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창간 41주년 기념 특집
세계 음악잡지유람기
음악계의 역사와 오늘을 종이잡지에 담다
1984년 3월부터 오프라인 월간지로서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객석’은 올해 창간 41주년을 맞이해 이러한 대열에서 함께 하고 있는 세계의 음악 잡지들을 살펴봤다. 이들과 함께 ‘객석’이 이어오고 있는 종이 잡지로서의 전통과 소중함을 돌아본다
글 편집부 진행 허서현 기자
01 음악 잡지의 역사 살펴보기
02 세계의 유명 음악잡지 돋보기
03 동아시아 음악잡지 현황
04 음반을 담은 잡지
05 각나라별 잡지
06 특정 악기를 담은 전문지들
07 연주 장르를 담은 잡지
08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잡지들
09 주목받는 온라인 웹진들
01 음악 잡지의 역사 살펴보기
음악이 담긴 종이잡지의 변천과 현주소
음악을 ‘기록’하고, ‘변화’를 감지하고, 시대를 ‘기획’해온 종이잡지의 생태사(史)
잡지는 여러 글을 모아서 펴내는 정기 간행물이다. 발행 주기에 따라 주간, 월간, 계간으로 구별되며, 신문과 책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16세기 인쇄술이 발달했고, 17세기에 잡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쇄‘술’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은 잡지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고, 잡지를 구성하는 종이가 운반-이동되는 것은 정보의 이동과 전파를 뜻했다. 종이는 이동에 용이했고, 기록에 있어 든든했다. 소문을 통해 소식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칠수록 구설이 불어났지만, 종이에 안착한 정보는 고정되어 객관성을 유지했다. 다만 종이는 당시 귀한 물품 중 하나였기에 어떤 소식이나 내용을 종이 위에 안착시켜야 하는가는 ‘글쓰기’의 문제만큼 큰 고민거리였다. 그만큼 종이에 안착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록과 보급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소문에 의해 뒤틀리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했다.
이러한 종이를 타고 만들어진 잡지는 무엇보다 새 소식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쇄와 복제, 그리고 종이라는 재료
잡지는 세상의 변화와 함께 했다. 특히 다게르(1787~1851)에 의한 사진술의 발생과 발달은 여러 잡지의 구성을 점차 바꿔놓았다. 사진술 발명 이전에 음악가의 모습은 특정 화가가 제작하는 초상화나, 대상의 주인공을 살린 캐리커처뿐이었다. 그중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었고, 간혹 제한된 전시를 통해 특정 관객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필름을 토대로 여러 장의 ‘복제’가 가능한 사진술의 발전은 음악가들의 초상을 보다 용이하게 기록하게 했고, 점차 정교해지는 인쇄술과 강화된 복제력을 통해 사진이 잡지에 수록되면서 대중이 음악가들의 모습을 ‘실물’로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화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신비화되었던 음악가들의 모습은 사진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되며 점차 ‘인간화’되어 갔다. 오늘날의 음반 표지나 공연 포스터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은 잡지와 사진술이 만든 협업 구조 속에서 발전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잡지가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문맹률이 높았던 19세기에 까막눈 앞에 음악잡지는 읽을 수 없는 ‘문자’와 직관적으로 보이는 ‘도상’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따라서 잡지에 수록된 음악가들의 사진은 음악잡지에 대한 관심은 물론 발간과 판매 부수를 올리는 직·간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음악잡지의 특징 중 하나는 종이가 지닌 물질성에 있다. 일례로 하나의 아이템을 다루는 종이의 ‘양’, 즉 면수는 대상이 되는 아이템의 ‘질’이나 ‘인기’와 비례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도상과 문자를 동원한 정보가 다른 기사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면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잡지가 다루는 대상의 중요성과 직결된다. 넓은 종이 하나가 여러 구획으로 나뉘는 신문 편집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신문도 ‘단신 기사’라는 명목으로 조그맣게 구성한 정보가 있는가 하면, 그중 ‘크기’를 통해 돋보이는 기사가 있는데, 이는 보통 ‘단신’ 기사의 반대어로써 장신이라 부르지 않고 ‘기획 기사’라고 부른다. 그만큼 많은 정보량과 저자들의 편집력이 많이 투영되었다는 의미다. 이처럼 종이라는 물성을 토대로 한 부피감과 양은 잡지에서 ‘특집 기사’나 ‘기획 기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모든 지면이 모니터 안에서 평면화된 온라인 웹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이잡지만의 특성이다.
