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

SPECIAL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4월 17일 2:57 오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공연계가
침체기를 맞았다. 문화적, 정서적 단절감이 높아지는 지금,
예술계가 가야할 길은 어디에 있는가
기획·취재·좌담 객석 편집부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먼저 시작된 예술계 침체 분위기는 이제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지난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공립공연장 및 예술단체에 잠정 휴관 등의 지침을 내렸다. 폐쇄된 공간에 장시간 노출되는 공연의 특성상 이를 찾는 대중의 발걸음도 확연히 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이 시기를 빨리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기는 하나, 현재 공연예술계에 닥친 위기는 이전 메르스나 신종플루 사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러 공연장과 예술단체,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당장의 일자리를 잃으며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영상 매체를 이용한 ‘비대면(untact)’ 공연이 대체 방안으로 마련되고 있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해결책은 아니다. 이후의 상황도 문제다. 사태가 진정되고 공연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관객이 다시 공연장으로 발걸음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다.
문체부에서는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30억 규모의 ‘코로나19 예술인 특별 융자’와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디딤돌’ 등 긴급 지원을 시행 중이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제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공개하고 있다. ‘공연예술분야 코로나19 전담창구’ 또한 마련해 질병,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 파기 등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www.gokams.or.kr
현재 많은 의료 종사자들이 현장에 나가 직접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처럼, 공연예술계 종사자들 또한 지금 이 시기에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향은 베토벤 ‘영웅’을 라이브 생중계로 연주했다. “이 시간에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모든 영웅들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서울시와 서울시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인 이 영상을 5천 명 가까운 인원이 실시간으로 관람했고, “정말 위로받았다” “우울한 마음이 행복해졌다” “각자 자리에서 애쓰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박수를 보낸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실시간 채팅을 통해 전해졌다. 불안과 공포로 가득한 이 시기에 치유의 마음을 주는 것, 지금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일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공연계가 마주했던 굵직한 사건들과 코로나19가 잠식한 현재, 그리고 많은 단체들이 대응책으로 내놓은 ‘비대면(untact) 공연’에 대해 살펴본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또 현재의 고민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미라

 

PART1
•RESEARCH•

시간을 돌아보다
과거의 재난과
무산된 공연들

 

2014년 피아니스트 백건우 세월호 추모 공연

15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6 2015년 문체부 티켓 사업 홍보 영상

15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3 사스 여파로 2003년 내한을 취소한 호세 쿠라

