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싱가포르 음악창고 다양한 뿌리의 공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2월 7일 9:00 오전

당신이 몰랐던 싱가포르 음악창고

다양한 뿌리의 공존

➊ 에스플러네이드

➋ 빅토리아 콘서트홀

적도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대 무역금융 국가이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싱가포르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국민의 창의력’이란 기조를 내세웠다. 이후 국가 차원에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예술에 투자할수록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며, 싱가포르의 진가는 문화를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살기에, 구성원들의 다채로운 뿌리를 인정하는 것도 싱가포르 문화의 이면이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문화 키워드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공존’이다. 싱가포르 문화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공존하는지 살펴보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두 공연장
싱가포르에는 두 개의 대표 공연장이 있다. 마리나 만에 위치한 에스플러네이드➊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싱가포르 대표 열대 과일인 두리안과 모양이 흡사해 ‘두리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0석 규모의 극장, 1,800석의 콘서트홀, 245석의 리사이틀홀, 220석의 연극 스튜디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콘서트홀은 ‘아시아의 카네기홀’이라 불릴 만큼 사랑을 받는다. 
또 다른 곳은 빅토리아 콘서트홀➋이다. 싱가포르 심포니 음악감독 한스 그라프는 이 홀을 두고 “관객과가까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교한 공연장”이라고 표현했다. 1862년에 완공된 홀은
두 개의 건물과 하나의 시계탑이 연결된 고풍스러운 외관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614석의 극장과 673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있다. 1992년 2월 14일에는 국가 기념물로 제정됐다. 콘서트홀은 2014년 리노베이션 후 싱가포르 심포니 전용홀로 자리매김했다.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Singapore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s)은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가 위촉한 국가 최고의 공연예술 축제다. 싱가포르가 배출한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이 총감독을 맡으며국내외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한국의 국립극장과 공동 제작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선보여 전석 매진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싱가포르 심포니 합창단과 싱가포르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정기 공연 외에 야외 공연과 지역 사회를 위한 공연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빅토리아 콘서트홀 시리즈, 싱가포르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SIPF), 빅토리아 콘서트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피아노·바이올린 콩쿠르(NPVC)를 주최한다.

현대음악가들의 활발한 활동
싱가포르 대표 작곡가로는 레옹 윤 핀(Leong Yoon Pin, 1931~ 2011)➌과 푼 유 탄(Phoon YewTien, 1952~)➍이 있다. 말레이시아 전통음악을 주요 테마로 하는 레옹 윤 핀은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상주 작곡가이다. 푼 유 탄은 애국가를 편곡한 작곡가로 1996년에 ‘문화 메달리온(Cultural Medallion)’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다양한 예술 장르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지휘에서는 카춘 웡(Kahchun Wong, 1986~)➎과 대럴 앙(Darrell Ang, 1979~)➏이 손꼽힌다.카춘웡은 2016년 구스타프 말러 콩쿠르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2018/19 시즌부터 뉘른베르크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현재 중국 쓰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대럴 앙은 런던 시즌개막지휘는물론, 마린스키 극장에서 다수의 오페라를 지휘하고 있다.

➎ 카춘 웡

➏ 대럴 앙

➌ 레옹 윤 핀

➍ 푼 유 탄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학펭 창

문화적 공존에 숨겨진 비밀

스탠퍼드 대학 전자공학 전공
인시아드에서 MBA
싱가포르 유스 오케스트라 전략 컨설팅 
현)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현) 싱가포르 합창단 대표
1979년에 설립된 오케스트라인데,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1979년 1월 24일에 설립되어 작년에 4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의 성장은 무엇보다 훌륭한 단원들 덕분이다. 20여 국가에서 온 단원들은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공연을 소개한다면?
8월 9일 독립기념일 공연! 공연 전반부는 싱가포르 작곡가의 곡, 후반부는 잘 알려진 명곡들로 구성한다.
역대 지휘자 중 오케스트라 발전을 이뤄낸 지휘자는 누구인가?
오케스트라 설립 이후 17년 동안 음악감독으로 있었으며, 해외 투어를 기획해 오케스트라의 토대를 다진 추 호이(Choo Hoey, 1934~). 이후 22년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끈 란 수이(Lan Shui, 1957~)이다. 특히 란 수이는 다양한 음반을 제작하며 오케스트라 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음악감독인 한스 그라프와 함께 일하는 것은 어떠한지.
한스 그라프는 지난 7월에 부임했다. 아시아계 출신이 아닌 첫 번째 음악감독이다. 그는 독일과 러시아 레퍼토리에 강해서 지금까지의 음악감독들과는 다른 각도로 음악을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지휘자는 싱가포르 출신인 조슈아 탄이다. 우리는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색깔을 지녀서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길 원한다. 
 