신(新)기술과 함께한 잡지의 변화
음악잡지의 기획과 편집을 좌우하는 것은 ‘새로운 것’들의 등장이었고, 음악잡지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등장에 가장 먼저 대응하며 그 역사를 일궈왔다. 로베르트 슈만은 작곡가였으며, 음악잡지 ‘음악신보’의 편집장이기도 했다. 1834년, 24살의 그는 이 잡지를 통해 자국과 외국 음악계의 동향을 살폈다. 특히 ‘음악신보’라는 잡지명처럼 새 소식(新報)을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새 작품이나 새 얼굴의 음악가는 물론이고 역사에 잠긴 작품을 ‘새로’ 발굴하는 현상도 신보에 속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친 녹음 기술과 음향 기기의 발달은 이를 다루는 새로운 잡지를 탄생하게 하거나, 음악잡지들의 지면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공성의 공간(공연장)으로부터 벗어난 음악이 음향기기를 통해 자택에서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면서 감상의 방식도 공연장에서의 ‘실제 연주’와 자택에서의 ‘음반 연주’로 구분되었고, 그간 악보 속 ‘침묵의 문자 기호’로만 기록되던 음악이 연주자의 ‘소리’로 음반에 담기기도 했다. 이러한 기록·음향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오디오-음반 산업이 확장되었고, 음악잡지도 이렇게 바뀌는 소비자들과 감상문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새 음반 출시 소식과 비평은 오디오-음반 시장과 맞물렸고, 음악잡지도 출시되는 음반 소식과 리뷰를 담는 여러 종의 기사를 수록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처음에는 단순히 소리의 기록물로 만들어졌던 음반들이 감상층(오디오)과 독자층(음악잡지)의 관심을 받게 되자, ‘단순 기록물’에서 ‘상품’으로서의 여러 옷을 입게 되었고, 음악잡지도 높아진 도상 기술력을 통해 이러한 ‘상품’을 둘러싼 다양한 기획 기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음악잡지에 수록된 음반 소개나 평은 쉽게 소유할 수 없는 고가의 음반에 대한 ‘간접 체험’과 ‘간접화된 소유의 욕망’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대리 만족감을 제공했다. 오디오·음반 산업이 가속화되던 20세기 초반에 창간(1923)된 ‘그라모폰’은 중요한 음반을 선택-분류하는 ‘검증’의 역할도 했다. 이러한 것을 종이 지면을 뚫고 ‘팝업’하기 위한 것이 그라모폰 어워드로, 지금도 이 수상작들은 음악계에서 명반으로 통용된다.
항공기를 비롯한 교통 미디어의 발달도 음악잡지의 구성력을 바꾼 변수 중 하나다. 20세기에 한국·중국·일본 등의 동아시아는 서양의 여러 문물과 함께 서양음악도 수용했다. 유학파나 지식층 사이에서 서양음악 감상이 유행했고, 서양의 교양과 지적 자원을 소개하는 여러 잡지는 일부를 할애해 서양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곤 했다. 이러한 지면에는 당시 쉽사리 가볼 수 없는 서구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망이 담겼다.
그러던 중 일본은 1950년대 초반 민간 항공사의 제트기 도입으로 유럽과 연결되면서 국제 시장의 큰 손이 됐다. 특히 1953년 영국해외항공(BOAC, 영국항공 전신)이 런던-도쿄 노선을 취항하며 유럽의 음악가들이 단기간에 일본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1954년 카라얀이 NHK심포니를 지휘하고, 빈 필하모닉(1956)과 베를린 필하모닉(1957)이 일본 땅을 밟았다. 1941년 창간한 음악월간지 ‘음악의 벗’은 음악에 대한 추상적인 소개에서 벗어나 방일 음악가들의 소식과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담았다. 이러한 기사들은 해외 음악가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단순한 보도를 넘어 그들의 음악가들의 인생, 주요 공연, 음반 등으로 뻗어나가는 등 기획 범위를 확장하는 촉매제가 됐다.