15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5 2011년 일본 투어 중인 정명훈/서울시향

사스 직격탄을 피해간 2002년
2000년 이후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등의 전염병 유행기를 거치면서 매번 공연계는 타격을 입었다. 21세기에 들어 처음 인류를 위협한 바이러스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였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듬해 4월 국내에서도 사스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2003년 서울 세계여성음악제에 일부 해외 연주자들이 사스 감염을 우려해 행사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테너 호세 쿠라도 사스 여파로 아시아 투어 일정을 이듬해 봄으로 연기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사스는 공연계에 극심한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았다. 국내 사스 감염자는 단 네 명으로, 바이러스의 직격탄으로부터 빗겨났기 때문이었다. 많은 해외 아티스트는 한국을 방문하되, 이외의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길 꺼리는 경향을 내비쳤다. 당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던 피아니스트 헬렌 황과 랑랑은 내한을 강행했지만, 각각 중국과 홍콩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연기 및 취소했다. 보로딘 콰르텟의 내한은 서울예술기획의 긴 설득을 거쳐 예정대로 진행하는 데 합의됐다. 하지만 당초 아시아 순회로 계획됐던 이들의 투어는 한국 외 지역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신종플루, 아쉬웠던 대응 체계
2009년, 미국발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가 한국을 덮쳤다. 5월 초 최초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두 달 새 감염자 수가 2천 명을 돌파했지만, 지자체가 주최 및 주관하는 공연과 행사에 대한 대책은 발 빠르게 마련되지 않았다.
7월엔 경남에서 ‘월드콰이어 챔피언십 코리아 2009’를 강행했다. 축제 기간 중, 인도네시아 합창 단원 13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확진돼 후반부 행사가 뒤늦게 취소됐다. 축제 내에서만 4일 만에 49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회 개최 전 신종플루에 대한 위험성이 예고됐지만 사전에 충분한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됐다며 추후 파문이 일었다.
연이어 제주국제합창제가 개최됐다. 신종플루의 위험을 줄이고자 사무국은 경남 ‘월드콰이어 챔피언십 코리아’에 참여했던 2개 단체를 배제하고, 신종플루 검역을 강화한 후 축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외 합창 단원의 확진 사례가 또다시 속출했다. 8월 중순 개최된 제주국제관악제도 마찬가지로 집단발병의 온상이 됐다. 공연을 관람한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일주일간 매일 감염자가 발생했다. 여러 국제행사를 통해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신종플루 방역 대책본부를 격상시켜 운영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바다 건너 번져온 방사능 공포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지진 및 해일, 연이어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 지진 및 해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방사능 누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독일 복스뷔네 극단과 러시아 타간카 극단은 각각 페스티벌 봄과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지진 소식과 동시에 공연 취소를 통보해왔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도 축제 4일을 앞두고 내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 방사선 누출로부터 안전하다는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을 경험한 동유럽권 국가들이 방사능 공포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분석(강은경 ‘공연예술법 마스터클래스 4막 36장’ 참조)이다.
한편,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는 지진 발생 이후로 예정됐던 투어 공연을 취소 없이 진행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고,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은 일본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있던 서울시향도 5월 중 일본 3대 도시 순회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며 “일본의 아픔을 음악으로 위로해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전국 뒤덮은 애도의 물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오랫동안 전국에는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흘렀다. 야외 공연 및 행사는 줄줄이 취소 및 연기됐다. 대다수의 뮤지컬과 연극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각종 이벤트를 자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클래식 음악 공연도 전면 취소되기보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흐름을 보였다.
교향악축제의 폐막 무대에서는 백병동 ‘계절 그리기’가 연주됐다. 작품의 마지막 대목인 “진혼곡에 잠들게 하라, 잠들게 하라”는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수의 공연에서 추모 음악이 별도로 연주되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본 공연의 막을 올리기 전 ‘솔베이지의 노래’를 연주했다. 성악가 6인으로 구성된 킹스 싱어스는 준비된 프로그램이 끝난 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추모곡 ‘M.L.K’를 불렀다.
세월호가 향해가고 있던 제주에서는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음악회가 마련됐다. 백건우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리스트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 ‘슬픔의 곤돌라’ ‘순례의 해’ 중 ‘힘을 내라’ 등을 연주했고, 관객은 마음 저린 침묵으로 박수를 대신했다.

메르스, 실질적인 사후 대책 가시화
2015년 6월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세계 성악계 슈퍼스타로 꼽히던 그의 첫 한국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엔 빈 좌석이 상당했다. 공연을 앞두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면서 백 장이 넘는 취소표가 나온 것이었다. 확산세는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치사율이 20%에 육박해 전국은 메르스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공연계 위축의 불씨는 메르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집중된 경기 지역에서 시작됐다.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회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은 배우 박정자·손숙·김성녀와 명창 안숙선 등 거장들의 모노극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주목받았지만 끝내 연기됐다.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이던 ‘배비장전’도 한동안 막을 올리지 못했다. 학생과 외국인 관광객 등 단체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긴 이유였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공연계 침체가 지속됐지만 괄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연극협회 등은 공연 관련 단체에 메르스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나섰다. 정부는 모니터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맞춤형 대책을 내놓았다.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한 공연계를 지원할 목적으로 ‘1+1 티켓 사업’을 추진했다. 연극·음악·무용·국악 등의 5만 원 이하 티켓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그 혜택이 사실상 대형 뮤지컬 기획사의 라이선스 공연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한 기초공연예술계에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받았다. 박찬미

 

PART2
•REPORT•

현재를 마주하다
코로나19,
기약 없는 쉼표

 

코로나19는 공연계에 끝없는 쉼표를 던지며 문화적, 정서적 단절감을 높이고 있다.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예술인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현 상황을 살펴본다 *3월 19일 기준

