일은 베토벤이 교향곡 5번 ‘운명’을 초연한 해로 기술됐다. 20세기부터는 대중음악과 국악으로 범위를 넓혀 인기차트 1위에 오른 대중음악이나 주요 레퍼토리의 국내 초연 날짜도 포함했다. 당대 인기를 얻었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많은 음악가의 발자취까지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모노폴리 | 2만2천원 | 02-3272-6692
이만희 희곡집 세트 (전 4권)
이만희 저
극작 40주년을 맞아 이만희 희곡 전작을 묶은 정전(正典)이 출간됐다. ‘현재진행형’ 문학인 희곡은 활자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한다. 극작가 이만희의 작품도 그렇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이만희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는 말처럼, 연극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이라 속의 시체들’(1979)로 등단 이래 그는 삶의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이번 희곡집엔 서울시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보존할 만한 대중문화로 수장된 ‘불 좀 꺼주세요’(1992)와 노년에 들어선 자의 달관을 보여주는 작품 ‘피고 지고 피고 지고’(1993)를 비롯해 가장 근작인 ‘가벼운 스님들’(2018) 등 총 18편이 수록됐다. 여전히 동시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만희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기회다. 아르떼 | 6만원 | 031-955-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