음악‘계(界)’를 형성하고 나누다
특정 장르의 경계를 설정해 ‘상상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음악잡지의 기능 중 하나였다. 음악은 장르에 따라 작곡과 연주, 성악과 기악 등은 물론이고, 현악군만 보더라도 바이올린·첼로·비올라·더블베이스 등 여러 악기에 의해 또다시 분류된다. 20세기에 들어 음악 인구가 증가하면서 각 종목은 양적으로도 팽창했고, 같은 장르의 음악가들끼리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교류하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증가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음악계’로만 대변되던 장르는 ‘바이올린계’나 ‘피아노계’ 등으로 나뉘었는데, 잡지는 이러한 영역을 강고하게 하는 경계짓기와 그 내부에서 통용되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룸으로써 각 장르의 전문화를 확고하게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음반에 담긴 예술성을 기술계통에도 분류시킨 ‘그라모폰’을 비롯하여 현악군을 토대로 한 ‘스트라드’, 피아노계 내부의 소통을 강고하게 한 ‘인터내셔널 피아노’ 등을 꼽을 수 있다. 땅이 지도를 만들기보다 지도가 땅을 만든다는 말처럼 하나의 ‘종이’ 위에 만들어진 상상의 공동체와 이를 위한 기획물들은 특정 계통(장르)의 독자성과 발전을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연장에서 발간하는 음악잡지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의 빈 무지크페어라인에서 발행하는 무료 월간지 ‘무지크프로인트’(MUSIKFREUNDE)는 무료 월간지로, 이 공연장에 오를 화제의 공연, 일정과 프로그램, 음악가의 인터뷰, 공연 후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빈 무지크페어라인의 마니아나 공동체(관객들)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웹 시대에 종이잡지의 운명이란
20세기를 풍미한 종이잡지의 운명은 오늘날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종이잡지는 기록의 고정성을 보증했고, 종이의 가벼운 물질성은 정보 이동의 용이성과 기동성을 제공했다. 종이에 담긴 정보력-기획력-비평력은 잡지 밖 음악계의 담론 구조를 형성했고, 독자들은 종이에 수록된 기사를 통해 음악을 ‘청각적 청취’가 아닌 ‘시각적 묵독’으로 즐기는 맛도 보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발달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종이책의 물질성은 이동과 휴대의 불편함이 되었다. 웹에 담긴 텍스트와 정보는 여러 언어로 즉각적인 번역이 가능하고, 다른 정보와의 연계도 훨씬 수월하다. 특히 ‘읽는 글’과 ‘듣는 음악’이 분류된 종이잡지의 단점은 오늘날 웹이 단번에 해결하는데, 텍스트를 읽으며 동시에 링크된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바로 들어볼 수 있게 하는 ‘시청각 협력적 감상’도 가능케 한다. 종이로 된 음악잡지의 운명뿐만 아니라, 종이를 전제로 태어난 악보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종이잡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올드미디어가 되어버린 라디오 콘텐츠는 젊은 세대의 선택권에 들지 못하지만, 길거리를 채운 수많은 운송노동자에게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종이잡지의 정체성을 다잡는 것은 여전히 ‘종이’가 지닌 장단점에 있다. 인터넷을 메운 웹의 세계는 시작과 끝이 없이 끊임없이 유영하고 유희하지만, 종이로 된 책은 시작과 끝이 있어서 완결된 구조를 갖는다.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에 대한 선택권은 없지만, 역으로 따지면 반드시 제공해야 할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이의 면수로 대변되는 정보의 중요성이 있고,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꼼꼼히 기획하고 작성한 정보의 구조물이기도 하다. 수많은 음악잡지들이 종이의 구조물을 포기하더라도 과거에 발행한 잡지를 그대로 온라인에 등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02 세계의 유명 음악 잡지 돋보기
당신이 한 번쯤 들어봤을 클래식 음악 잡지 BEST 3
클래식 음악 연주자를 좋아한다면, 그래서 음반과 팸플릿을 구매해 보았다면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이름들이 있다! 빽빽하게 적힌 아티스트의 이력과 수상 기록에서 만나 보았던, 바로 그 잡지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자
글 이의정 기자
(※ 공식 수입되는 잡지의 경우 국내 정가로 표기, 외에는 2025년 2월 환율 기준)
영국
BBC 뮤직 매거진 BBC Music Magazine
글로 읽는 라디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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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창간 | 월간(연간 13호 발행) | 100쪽 내외 9.5 파운드(국내 정가 26,000원)
잡지의 이름이 말해주듯이 런던에 있는 영국의 공영방송사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재즈·월드뮤직을 담당하는 BBC ‘라디오 3’과 연계된 월간지이다. 방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잡지에서는 BBC 라디오 3가 송출하는 클래식 음악과 재즈, 월드뮤직을 정기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그밖에 최근 2024년 10월호에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의 개봉 시기에 맞추어 뮤지컬 장르의 역사를 다루기도 했다.
BBC 뮤직 매거진은 ‘기사’ ‘연재’ ‘리뷰’로 지면을 구분한다. ‘기사’에는 가장 중요한 표지 기사와 함께 그달의 인터뷰와 취재가 담긴다. ‘기사’에는 무게가 있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도 하지만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음악 작품 베스트 15’처럼 흥미를 자극하는 기사도 많다. ‘연재’에도 ‘아티스트가 꼽은 막강한 7’ ‘이달의 음악 여행지’ ‘이달의 작곡가’ ‘지식 쌓기’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기사가 많으며, 이 연재 항목 중 일부는 BBC 라디오 3에서 청취할 수도 있다.