 

국공립단체의 거리 두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24개 공공기관을 비롯해 산하 예술단체 대부분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다음 날인 24일부터 잠정 휴관, 공연 연기 등 잠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사무국 직원들은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격일근무 등을 시행 중이고, 예술단체의 연습 또한 집단 감염을 우려해 잠정 중단됐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어 민간단체와 비교해 재정적 타격은 적으나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한 더 많은 책임감을 실감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자체 기획 공연과 전시, 강좌 등을 한시적으로 제한했으나 공연장 자체가 휴관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2월 23일 이후로 공연 취소 건수가 매일매일 증가하여 현재(3.12 기준) 85%의 공연이 취소된 상황이지만, 리사이틀 등 작은 규모의 공연이라면 연주자의 사정에 의해 진행되기도 한다. 챔버홀이나 콘서트홀, 오페라극장 내 공연은 거의 취소됐다. 기문주 예술의전당 기관홍보팀 과장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의한 것이므로 3월 취소 건과 관련해서는 대관료 전액을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가람미술관과 디자인미술관 내 일부 전시는 계속 선보인다. “폐쇄된 곳에서 다수가 모여 앉아 공연을 보는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는 설명이다. 연극 ‘보물섬’, 유니버셜발레단 ‘심청’,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등 그동안 ‘SAC on Screen’ 사업으로 제작한 영상 7편을 유튜브 스트리밍(3.20~27)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코리안심포니,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예술의전당 내 입주단체들은 각기 다른 대응을 내놓고 있다.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영상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창단기념음악회(3.5)를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과의 협업 무대가 모두 취소되었고, 4월 17일 교향악축제를 재출발의 시점으로 삼았으나, 이 역시 7월로 연기됐다. 이에 홍지혜 홍보마케팅팀 대리는 “문체부 산하 오케스트라로서 음악으로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영상 콘서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유튜브 라이브로 방송되며, 연주자의 건강을 고려해 6인 이하의 실내악으로 구성된다. 이 외에도 기존 연주 영상에 응원의 메시지를 덧붙여 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빨간바지’(3.27~28), ‘서부의 아가씨’(4.9~12) 등 다수의 국내 초연작으로 화려한 시즌의 서막을 예고했다. 그러나 두 공연 모두 취소되며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혜진 홍보마케팅팀장은 “5월부터는 기존 계획대로 준비 중이다. 다만 취소된 일정에 관해서는 콘서트 형식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무관중 공연으로 생중계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삭막한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규모의 차이에 따라 ‘빨간 바지’는 올해 안에 다시 일정을 잡아 진행하고, ‘서부의 아가씨’는 다음 시즌으로 미룬다는 계획이다. 오페라단 교육사업인 ‘학교오페라’는 예정대로 접수를 진행 중이다.
국립합창단도 문체부 지침에 따라 모든 3월 공연을 취소했다. 4월 공연 또한 아직 미지수다. 홍보 담당자는 “연습실 공개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영상화 작업은 검토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영상화 작업에 대해 김현아 국립발레단 홍보마케팅팀장은 “발레단 내에서도 논의는 하고 있으나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일련의 사건들이 많아 징계 위원회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다른 부분들도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3월 ‘백조의 호수’ ‘호이 랑’은 취소됐고, 4월 ‘안나 카레니나’(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도 미정이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오픈 공연 ‘오프닝’(4.17~19)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은 홍보담당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습이 잠정 중단됐다. 현재 대체 날짜와 장소를 알아보는 중인데, 그 결과에 따라 취소 혹은 연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극장은 4월까지 임시휴관을 결정했다. 다만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제작 공연인 ‘만선’(4.16~5.2/달오름극장)만 예정대로 공연한다. 극장이 촬영해 소장 중인 전막 영상 공개 여부 또한 논의 중이다. 국립극단은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며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 중이던 ‘화전가’(2.28~3.22) 공연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진행 예정이었던 70주년 기념 전시 ‘연극의 얼굴’과 백스테이지 투어도 중단됐다. 당초 진행 예정이었던 ‘파우스트 엔딩’(4.3~5.3, 명동예술극장) 또한, ‘국립예술단체의 기획공연 취소 또는 연기 기간을 4월 5일까지로 연장하라’는 문체부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70주년 기념 해외초청공연 러시아 바흐탄고프극장 ‘바냐 삼촌’(5.28~30)과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 ‘말괄량이 길들이기’(6.2~6)도 취소됐다. 이미라