공연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1년에 60회 정도 공연한다. 정기 공연은 약 30회 정도이고, 나머지 30회는 교육 콘서트, 팝스 콘서트, 지역 사회를 위한 콘서트로 채워진다. 정기 공연은 악단 퀄리티를 다지는 것에 중점을 준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 공연을 기획했으나,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SSOPlAYON!’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실황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올해 4월부터 온라인 영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 4월부터 6월 중순까지는 무료로 공연을 즐기게 했고, 7월부터는 소정의 관람료를 받고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영상 구독자 수는 약 70만 명 정도다. 공연은 2주에 한 번씩 녹음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SSOPLAYON!’의 주목할 점은 공연과 동시에 ‘live chat’을 진행하는 것이다. ‘live chat’으로 사무국 직원과 관객이 함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실황 공연에서는 대화할 기회가 없는데,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으로는 실시간 채팅을 하니 색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실황 공연은 개개인이 모두 티켓을 사야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은 한 번만 구매하면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다! ‘SSOPlAYON!’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일요일에 진행하는 ‘클래식 음악 명상(Classical Music Meditation)’이다.
한 해 예산은 어느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지?
한 해 예산은 약 200억 원이다. 60~65%는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후원금·티켓 수익금으로 자체 충당한다. 코로나 여파로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다. 다행히 현 상황에 단원 월급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줄 수 있어 감사하다. 

오디션 과정도 궁금한데. 
지원자의 이력서, 오케스트라 엑섭 영상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최종 후보자들은 오디션에 초청되어 직접 연주하고, 내부 토론을 통해 결정된다. 다음은 호른 오디션 공고가 올라갈 예정이니 한국의 독자들이 참고하길 바란다.
가장 대표적인 음반을 추천해 달라. 그동안 중국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많이 녹음한 듯하다.
작년에 출시한 ‘Truly SSO’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작년 에스플러네이드에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했을 때 이틀 모두 매진됐다. 보태니컬 가든에서 연주하면 보통 만 명 정도의 관객이 온다. 10월 8일에 진행한 파일럿 콘서트의 티켓은 3분 만에 매진됐다. 
에스플러네이드와 빅토리아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많이 하는데, 각각의 공연장에 대해 설명하자면.
빅토리아 콘서트홀과 에스플러네이드에서 연주할 수 있어 참 행운이다. 음악감독 한스 그라프의 말을 빌리자면 두 공연장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빅토리아 콘서트홀은 정교한 음향과 더불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장이어서 실내악이나 고전 음악을 하기에 알맞다. 에스플러네이드에서는 낭만주의 곡처럼 웅장한 곡을 연주하면 잘 어울린다.

동아시아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동아시아 오케스트라들은 이미 세계적이다. 서울시향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많은 오케스트라, 홍콩 필, 타이완 필, 말레이시아 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아시아 오케스트라는 프로그래밍을 할 때 베토벤·브람스·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의 곡만 연주해서는 안 된다. 국가 정체성과 관련 깊은 곡을 연주해야 한다. 진은숙 작곡가의 곡은 한국 전통음악이라고 하진 어렵지만, 한국적 색채를 지녔다. 진은숙의 곡이 다양한 한국 악단에서 연주됐으면 한다. 
오케스트라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케스트라는 네 가지 분야의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함께 이끈다. 음악감독, 악장, 이사회장, 대표가 한 팀이다.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방향성을 세우고. 악장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단결시키며, 대표는 경영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이사회장은 오케스트라 전체의 방향성을 잡는다. 서로 이해를 바탕으로 공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경영 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단원들이 모여 음악을 만드는 모든 순간이 보람차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이 처음 입사했을 때보다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볼 때 기쁘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한 직원들을 보는 것은 뜻깊은 순간이다.
임기 동안 이뤄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 굳이 내가 해야 할 일을 꼽자면 공연의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무국 시스템 재정비이다.

그를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역시 사람은 사랑하는 일을 해야 진짜 자신의 색을 드러낼 수 있다. 인터뷰 질문에 논리적으로 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케스트라의 신중한 미래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싱가포르만의 고유한 음색을 지닌 오케스트라를 기대해본다.

글 박선민(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한스 그라프(1949~)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라프는 프랑코 페라라, 세르주 첼리비다케, 아르비츠 얀손스 밑에서 지휘를 공부했으며, 현재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의 명예 교수다. 그는 오스트리아 명예 훈장을 수상했다. 그동안 휴스턴 심포니, 캘거리 필하모닉, 모차르테움 잘츠부르크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역임했다.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오페라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로 그래미와 에코 클라식상을 수상한 바 있다.2020년 7월부터 싱가포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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