‘리뷰’에는 장르별 음반 리뷰가 담긴다. 장르마다 가장 좋은 평을 받은 한 장이 ‘초이스’ 음반으로 선정되며, 때때로 음반과 관련하여 아티스트 인터뷰가 담기기도 한다. 모든 음반에 연주와 프로듀싱에 대한 별점을 매기기 때문에 좋은 음반을 시각적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리뷰 장르는 관현악곡·협주곡·오페라·합창과 성악·실내악·기악·재즈가 있다.
POINT VIEW
‘객석’ 기자의 눈높이로 보기
▶ BBC의 흐름에 따라
BBC에서 매년 개최하는 프롬스의 미리 보기를 담거나, BBC 라디오 3의 모든 편성표가 담겨 라디오를 감상하는 청취자에게 안성맞춤. 최근 다양성을 보장하려는 여러 움직임에 맞추어 인종과 성별의 균형을 맞추려는 BBC의 노력을 잡지도 닮아가고 있다.
▶ 의외의 재미, 십자말풀이
BBC 뮤직 매거진의 맨 마지막 장에는 이달의 호를 읽으면 풀 수 있는 십자말풀이가 담겨 있다. 십자말풀이를 완성해서 본사에 우편을 보내면 음악 도서와 같은 선물을 보내주는 방식. 정답은 세 달 이후의 호에 공개되기 때문에, 퀴즈를 좋아하는 독자는 계속 구독할 수밖에 없다.
▶ 세상 속의 클래식 음악
2024년 7월 파리올림픽이 진행되는 시기에 맞춘 ‘올림픽의 음악’ 칼럼, 12월에 맞춘 크리스마스 특집 등 매달 출판일에 맞추어 읽을 때 즐거움이 더욱 크다. ‘객석’과 가장 닮은 잡지!
영국
그라모폰 Gramophone
양이 보장하는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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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창간 | 월간 | 110쪽 내외 6.67 파운드(국내 정가 24,000원)
스코틀랜드의 작가 컴프턴 매켄지(1883~1972)가 창간한 그라모폰의 역사는 몇 해 전 100년을 넘겼다. 그는 1961년까지 발행인을 맡았고, 몇 번의 인수를 거쳐 현재 이 잡지는 마크 앨런 그룹이 발행하고 있다.
그라모폰의 지면은 크게 ‘리뷰’와 ‘기사’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며, 분량은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리뷰’에서는 매달 발매되는 음반을 장르별로 구분하여 한 음반당 반쪽에서 3분의 1 분량의 리뷰를 게재하며, 그중 가장 중요한 12장의 음반을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한다. ‘리뷰’의 카테고리는 관현악·실내악·기악·성악·온라인·오페라·재즈와 월드뮤직·재발매·컴필레이션 등이 있으며, 그라모폰이 매달 발굴하는 추천 옛 음반, 서적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초반의 몇 페이지에는 항상 미국과 캐나다의 새로운 음반 소식과 리뷰를 싣는 것도 특징이다. 이 모든 수를 총합하면 한 호에서 90~100장에 달하는 음반을 다루며, 그 수 자체로 그라모폰 어워즈의 공신력을 더한다. 잡지의 끝자락에는 작곡가별로 해당 호에 실린 음반 색인이 있으니, 신보 리뷰를 빠르게 찾기도 용이하다.
‘기사’에는 표지 관련 인터뷰 또는 특집 기사, 소식, 연재가 실린다. 오늘날의 음악가가 표지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2025년 1월 호에는 로베르트 슈만을 표지 인물로 선정해 작곡가의 ‘가곡의 해’를 돌아보는 특집 기사를 실었으며, 2024년 12월 호 역시 사망 100주기를 맞이한 가브리엘 포레를 표지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기념 주기를 맞는 주요 작곡가는 해당하는 해에 꼭 챙기는 편이며, 이를 위한 기사 역시 그 작곡가의 중요 작품 음반을 추천하는 기사인 경우가 많다. 음반 감상을 위한 오디오 플레이어와 스피커의 후기도 매달 짧게 포함되며, 잡지의 마지막 꼭지인 ‘마이 뮤직’에는 음악·미술·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예술인들이 뽑은 짧은 음반 추천 칼럼이 담긴다.
POINT VIEW
‘객석’ 기자의 눈높이로 보기
▶ 음반사 신보 광고를 보는 재미!