지자체, 잠시 멈춤, 신속한 돌파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관객의 불안감을 사전에 해소하고자 노력한 극장이다. 공연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 관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손 세척기·세정제·마스크 등을 비치했다. 세종문화회관 방역은 연간 26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특별 방역 작업을 추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감염 우려로 인한 공연 예매 취소에 대해 환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화제를 모았다.
3월에는 도시 곳곳에서 2주간 ‘잠시 멈춤’ 캠페인이 펼쳐졌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자택연습·재택근무를 추진, 3월 말까지 예정된 자체 공연 대부분을 연기·취소했다. 서울시무용단 ‘놋’(3.12·13)은 잠정적으로 연기했고,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봄, 봄’(3.31~4.1)은 어린 단원들의 안전을 위해 취소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아카데미 강의는 4월 첫 주로 개강을 늦췄다. 임대 업체의 경제적 피해 복구를 위한 다양한 지원 대책도 시행 중이다. 지난 2월부터 대관료를 전액 환불, 임대 업장은 휴업 일수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톡톡-로시니’(3.31)를 시작으로 4월까지 온라인 중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외부 예술 단체와 예술가의 공연도 온라인 중계를 통해 선보인다. 서울시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중계료·제작비를 세종문화회관이 지원한다.
반면 서울돈화문국악당은 2월 29일에 렉쳐 콘서트 ‘신화와 현실의 어딘가에, 대금’을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했다. 관객과 아티스트, 국악당이 약속한 무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대중은 물론 예술가들에게까지 큰 관심을 얻었다. 이에 3월 공연인 ‘운당여관 음악회’도 온라인 생중계를 결정했다. 이 생중계는 국악방송과의 협업을 통해 영상 개선에 힘썼으며, 국악당 공식 채널 외에도 네이버 TV로 동시 송출을 진행했다. 김우령 PD는 “국악 콘텐츠의 플랫폼 확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온라인 생중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을 원하는 단체도 있었다. 창작자들은 오랫동안 눈앞에 있는 관객을 예상하며 무대를 준비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갑작스레 바뀐다면 창작자 입장에선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15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12 서울시향 온라인 생중계 공연

서울시향 역시 서울시 ‘잠시 멈춤’ 캠페인 일환으로 온라인 콘서트 ‘영웅’을 선보였다. 3월 13일, 시향은 연습실에서 부지휘자 윌슨 응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했다.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 약 1시간 동안 서울시향 유튜브와 페이스북, 서울시 유튜브에 동시 방영됐다. 시향 관계자는 “단원들이 익숙한 공간에서 연주하니 편안해 보였다. 계속해서 정기 공연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몇 명의 단원들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라고도 했다. 다 함께 이 시기를 응원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15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1)-13 경기도예술단 VR중계

2020년 첫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한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 1년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는데,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무관중 생중계를 발 빠르게 모색했다. 3월 12일에는 경기도극단 ‘브라보 엄사장’을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 경기도청 유튜브, 네이버 TV를 통해 누구든 관람할 수 있게 했다. 특히 공연예술의 현장감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췄다. 다이내믹한 카메라 연출을 위해 EFP(Electronic Field Production) 카메라 6대와 카메라 크레인(지미집)을 설치했다. 전문 콘서트 중계팀의 카메라 연출은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 생동감을 전했다. 경기팝스앙상블(3.21)과 경기도무용단(3.31) 공연은 LG유플러스와 협업해 VR 생중계로 선보인다.
올해 초 아트센터 인천도 화려한 라인업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2월 25일부터 공연장을 임시 휴관했다. 3월에 예정됐던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내한은 내년 시즌 기획으로 재추진 중이라고 한다. 아트센터 인천은 임시 휴관 중에도 감염 예방을 위한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관계자는 “공연·대관 단체와 원활히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4월 공연의 진행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며, 만약 취소해야 한다면 무관중 온라인 중계를 고민하고 있다. 장혜선

