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스타인을 검색하세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3월 29일 9:00 오전

루빈스타인 콩쿠르 4.18~5.3

루빈스타인을 검색하세요

 

‘그라모폰’ 매거진에서 2005~2011년 기자로 근무하고, 타임·파이낸셜 타임스·CNN에 클래식 음악·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기고해온 제임스 인번이 루빈스타인 콩쿠르를 앞두고 ‘객석’에 글을 보내왔다.

루빈스타인 콩쿠르는 다닐 트리포노프·손열음·이고르 레비트·이매뉴얼 액스·조성진 등의 태동을 알린 콩쿠르이다. 3년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되며, 경연은 두 번의 독주와 실내악을 선보이는 리사이틀, 그리고 협주 무대로 이어진다. 독주회에서는 이스라엘 출신 작곡가의 곡을 최소 1개 이상 연주하도록 해, 자국 음악 발전도 꾀한다. 4월 시작되는 이번 콩쿠르의 본선에는 김도현·박로한·박채영·서형민·이택기 5인이 오른다.

_편집자 주

추기경단이 교황을 뽑을 때 주저함을 보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교황 선출과 피아노 콩쿠르를 놓고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여러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그 콩쿠르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지구상 유일무이한 유대인의 땅에서 열리는 콩쿠르라면 말이다.

얀 제이콥 비스트리츠키가 ‘루빈스타인’의 이름으로 이스라엘에서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해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누구보다 겸손하고 위대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주저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등에 업은 경연을 통해 재능 넘치는 수많은 젊은 음악가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득당한 루빈스타인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심지어 제1·2회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지지를 보냈다.

 

다정한 경연대회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피아노 경연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콩쿠르가 탄생했다. 루빈스타인 콩쿠르는 예술과 커리어의 정점에 도달한 예술가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탄생했다. 단순히 그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과정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 국제 콩쿠르의 발판을 마련하고 유지하는데 (코로나19의 시대와 그로 인해 달라진 미래를 차치하고도) 막대한 문제가 뒤따랐지만, 1974년 콩쿠르가 개최된 이래 루빈스타인은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루빈스타인 콩쿠르 제1회 우승자는 이매뉴엘 액스(1949~)였다. 수년 뒤, 액스는 이렇게 회상한다. “루빈스타인 콩쿠르 이후, 모든 길이 열렸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았습니다.”(이마누엘 액스의 인터뷰는 00쪽으로)

액스 이후로 수많은 우승자가 ‘루빈스타인’ 꼬리표를 달고 커리어 정점에 올랐다. 이고르 레비트, 다닐 트리포노프, 키릴 게르슈타인, 게르하르트 오피츠, 제프리 칸, 보리스 길트버그, 이안 홉슨, 야니나 피알코프스카,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모두 이에 해당한다. 여러 피아노 콩쿠르가 넘쳐나는 오늘날, 참가자들은 특히 루빈스타인 콩쿠르에 대해 하나같이 아끼는 마음을 보인다. 트리포노프(1991~)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느꼈던 감정을 기억합니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관객으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음악가에게는 감정적인 지지를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로써 음악가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빈스타인 콩쿠르는 연주자에게 무척 다정했습니다. 그 다정함이 음악을 창조해내는 연주자의 마음을 더욱 안심시켰죠.”

 

화합하는 경연대회

올해 개막 연주회 일정 조율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이러한 ‘다정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전 세계의 참가자 36명은 줌(Zoom)을 통해 예술감독 아리엘 코엔과 심사위원장 아리에 바르디(1937~)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만났다. 바르디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이 뽑은 경연 순서에 따른 심리적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던 과거의 참가자들을 유쾌하게 회상했다.

올해 주최 측은 형형색색의 디지털 돌림판을 준비하여, 많은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돌림판이 회전을 멈추고 이름이 선택되면 참가자는 자신의 경연 순서를 선택했다. 유대감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뽑힌 순서대로 자기소개와 출신지를 이야기하고 서로를 북돋우며 미소를 나누었다. 잠재적 커리어를 쌓기 위한 행사에서 드러나곤 하는 긴장과 불안감은 보이지 않았다.

1977년 제2회 콩쿠르 이래로 콩쿠르에 함께해온 코엔은 이렇게 말했다.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늘 중요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참가자들이 라맛 아비브 외곽의 한 호텔에서 다 같이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에 그 호텔은 아름다운 잔디밭과 수영장, 아티스트를 위한 오두막집으로 이뤄진 하나의 컨트리클럽 같았습니다. 아티스트들은 거기서 서로 친목을 다졌고요. 도시에 위치한 호텔이었지만 도시 밖에서 생활하는 키부츠(이스라엘의 생활 공동체) 같았고 참가자들은 모두 그런 분위기를 좋아했습니다.