워너 클래식스·샨도스·데카 등 국내에 잘 알려진 음반 레이블부터, 낯선 영국의 음반 레이블까지 기사 사이의 광고로 만나볼 수 있다. 공연·전시 광고가 중심인 잡지와 다른 특징.
▶ 방대한 레퍼토리를 이해할 전문 지식이 필요
수많은 음반의 틈에서 ‘에디터스 초이스’를 고르는 그들의 전문 지식과 눈높이가 맞아야 할 터. 폭넓은 장르를 다루고 있는 동시에 각 분야의 전문성도 깊어 한 호를 완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 사진보다는 글이 주인공
100장에 이르는 음반을 50여 쪽에 설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진이 담기지는 않는다. 만약 좋아하는 음악가의 새로운 화보를 기대하고 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지도….
프랑스
디아파종 Diapason
권위있는 음반평으로 주목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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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창간 | 월간(연간 11권) | 120쪽 내외 8.5 유로(약 13,000원)
음반상으로 유명한 만큼 디아파종은 음반 리뷰에 충실하다. 매달 120장의 음반을 선정하여 1~5점의 평점을 부여하는데, 그 분량은 잡지의 거의 절반인 40~50쪽에 해당한다. 5점의 음반 중에서도 특별히 더 좋은 음반은 ‘디아파종 도르’로 선정하여 소개하는 것이 특징. 보통 ‘디아파종 도르’로 선정되는 음반의 수는 10분의 1인 12장 내외이다.
1952년 조르주 셰리에르가 창간한 프랑스 잡지 디아파종은 클래식 음악과 음반 소식을 전하는 ‘디아파종’과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를 소개하는 특별호 ‘디아파종 오르-세리(Diapason Hors-Série)’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디아파종은 전자를 뜻하지만, 좋은 음반에 부여하는 ‘디아파종 도르(Diapasond d’Or)’는 좋은 오디오 기기에도 해당된다. 창간 당시에는 작은 지역 잡지였으며, 1956년부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디아파종은 소리굽쇠를 뜻하는 명사로, 잡지의 로고와 상에도 소리굽쇠가 새겨져 있다. 도르는 황금을 뜻한다.
매달 몇 명의 아티스트를 인터뷰로 만나 볼 수 있지만, 이들이 표지를 차지하는 경우는 적다. 지난해에 발행된 11권의 책 중에서 커버를 차지했던 아티스트는 프랑스 테너 뱅자맹 베른하임과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뿐이다. 그 외에는 ‘르네상스 음악’ ‘라벨의 볼레로’ ‘바로크 혁명’과 같은 특집 기사, ‘포레’ ‘푸치니’ ‘브람스’와 같은 작곡가 소개 기사가 표지에 올랐다.
디아파종이 차별화한 가장 큰 특징은 앞서 말한 오디오 기기 리뷰이다. 2~6쪽 정도로 오디오 기기를 정리하는 BBC 뮤직 매거진, 그라모폰과 다르게 디아파종은 오디오 기기 설명 지면이 매달 25쪽에 달하며, 이를 종합하여 디아파종 오르-세리라는 특별호를 발매한다. 잡지에는 이밖에 프랑스의 음악 축제 소식과 여러 공연 일정이 알뜰하게 정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권이 잘 보장되는 프랑스답게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7월 호는 정기 휴간이다.
POINT VIEW
‘객석’ 기자의 눈높이로 보기
▶ 잡지보다는 카탈로그
음반과 오디오 기기에 매우 충실하지만, 이에 치우쳐져 있어 커버가 인물일 때도 인터뷰 기사가 많지 않다. 클래식 음악계의 주요 소식이 담겨 있지만, 소식지를 찾고 있다면 조금 아쉬운 분량.
▶ 프랑스에 의한, 프랑스를 위한, 프랑스의 잡지
세계의 다양한 소식을 담고 있지만, 프랑스어로 발매되는 만큼 주요 독자층인 자국민의 시각에 맞춰져 있다. 음악 역사에 관련된 특집 기사 주제도 프랑스의 역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 한국인에겐 낮은 접근성
앞선 두 잡지가 종종 국내 서점에 수입되는 것에 반해 디아파종은 국내에서 실물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다만 디아파종 공식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기사를 읽을 수 있고,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바일로 읽을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표지에 등장한다면 확인해 보자.
잡지의 명성을 이어주는 행사, ‘어워즈’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 &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 디아파종 도르 드 란네가 만드는 화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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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
앞서 살펴본 세 개 잡지의 명성은 각자가 선정하는 음반상과 이어진다. 세 잡지가 매 호 백여 장의 음반 리뷰에 충실한 만큼, 그들의 어워즈가 수여하는 상은 전 세계 모든 클래식 음악 아티스트에게 의미가 크다. 그중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와 디아파종 도르 르 란네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음반 어워즈로 여겨진다.
