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칙한 예술가들’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0월 1일 2:49 오후

신간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

 

발칙한 예술가들

추명희·정은주 저
16,800원 | 42미디어콘텐츠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하지만 그가 자신의 외사촌 나탈리아와 사랑에 빠진 뒤 사회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천재 예술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방식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한 걸음 더 가까이서 다가가서 바라본 예술가의 생은 진한 인간미를 자아내고, 캔버스와 음표 안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다. 미술 칼럼니스트 추영희와 음악 칼럼니스트 정은주는 베토벤·비발디·브람스부터 미켈란젤로·모네·달리까지 예술가들의 사생활을 매혹적으로 풀어냈다.

 

클래식의 발견

존 마우체리 저 | 장호연 역
17,000원 | 에포크

‘나는 지금 이 곡을 제대로 듣고 즐기고 있을까?’ 전문적으로 감상을 훈련받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한 번쯤은 던져봤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책이 발간됐다. 음악의 정의부터 시작해 음악회의 종류까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식을 약 60년간 음악을 접한 저자의 경험을 통해 전한다. 저자인 존 마우체리(1945~)는 뉴욕 필·시카고 심포니·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음악단체를 이끈 지휘자이자 교육자다. 그의 친절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고전음악 안내서는 지금까지 헤매왔던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줄 것이다.

 

 


비하인드 클래식

여자경 저
13,800원 | 교보문고 클래식

음악에 다가가는 고전적인 방법은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나긴 음악사를 줄줄이 훑다보면 클래식 음악과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여자경은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비하인드 클래식’은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상황별로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한다. 일상 속에서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낮추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주로 5분 내외의 곡을 선정한 것에서도 입문자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음악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고뇌, 당대의 가십거리까지 포함해 흥미를 돋우는 것은 덤이다.

 


여성민요의 틈과 경계

이정아 저
12,000원 | 한국학술정보

이름도, 성도 없이 살다 간 이들이 있다. 과거 한국에 살았던 여성들이다. 그들의 삶의 흔적은 기록에서보다 노래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여성민요는 기록문학과 달리 정교한 이론의 틀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성민요의 특징은 분명히 존재한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현실 너머를 꿈꾼다는 것, 가부장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순응과 저항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를 주로 연구해온 가천리버럴아츠컬리지 이정아 교수의 연구 활동이 책에 담겼다. 논문집이지만 ‘이선달네 맏딸애기’ ‘흥글소리’ 등 실제 민요를 예시로 들어 여성민요를 설명해 일반 독자에게도 어렵지 않다. –

 

고전과 음악의 만남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

이신구 저
14,000원 | 세창미디어

 

 

 

 

 

 

논어와 음악

정상도 저
14,000원 | 나무발전소

 

 

음악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때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도. 머나먼 옛날 쓰여진 책 속에서 음악을 발견할 수도 있다.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는 헤르만 헤세(1877~1962) 문학의 핵심에 음악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짚어낸 책이다.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성장한 헤세는 성가대원이었던 의붓형들의 영향으로 바흐나 헨델,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접했다. 음악은 그의 창작세계의 주요한 원천이 되었다. 헤세는 시를 짓는 것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헤세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저자 또한 ‘헤세 문학은 악보 없는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헤세 문학을 소나타 형식과 푸가 형식을 통해 분석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전형적인 교양소설로 읽어왔던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동양의 고전을 음악과 함께 읽어보는 책도 있다. ‘논어와 음악’은 ‘논어’가 말하는 메시지를 시대도 장르도 제각각인 26편의 음악과 함께 소개한다. 고리타분하게 생각되는 논어도 음악과 함께라면 유쾌한 에세이가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곡은 밥 말리의 ‘구원의 노래’부터 콜드플레이의 ‘낙원’,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제이레빗의 ‘Happy Things’까지 시대도 국경도 장르도 다양하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선곡도 책의 내용을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컨대, 그가 꿈꿨던 차별이 없는 대동사회에 대해 설명하며 콜드플레이의 ‘낙원’을 소개하는 식이다. QR코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논어의 구절과 노래를 함께 접할 수 있다. 글 김민주 수습기자

 


책 속으로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 #37쪽 #소설 속의 음악

헤세가 자신의 소설에서 시도한 것은 정신적인 세계와 자연적인 세계, 남성적인 세계와 여성적인 세계가 공존하는 이중의 얼굴을 표현하는 것이다. 헤세는 이러한 이중의 얼굴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술을 음악이라 여겼다. 음악은 투쟁하는 두 요소를 화해시켜 드높은 차원에서 합일시킬 수 있는 마법의 언어이면서, 신의 정신을 전해 주는 가장 질서 정연한 정신의 언어, 즉 마술과 로고스의 결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헤세와 함께 음악이 흘렀다

#116쪽 #싯다르타 영혼의 소나타

푸름은 푸름이요 강은 강인 것이다. 모든 노랑과 푸름, 강과 숲이 처음으로 싯다르타의 눈에 들어온다. 싯다르타는 본질이란 사물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에게 정신과 자연, 사고와 감각 그 자체는 모두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는 두 세계의 신비한 조화에서 울리는 내면의 신비한 음을 듣는다. 싯다르타 영혼의 소나타는 대립된 두 주제에 의해서 아름다운 화성을 이루게 되었다.

#논어와 음악 #118쪽 #거문고 산조

이처럼 ‘논어’는 배움에서 시작해 사람을 아는 일로 마무리됩니다. 스스로를 닦아 사람을, 세상을 제대로 보는 군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향원 같은 사이비가 아니라 군자가 깃발을 들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가 우리의 희망사항입니다. 국악인 정대석의 거문고 산조를 감상하겠습니다. 공자가 평생 함께한 악기가 거문고라고 하지요. 거문고 산조는 거문고의 묘미를 느끼기에 그만입니다.

정대석의 거문고 산조

#논어와 음악 #142쪽 #공자와 맹자를 소환한 까닭

공자와 맹자를 오늘 소환하는 까닭은 더불어 살아가자는, 대동사회를 위한 ‘인정(仁政)’이란 가치의 현실성에 있습니다. 넌더리가 날 만큼 겪어온 내로남불에서 벗어난 정치, 정치인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공자의 서(恕),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사키지 말라.’는 경구가 지켜지는 모습 말입니다.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과거를 파먹는 정치 대신,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를 하려는 정치인이라면 가슴에 ‘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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