 

세계 흐름과 직결된 페스티벌
페스티벌은 그 자체의 브랜드를 가지기도 하지만, 개최되는 지역과 맞물려 관광상품으로의 역할도 함께 지닌다. 특히 오랜 시간 지속되었거나 특별한 목적을 두고 시작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대관령겨울음악제와 통영국제음악제의 공연 취소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난 2월 9일 강릉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대관령겨울음악제는 2월 23일 이후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피스풀 뉴스’(2.23/강릉아트센터)와 단 두 번의 ‘겨울나그네’(2.24·25/알펜시아 콘서트홀) 공연만 앞둔 시점이었고, 이미 무대 세팅까지 다 마친 상태였으나, 강원도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삼척과 속초, 춘천에서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공연장으로 출발 직전 이 소식을 접한 한 연주자는 이 공연을 위해 사비를 들여가며 새롭게 준비했던 여러 편곡들을 선보일 수 없어 속상하다며 안타까워했고, 대관령음악제 측도 “관객과 도민, 참여 연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공연을 취소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다”며 티켓 전액 환불과 함께 위로보상 정책으로 연주자들이 적은 곡목 해설과 사진 등이 담긴 음악제 프로그램북을 발송했다. 여름에 진행될 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7.22~8.2)를 기대해 달란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추세를 보이는 만큼 더 많은 인원과 여러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여름 페스티벌 개최 여부 또한 미지수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전면 취소됐다. 통영국제음악당은 현재 건물 내 레스토랑만 오픈해 놓은 상태다.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26개의 공식공연을 준비했던 이번 음악제에는 23개국 36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1월 중순 마감한 조기예매를 통해 이미 몇 개의 공연이 매진되었고, 여러 요청으로 좌석을 추가 오픈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장은 “현재 아티스트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잘 살펴 연내 적절한 시점에 페스티벌의 일부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재단 내 기존 사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일본 투어 및 페스티벌과 연계되어 진행될 예정이었던 4~5월의 내한 공연이 불투명해졌고, 교육 사업들도 잠정 중단됐다. 항공편도 문제다. 직항노선이 없어지거나 항공편 감소로 인해 일정이 꼬여 버렸다. 항공사 정책도 계속 변경되는 등 변수가 너무나 많다. 이 시점과 맞물려 일부 연주단체들은 온라인 영상 기획을 대체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극장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관객 입장에서 연주자도 중요하지만 그 연주를 ‘우리 극장’에서 듣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통영국제음악당의 생각이다.
4월 초에 계획된 교향악축제는 현재 잠정 연기되었지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5월 중),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5.13~24) 등 5월 이후의 축제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클래식 음악 기획사 오푸스는 서울국제음악제 봄 음악회로 기획된 에머슨 콰르텟 공연(5.30·31, 6.2~5)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발렌티나 리시차(3.22/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또한 공연을 강행한다. 고민선 팀장은 “콘서트홀 1, 2층이 전석 매진되어 추가 좌석을 오픈한 날 대구 집단 감염 소식을 들었는데, 이후 취소 티켓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해외 아티스트의 경우 항공 일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국가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이후 사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융자’ 관련 대책은 그리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푸스는 4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 기획했던 시리즈들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에머슨 콰르텟의 인터뷰 영상도 있다. 이미라