2007년에 시작된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는 대중과 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1~2월 사이 투표를 진행, 매년 4월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의 행사는 4월 23일에 열리며, 신인상과 기악상 후보에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이 올랐다. 방송사와 연계된 만큼 어워즈 수상자는 BBC와 관계된 라디오, 공연, 축제에 자주 초청된다.
1977년부터 시작된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매년 9월 런던에서 진행되며, 역사가 오래된 만큼 가장 큰 영향력과 권위를 보여 주는 시상식이다. 그라모폰의 매달 음반 리뷰를 작성하는 평론가는 물론, 클래식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음악가·예술 행정가·언론인 등 다양한 인사가 심사에 참여한다. 매년 시상식 이후에는 어워즈 특별호가 따로 출판되는데, 금색을 두른 에디션으로 10~11월쯤에 만나 볼 수 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정경화(1990/실내악, 1994/협주곡), 장한나(2003/협주곡), 임윤찬(2024/피아노·젊은 예술가)이 있다.
디아파종 도르 드 란네는 1년간 디아파종 도르로 뽑혔던 음반 안에서 11월에 시상하며, 이를 기념하기 위한 갈라 콘서트도 같은 달에 열린다. 심사에는 디아파종과 프랑스 국립 공영라디오 방송사가 함께 참여한다. 2024년 6월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이 디아파종 도르에 선정된 후, 그해의 디아파종 도르 드 란네에서 젊은 음악가상을 받아, 국내에서 이 상에 대한 관심도가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발행 부수를 가진 잡지가 모두 음반 리뷰지라는 점에서, 클래식 음악 시장 속 음반 시장의 중요성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03 동아시아 음악 잡지 현황
중국·일본 음악계의 성장과 음악잡지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신예 연주자들의 등장과 대규모 공연장 건립을 통해 클래식 음악 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하였고, 일본은 1950년대 서구 문물의 도입과 함께 세계 클래식 음악 시장의 한 축으로 견고히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각 나라의 음악적 취향과 특징이 담긴 클래식 음악잡지도 꾸준히 창간되었다
글 홍예원 기자
일본, 취향과 애호도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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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音楽 の 友, 온가쿠 노 토모(Music Friend) 1946년 창간 | 월간 | 1,100 엔(약 10,500원)
일본의 클래식 음악잡지는 음악잡지 출판사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분화되었다. 잡지는 물론 음악 교과서, 음악 학습자를 위한 사전, 이론서, 교재 등을 발행하는 클래식 음악 전문 출판사인 음악지우사(音樂之友社)가 그 주축이다. ‘온가쿠 노 토모’(사진 ➋)는 클래식 음악계 전반을 다루는 월간지로, 1946년 1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행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매년 ‘베스트 연주 10’을 선정(2022년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선정됨)하는 등 일본 클래식 음악계 내에서 영향력도 크다. 이외에도 음악지우사는 피아노 지도자와 학습자를 위한 월간지 무지카노바, 취주악 및 관악기 애호가를 위한 월간지 ‘밴드 저널’(사진 ➌) 등을 발행하고 있다.
1997년 산케이 신문사에서 창간한 클래식 음악 전문 월간지 ‘모스틀리 클래식’(사진 ➎)은 클래식 음악계의 최신 트렌드를 폭넓게 소개한다. 창간호에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독점 인터뷰를 담았으며, 이후에도 오자와 세이지, 발레리 게르기예프, 요요 마, 플라시도 도밍고 등의 인터뷰를 실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4년 8월호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자를 위한 피아노 전문지도 있다. ‘월간 피아노’(사진 ➍)는 클래식 곡부터 최신 히트곡까지 매달 약 열일곱 곡의 악보를 제공하며, 피아니스트와의 인터뷰, 전자 피아노 강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수록한다. ‘쇼팽’(사진 ➊)이라는 제호의 잡지는 음대생, 교사, 애호가, 연주자 등 폭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피아노 학습에 필요한 지식과 음악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연구와 성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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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人民音乐, 인민음악(People’s Music) 1950년 창간 | 월간
‘인민음악’(사진 ➏)은 1950년에 창간된 잡지로, 음악과 문화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주로 다루며, 공연 및 다양한 음악 활동에 대한 보도와 평론을 제공한다. ‘음악애호자’(사진 ➐)는 1979년에 창간된 전문 월간지로,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계 최신 동향과 인기 음반 정보를 게재한다. 실물 CD를 제공해 듣기와 읽기, 참고와 수집을 아우르는 음악잡지로써 견고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뮤지컬 장르를 다루는 잡지도 있다. ‘중국음악극’(사진 ➑)은 중국음악극협회가 주관하는 격월간지로, 1993년에 창간된 중국 브로드웨이(中国百老汇)의 뒤를 이어 뮤지컬 창작, 공연, 이론, 제작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 뮤지컬 산업의 발전 동향을 반영하며, 최신 무대 성과 등을 소개한다.
