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세계아티스트매니저협회(IAMA)콘퍼런스

공연 성사를 위한, 조용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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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5일 9: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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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음악계의 유력기획자들이 모인 현장 속으로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독일에 위치한 뒤셀도르프 톤할레에서 세계 아티스트 매니저 협회가 주관하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세계 아티스트 매니저 협회는 영문명인 ‘International Artist Manager’ Association’의 약자인 ‘IAMA’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음악계에서도 ‘아이야마’로 널리 통용된다. IAMA 사무국은 현재 런던에 있으며 매년 유럽 내의 여러 공연장 중 한곳이 호스트가 되어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5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중음악, 월드뮤직, 재즈 등에 대한 콘퍼런스 혹은 아트마켓은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클래식음악 온전히 포커스를 두고 있는 콘퍼런스는 극히 드물다. 특히 IAMA는 그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티스트 매니저들이 중심을 이루는 콘퍼런스로, 여러 아티스트 매니저들의 만남을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공연장, 페스티벌, 콩쿠르주최 측과의 만남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된다.

 

©susannediesner

 

콘퍼런스는 크게 패널 세션과 프리젠테이션를 비롯하여 공유를 위한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공연 관람, 강연 등으로 채워진다. 올해는 오페라에 포커스를 두었던 첫째 날 세션 외에 리더십, 럭셔리 브랜드, 순수예술, 세관과 이민국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 아티스트들의 이적, 변화하는 클래식 시장,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로 세션이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콘퍼런스 기간 내 하루는 호스트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도 함께 관람하는데, 올해는 아담 피셔의 지휘로 뒤셀도프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하여 관람하기도 했다.

콘퍼런스는 여러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참석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단연코 스케줄상에 존재하지 않는 관계자들과의 미팅이다. 필자 또한 미팅을 위해 이 곳에 왔으며 국내외 전체 매니지먼트(제너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부소니 콩쿠르와 제네바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문지영, 롱티보 클레스팽 콩쿠르 (1위 없는 2위) 우승자 피아니스트 안종도, 새로운 현악4중주단인 볼체콰르텟 등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울고 웃는 30분간의 관계자 미팅

 

미팅포인트

미팅장소

 

콘퍼런스가 벌어지는 장소를 보면 이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로비나 그에 준하는 넓은 공간에 수많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된다(아직까지 테이블과 의자가 모자랐던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참석자 수에 맞춰 설치를 하는 듯하다). 그리고 미팅 포인트(Meeting Point)를 두어 참석자들이 미팅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차와 커피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바가 두 곳 이상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규모가 큰 기획사나 오케스트라 혹은 유명 연주자들을 많이 보유한 기획사들의 경우 콘퍼런스들이 많이 오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예 배너와 포스터 등으로 자신들의 구역을 미리 확보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공간이 오전 9시 30분에 오픈되면 오후 5시까지 미팅이 연이어진다. 어떠한 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팅은 대부분 30분 단위로 진행된다. 30분 정도마다 한 번씩 미팅을 잡을 수 있기에 잘 하면 하루에 14~16개의 미팅도 가능하다. 즉, 하루 만에 10개도 넘는 단체와 접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콘퍼런스가 아니면 이들과의 이러한 미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야하는 매니저들이라면 최대한 많은 미팅을 잡기위해 참석자 리스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뜨는 즉시 이메일을 보내 약속을 잡는다. 만약 콘퍼런스 전 약속을 사전에 잡지 않으면 콘퍼런스 기간 내내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도 이곳이 이러한 성격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처음 참석했던 2015년 콘퍼런스에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전 세계 클래식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와 역할을 해내는 단체나 인물과의 1대1 미팅은 IAMA 콘퍼런스만의 커다란 장점이다.

 

칼 없는 조용한 전쟁터

 

클로징파티

하지만 전 세계 클래식음악 관련 중요한 인물과 단체들이 단시간 동안 모이는 시간과 환경은 때때로 단점이기도 하다.

IAMA 컨퍼런스 팩킷

홍보물

IAMA 콘퍼런스에는 여러 아티스트들을 보유한 기획사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그들은 미팅에 목말라 있다. 반면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공연장 등은 밀려들어오는 미팅 제안과 요청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북유럽 어느 오케스트라 대표에게 사전에 이메일을 보내 미팅 제의를 했으나 답변조차 얻지 못했는데 콘퍼런스에서 그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래서 이메일 수신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정말 미안하다며 사정을 말해주었다. 콘퍼런스가 임박해 등록했는데, 등록 당일 날만 미팅 제안의 이메일을 300통에 가깝게 받았다는 것이다. IAMA의 홈페이지(www.iamaworld.com)에 참가 등록을 하면 참석자 리스트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이처럼 이 곳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다. 음악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한정되어 있고, 연주자는 수없이 많다. 그 무대를 자신이 서포트하는 음악가에게 선사하기 위해 매니저들이 ‘칼 없는 조용한 전쟁’을 이곳에서 치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콘퍼런스의 폐막 파티는 이 모든 전쟁을 치르고 난 후의 휴전협상 같은 느낌이다. 전쟁이라 표현해도 좋을 3일 간의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낸 참석자들이 와인 한잔과 맛있는 음식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주자, 기획사, 콘서트홀, 페스티벌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동료로 생각하며, 또 동료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데 모여 클래식음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각자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위로해준다. IAMA 콘퍼런스는 그런 이들이 모여 인연을 만들고 동료애를 쌓는 곳이다. 무서우리만큼 냉혹한 곳이면서도 또 때로는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화합의 장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IAMA 콘퍼런스이다. 내년의 제30회 콘퍼런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월 20~22일에 열릴 예정이다.

윤동진((주)더브릿지컴퍼니 대표) 사진 IAMA 홈페이지·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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