민간 공연장, 취소보단 연기
대형 쇼핑몰과 함께 있어 대단위 인구가 밀집하는 롯데콘서트홀은 더욱 긴장하며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 취소(3.17), 엘 콘서트 시리즈 연기 및 취소(3~4월). 3월 31일 공연 한 건을 제외하고 3월의 모든 기획 및 대관 공연이 취소됐다. 내한공연은 아시아 투어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로열 노던 신포니아(5.10·11)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콘서트홀은 현재 상황을 주시하며, 내한공연 진행 가능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올해 내에 다시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콧 브라더스 듀오(4.23)는 내년으로 연기하는 것을, 엘콘서트는 라이브 중계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상주 아티스트가 없어 온라인 공연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대신 공연장의 여러 장소를 접할 수 있는 ‘스테이지 투어’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전한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공연기획파트 책임은 “여파를 입은 대관 공연에 한해서는 내년 초까지 대관 날짜를 개방해 가급적 연기하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른 출연진, 프로그램 변경도 허용하고 있다”며 공연예술계가 처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라이징 스타부터 세계적인 거장의 무대까지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금호아트홀 연세는 아티스트의 입장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 이지영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과장은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역시 고민했던 바이나, 연주자에게도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특히 해외에서 입국해야 하는 연주자에게는 한국 방문만으로 이후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룩스 트리오, 듀오 피다, 김다솔, 이혁 등은 독일과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모두 연주를 마치고 다시 돌아갈 때 입국 제한이나 2주 격리 등의 문제로 학업은 물론 생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스코다가 타계하고, 첼리스트 츠츠미 츠요미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연을 취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개관 이래 처음 맞는 사태다. 대관 공연자에게는 금전적 손해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기획공연은 다시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할 뿐이다.
“현재 상황에서 공연 홍보도 어렵다. 하지만 그저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답답한 상황이다.” 한동희 LG아트센터 홍보담당자는 어서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3월 러시아워콘서트는 10월로 연기됐고, 4월에 예정했던 밀로 라우 연출의 ‘반복-연극의 역사’는 취소됐다. 5월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울산·부산 투어를 계획했던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는 러시아 정부의 한국 여행 자제 권고와, 한국 투어 종료 후 2주간의 격리 조치로 인해 자국 및 해외 투어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공연을 취소했다. 두 공연 모두 일정을 재협의 중이다. “내한공연이 많다 보니 예측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많다. 기존에는 국내 상황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유럽 등 해외로 범위가 더 확대되고 있어 그에 따른 영향이 크다.” 더불어 사상 초유의 사태에 “계약서 내 ‘천재지변’에 대한 항목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계약 사항은 구체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말하며, “각 단체와 개별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라

기획사, 계속되는 긴장의 나날들
지난 2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취소는 클래식 공연계 침체의 시작을 알렸다. 정혜중 빈체로 홍보담당자는 “보스턴 심포니의 아시아 투어는 서울에서 시작해 대만,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런 경우에 한국만 단독으로 방문하는 것은 재정 및 일정 조율 문제로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공연과 연계되어 있던 쿠렌치스/무지카 에테르나의 내한공연(4.7·8)도 결국 취소됐다.
박태윤 프레스토아트 대표는 아쉬움을 달랠 소식을 전했다. “지난 3월 취소된 얍 판 츠베덴과 홍콩 필의 내한을 6월 하순으로 다시 성사시킬 계획이다. 현재 예술의전당 대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프레스토아트 소속 아티스트들은 공연장이 아닌 영상 매체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휘자 여자경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여자경의 출연은 작년에 협의가 완료된 건이었다. 현시기에 마침 방영돼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봄아트프로젝트도 네이버 V라이브 등을 통해 온라인 콘서트 ‘방구석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다. 위축된 공연계 분위기를 개선하고,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고자 함이다. 현재까지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바리톤 이응광, 피아니스트 임현정·정한빈 등이 출연했다. 윤보미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은 아티스트 개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공연기획사의 피해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 국가 재난으로 인한 공연계 피해 보상 및 지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때다”라고 촉구했다.
더브릿지컴퍼니는 4월 중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두 개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윤동진 대표는 “아믈랭은 다른 아시아 국가를 거치지 않고 한국만 방문한다. 공연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6월에 마련된 기획 공연 중 80% 이상은 취소된 상황이다. 남은 공연의 티켓 판매 추이는 정체돼 있다. 취소 티켓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해진 2월 22·23일을 기점으로 추가 예매가 급제동한 것. 윤 대표 역시 “예측이 힘든 재난에 속수무책”이라며 “계약 시에 미리 불가항력 조항을 협의하는 등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미