04 음반을 담은 잡지
스트리밍 시대의 음반 소개지
음반 리뷰는 오랫동안 전문 잡지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돼 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음악 청취 방식도 달라졌지만, 잡지는 여전히 가치 있는 음반을 조명하며 음악 애호가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글 김강민 기자
미국
팡파르 Fanfare
수백 개의 최신 음반 리뷰와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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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창간 | 격월간 | 360쪽 내외 25 달러(약 36,200원)
고음악·실내악·교향악·성악·합창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재즈와 팝 음악 소식도 함께 다룬다. 여러 차례 재발매된 훌륭한 음반들은 잡지에서도 그때마다 새롭게 조명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같은 음반이라도 시대와 비평가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해석으로 음반을 접할 수 있다.
종이 잡지 구독 외에도 웹 전용 구독 서비스가 제공되어, 방대한 아카이브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다. 아카이빙 페이지가 개발된 초창기에도 2천 명이 넘는 작곡가의 9천 개 이상 작품에 대한 리뷰가 구축되어 있었으니, 지금은 그 규모가 더욱 확장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메리칸 레코드 가이드 American Record Guide
믿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음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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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창간 | 격월간 | 200쪽 내외 9 달러(약 13,000원)
매 호에는 300개 이상의 음반 리뷰가 실려 있다. 이 리뷰들은 광고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어 독립적인 시선과 비평성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광고는 물론, 음반사나 아티스트를 위한 홍보 기사도 거의 없다. 홈페이지에서는 그동안 발행된 모든 리뷰의 인덱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양이 무려 2,120장에 이를 정도이니 놀라지 말 것.
‘아메리칸 레코드 가이드’ 이전에는 ‘포노그래프 먼슬리 리뷰’가 있었다. 1926년 창간 당시 ‘미국의 그라모폰’으로 불렸으며, 대공황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간되던 잡지였다. 당시 편집자였던 악셀 B. 존슨이 납치되어 강탈당한 후 달리는 차에서 던져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932년 발행이 중단되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잡지는?
『음악계』는 한국 최초의 음악잡지로 기록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작곡가 홍난파(1897~1941)가 발행한 것으로 계간지였다가 월간지로 바뀌었다. 1918년에 도쿄로 유학을 떠난 홍난파는 1927년에 또 한번 도쿄 유학길에 오른다. 이를 계기로 『음악계』는 7호를 끝으로 한다. 조선 음악계의 과거와 장래를 논하거나, 음악 해설과 평, 알기 쉬운 음악 상식 등이 실렸다.
홍난파가 『음악계』를 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삼광』의 발간 경력 덕분이었다. 1차 도쿄 유학(1918~1919) 시기에 도쿄의 조선유학생악우회가 발간한 잡지다. 음악에 집중한 『음악계』와 달리 『삼광』은 종합 예술지였다. 음악, 미술, 문학에 관한 기사를 취급했고, 제호인 ‘삼광(三光)’은 세 분야의 예술에서 빛이 되겠다는 뜻이다.
『삼광』은 홍난파의 귀국으로 인해 2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최남선이 1908년에 발행한 『소년』이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였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종합 예술지로서의 『삼광』의 출현은 매우 빠른 행보였다. (‘객석’ 2021년 3월호 발췌)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온라인으로 전환한 매체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음반을 소개하던 많은 종이 잡지가 폐간되고 말았다. 정확한 이유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음반 시장의 침체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과정에서 겪은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매체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글 김강민 기자
라이너 노트 Liner Notes
역사적인 아티스트와 음반들을 소개하는 잡지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발행되었던 음반 소개 전문 잡지 ‘클래시컬 레코딩스 쿼털리(Classical Recordings Quarterly)’에서 영감을 받아 창간됐다. CRQ의 편집자로 활동했던 앨런 샌더스가 잡지의 기고자로 함께하고 있으니, 옛 잡지를 그리워했던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PDF 파일 형태로 발행되며, LP 시대의 황금기를 중심으로 최근의 음반까지 소개한다. 이들이 말하는 ‘역사적인 음반’이란 음반의 유명세를 의미하지 않는다. 큰 명성을 얻지 못했거나 주요한 음반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예술성을 지닌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선정한다. 명반을 탄생시킨 프로듀서와 사운드 엔지니어, 커버 아트 디자이너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을 주제로 한 십자말풀이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라이너 노트가 클래식 음악 LP와 CD를 판매하는 세계 각지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소개하고, 때때로 구독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기회에 나만의 단골 음반 가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피치카토 Pizzicato
룩셈부르크의 클래식 음악 전문 온라인 저널
1991년에 창간되어 2013년까지 인쇄본을 발행했으며, 이후 온라인 저널로 전환됐다. 클래식 음악 관련 뉴스, 특집 기사, 인터뷰 외에도 CD 및 DVD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피치카토’의 리뷰가 특별한 이유는 이들의 리뷰가 항상 음반이 출시되는 주에 공개된다는 점이다. 예술성, 기교적 우수성, 해석의 통찰력 등을 기준으로 뛰어난 음반에 상을 수여하는 ‘수퍼소닉 어워드’를 운영한다.