또 피아니스트들을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공항에 마중 나가고, 호텔로 함께 이동하고, 세션마다 픽업하며, 때로는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콩쿠르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관객 역시 특별합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식견이 풍부하고 열정적인 관객들은 피아노 선생님, 동료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데,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일에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누가 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했고, 왜 이 곡 아니면 다른 곡이 연주되어야 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소리를 높이며 거의 싸우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관객은 공연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보냅니다. 심사위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땐 공연장에서 큰 소리로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조금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참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심사위원들은 항상 참가자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하는데, 참가자와 관객 사이에는 거리가 없습니다. 항상 편안하고, 생동감이 넘치며, 애정 가득한 관계지요.”

온라인에 안착하다

코엔은 1974년 제1회 루빈스타인 콩쿠르가 개최됐을 때 아직 학생이었다. 1977년 제2회 콩쿠르 무렵 그는 이스라엘 국방 라디오 방송국에서 젊은 기자로 재직하며 문화면을 담당했다. 근무 중 루빈스타인 콩쿠르에 방문한 코엔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직접 만났다. “루빈스타인과 그의 아내와 함께 두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부인은 다른 방에서 계속 루빈스타인을 지적하셨죠. ‘오, 아르투르, 그게 아니잖아요!’”

제3회 콩쿠르에 계약직 기자로 공식 합류한 코엔은 홍보물을 제작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감독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전반적인 운영에도 참여했다. 오랜 기간 예술감독으로 재직한 피아니스트 이디스 즈비가 작년에 은퇴하면서, 코엔은 마침내 이사회장 자리에 앉았다. 대규모 국제 콩쿠르의 진행을 맡기에는 쉽지 않은 시기임이 분명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적어도 온라인 영역에서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즈비의 재직 마지막 해는 제16회 루빈스타인 콩쿠르로 기록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 연기되고 말았다. 이는 루빈스타인 콩쿠르 역사상 두 번째 연기에 해당하며, 대안으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온라인 피아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페스티벌의 꽃은 수상자이기도 한 젊은 피아니스트 12명이 벡맨 멕타 음악학교의 클레어몬트 홀에서 진행한 시리즈 연주회였다. 루빈스타인 콩쿠르를 대표하는 과거의 영상, 공개 토론회와 더불어 보리스 길트버그(1984~)와 같은 이전 수상자들의 연주회 또한 특별 스트리밍되었다. 페스티벌은 이스라엘 하아레츠 신문사와의 협업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더욱 어마어마한 규모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올해의 ‘전면 온라인 스트리밍 콩쿠르’를 가능케 한 초석이 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이번 루빈스타인 콩쿠르는 부득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최된다. 오직 최종 결선만 이전처럼 텔아비브에서 치러진다. 해외 이동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예선은 런던·뉴욕·베이징·포츠담·텔아비브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중 자신과 가장 가까운 도시에서 예선을 치르며(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 이외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모든 연주는 촬영되고 관객 및 심사위원에게 스트리밍된다.

결선 진출자는 이스라엘에 모여 실내악 작품과 협주곡을 카메라타 예루살렘·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이 또한 관객에게 실시간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총 36인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참가하며, 한국에서는 다섯 명이 출전한다.(김도현·박로한·박채영·서형민·이택기)

음악 애호가들은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티켓을 구매해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콩쿠르를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이 가져다준 이점으로, 선호하는 카메라 앵글을 선택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경연자의 ‘손’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1차 예선은 4월 1~10일에 중계되며, 최종 결선은 진출자들의 이동 문제 등을 고려하여 4월 29일~5월 1일에 볼 수 있다. 그사이에 공개 토론회나, 심사위원장 바르디가 이끌고 예핌 브론프만, 메나헴 프레슬러, 에와 포블로카 등이 함께하는 ‘심사위원과의 만남’ 세션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축제가 된 경연대회

코엔은 관객의 경험을 한층 더 깊고 풍부하게 해줄 여러 계획으로 자신에 차 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유명 이스라엘 피아니스트 5인을 관객이 막 보았을 참가자의 연주를 분석하는 강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주는 사전 촬영되므로 피아니스트들이 참고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코엔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연주자들이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파악하고, 연주에 대한 내적 세계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관객에게 몇 가지 도구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제로 관객은 2차 예선부터 ‘관객의 선호’ 투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코엔은 평생에 걸쳐 루빈스타인 콩쿠르의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러시아인들의 거대한 이민 행렬에서 비롯된 이스라엘 음악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목도했고, 참가자들의 출신 국가가 서에서 동으로 크게 옮겨간 것도 지켜보았다.

그럼에도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경연은 이번에 열릴 제16회 콩쿠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 덕분에 관객이 어디에 있든 음악은 가 닿을 것이다. 또한, 이 변화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특별한 애정을 보였던 젊은 인재들의 발전이라는 콩쿠르 창립 원칙에도 여전히 충실하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콩쿠르는 하나도 변화하지 않은 것이고, 이 사실은 모든 이를 만족시킬 것이다.

 

글 제임스 인번 번역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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