뮤지컬, 쇼 머스트 고 온
공연계의 침체된 분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뮤지컬 공연 현장은 사뭇 다르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1,255석), 샤롯데씨어터(1,230석),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1,766석)과 같이 서울 내 1천석 이상의 대규모 공연장에서는 여전히 뮤지컬 공연이 진행되고 있고, 마스크를 썼다는 사실 외에 관객 수의 변화도 크게 체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3월 8일 샤롯데씨어터에 오른 뮤지컬 ‘드라큘라’(오후 2시 공연)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3월 1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레베카’(EMK뮤지컬컴퍼니 제작)는 1~2월 평균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했고, 전주·광주 등 전국 지방 공연으로 6월까지 이어진다.
여전히 뜨거운 현장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뮤지컬계도 걱정은 있다. 특히 큰 규모로 장기간 지속되는 공연들은 사전에 들어간 제작비만큼 더 큰 재정적 타격을 입고 있었다.
신시컴퍼니는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 축소 및 중단을 결정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기존 3월 22일까지의 일정을 2월 29일로 앞당겼고, 3월 8일 개막 예정이었던 뮤지컬 ‘맘마미아!’(디큐브아트센터)는 4월 7일로 연기됐다. 뮤지컬 ‘아이다’(부산 드림씨어터)는 전체 취소됐다. 정옥희 홍보 담당자는 “공연 티켓이 천 장 이상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공연의 규모가 큰 만큼 제작비 손해도 막대하다. 특히 ‘아이다’의 경우 공연 자체를 올리지 못해 사전 제작비에 대한 손해를 다 껴안은 상황”이라며 정부적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앞서 말했듯 제작사는 사전제작비와 홍보비 등에 대한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공연 취소나 축소에 따라 대관료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민간 공연장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한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에스앤코 제작) 홍보를 담당한 클립서비스는 부산(2019.12.13.~2.9/드림씨어터)에 이어 서울 공연(3.14~6.27/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민지 홍보팀장은 “2012년 이후 8년 만의 서울공연에 팬들의 기대가 무척 컸다. 무대에 대한 배우들의 의지는 물론이고 관객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서울 공연은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진행하게 됐다. 현재 5월 17일 공연까지 티켓을 오픈했는데, 1, 2층 주요 좌석은 매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많은 관객이 모이는 만큼 방역과 예방에 대한 부분은 공연장과 관객의 더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배우와 관객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음식물 반입 등의 서포트를 제한하고, 퇴근길(공연 후 배우와 관객의 만남)도 따로 마련하지 않을 예정이다.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 외국인인 만큼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없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한국의 잘 갖추어진 의료 시스템에 안심하고 있다”며 “배우와 스태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이 시기에 공연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이미라

지역예술단, 침체 속 도약을 꿈꾸다
대전시향은 작년 10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제임스 저드와 2년 재계약을 맺고 올해 2~12월에 13개 ‘마스터시리즈’로 촘촘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하지만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내세운 공연(2.25/대전예술의전당) 이후 4월 17일까지 전 공연을 취소한 상황이다.
김순영 사무국장은 “대전시립예술단(교향악단·무용단·합창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을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대관과 협연진의 일정 변경이 어려워 ‘연기’가 아닌 ‘취소’라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저드는 단원 평가시험을 맡아 잠시 입국한 뒤 현재 해외에서만 활동 중이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관객 없이 진행하는 공연 중계를 기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4일부터 예술단원의 전원 출근을 금지하며 지역 공연장 중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이후 단원들은 격리조치와 공동연습을 몇 번 번갈아 진행했는데, 현재는 다시 자가격리로 돌아갔다.
2월 츠베덴/홍콩 필의 내한공연지 중 하나였던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공연 취소 이후 “웬만하면 취소보다는 연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라고 양승수 공연지원과장은 말한다. 현재 광주시립예술단(교향악단·창극단·발레단·국악관현악단·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극단·오페라단)은 연기한 공연의 협연진과 레퍼토리 변경을 당연시하고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무관중 공연 중계를 준비하면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공연실황 영상물에 새로운 해설을 가미해 새 콘텐츠로 만들거나, 공연제작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하여 본 공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서울과 합동공연, 이건용 신작 오페라 ‘박하사탕’ 등 대형공연들을 준비 중이다. 양 과장은 “4월 본격적인 연습에 임할 예정인데, 공연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정상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는 문화예술계를 떠나 암담한 상황이다. 대구를 터전으로 작곡·평론가로 활동해온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2월부터 코로나 사태와 직면했다. 그는 “대구는 일상 자체가 침체되어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이는 배달기사들 뿐이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소속의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은 4월까지의 공연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저드/대전시향과 함께 해외 지휘자 코바체프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인 대구시향은 “지휘자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연 횟수가 계약조건이라 연기를 했고, 불행하게도 이 사태가 길어진다면 계약 변경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이 관장은 말한다.
이 관장은 공연기획팀과 함께 ‘대구콘서트하우스의 600초 클래식’을 제작하여 3월 11일부터 팟캐스트·팟빵·유튜브로 배포 중이다. 10분짜리 명곡을 선정해 챔버홀에서 제작했고, 이 관장이 해설자로 참여한다. “주 목적은 작은 출연료지만 음악가들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다. ‘마음이 많이 정화된다’ 등의 시민들의 반응도 만나며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코바체프의 근황을 묻자 “그 역시 이러한 상황을 처음 접해 답답해하며 관객을 그리워한다. 산책과 악보 보는 게 일과의 전부라고 한다”라고 이 관장은 전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유니버시아드·영아티스트 오페라는 상반기를,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하반기를 수놓는 축제이다. 하지만 오페라 유니버시아드 ‘피가로의 결혼’(3.5~7)과 영아티스트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4.3·4)는 취소됐다. 김수정 교육홍보팀장은 “상반기의 두 공연은 대구 지역 대학생과 세계 각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공연인데, 해외 참가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한다. “하반기 축제 캐스팅도 최상무 예술감독이 해외 각지를 돌며 해왔는데 올해는 동영상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디오 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상주단체이다. 공연이 없어서 단원들 생계가 어려워지자 오페라 공연에서 자주 연주되는 서곡이나 합창곡을 수록한 CD를 제작하여 보탬이 되기로 했다.
부천시민회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천필하모닉은 발렌타인 콘서트 ‘Love Paradise’(2.14), 실연으로 접하기 힘든 베토벤 교향곡 2·8번을 커플링한 제258회 정기연주회(2.21), 해설음악회(3.5)를 취소했다. 박갑선 부천시립예술단 팀장은 “높은 예매율을 선보이며 탄탄대로를 달렸으나 취소한 상황”이라고 전한다. 홈그라운드에서의 침체된 분위기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4.4/예술의전당) 참가로 쇄신해보고자 했지만, 이 역시 취소되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정기연주회(4.2)와 교향악축제에서 리게티 ‘론타노’,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야심차게 선보이고자 악보도 렌탈해 연습했으나 수수료를 물고 환불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연 취소 소식에 그 어느 지역보다 팬층이 두터운 부천시민들이 먼저 아쉬움을 표해왔다.
부천필의 단골 관객 층위는 온라인문화에 익숙한 20~30대보다 40~50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김 팀장은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고,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부천문화예술회관(1,440석)을 건립 예정 중이지만, 현재 상주하는 문화회관은 시설이 낙후되어 온라인 콘텐츠 시청각 감상 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송현민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제지원본부에서는 ‘코로나19관련 공연예술분야 상담창구’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제도 모음 및 안내’로 아래 6개 항목을 소개하고 있다. 각 지원 제도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www.gokams.or.kr

코로나19 관련 공연예술분야 상담창구
온라인 컨설팅 또는 전화상담
02-708-2261,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복지사업문의
02-3668-0200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제도 안내
[문체부] 공연예술분야 코로나19 전담창구 운영
[문체부] 예술인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
[문체부] 창작준비금 지원_창작 디딤돌
[문체부] 민간 소규모 공연장 방역물품 지원
[문체부] 코로나19 공연예술단체 대관료 지원
[문체부] 광광기금 신용보증부 특별융자-관광지원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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