클래식 투데이 Classics Today
매일 새로운 소식을 만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작곡가의 음반 리뷰를 확인하기 위해 몇 달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 ‘클래식 투데이’엔 매일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되기 때문. 1~10점의 평가 시스템을 통해 음반의 수준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 외에도 이번 달 최고의 녹음, 10점을 받은 음반, 아티스트의 인터뷰, 디스코그래피 비교 등을 통해 취향에 맞는 음반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더 클래식 리뷰 The Classic Review
초심자를 위한 감상 가이드
매주 새로운 음반 리뷰와 음악 감상 가이드, 클래식 음악계의 소식들이 게재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기사는 단연 초심자를 위한 기사들이다.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등,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들의 악장별 해설은 물론, 작품의 역사적 배경, 분석, 추천 음반들을 살피다 보면 어느새 음반 보는 눈이 길러진다.
05 각 나라별 잡지
각 나라의 ‘대표’ 자리를 지킨 공연예술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공연예술지가 ‘객석’이라면, 각 대륙과 국가에도 ‘객석’처럼 클래식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유례 깊은 잡지들이 있다. 다양한 언어로 불리는 다른 나라 버전의 ‘객석’들을 소개한다
글 허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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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창간 | 월간 | 연간 55 파운드(약 99,300원)
영국
클래시컬 뮤직 Classical Music
그라모폰 매거진, BBC 뮤직 매거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 잡지라면, 클래시컬 뮤직은 보다 영국 지역에 특화된 클래식 음악 잡지이다. ‘클래시컬 뮤직 앤 앨범 리뷰(Classical Music & Album Review)’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1979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고, 그 뒤로는 현지의 소식과 뉴스에 더욱 주안을 맞추고 있다. 음악과 관련된 상식이나 사실의 팩트체크를 하는 등 흥미 위주로 읽을 수 있는 기사도 많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독 신청을 하면 온라인으로도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의 UI가 유연하지 않다는 점은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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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창간 | 연간 11권 | 90쪽 내외 10 유로(약 18,100원)
스페인
스케르초 Scherzo
스페인에서 발행되는 클래식 음악 잡지. 그 달의 공연 일정부터 음악가들의 인터뷰까지 담아낸다. 클라우스 메켈레·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 등의 아티스트가 표지를 장식하며, 스페인 아티스트들을 다루는 비중이 높은 편. 루이지 노노, E.T.A 호프만 등 클래식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특집도 매달 기획된다. ‘오페라 속 법률 상식’을 살펴보는 기획 등도 흥미롭다. 재즈·무용·교육 관련 음악 소식까지 아우르며, 음반에 대한 리뷰도 충실하다. 본지에 글을 연재하는 영국의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연재도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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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창간 | 격월간 | 60쪽 내외 | 무료
캐나다
라 쎄나 무지칼레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이중 언어 잡지다. 영어·프랑스어 버전이 모두 발행된다. 버전에 따른 잡지 인물도 다르다. 2024년 6·7월호의 영어 버전 표지는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가, 프랑스어 버전은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장식했다. 내지의 내용은 동일. 대부분 캐나다 음악가들과 축제 현장 등, 캐나다 내의 클래식 음악 소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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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창간 | 월간 | 100쪽 내외 | 12 유로(약 21,800원)
이탈리아
아마데우스 Amadeus
이탈리아의 대표 클래식 음악 잡지. 잡지와 함께 매달 음반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지난 2025년 1월, 통권 400호를 발행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잡지가 거쳐온 세월도 다사다난하다. 2005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출판사가 변경되었고, 2021년부터 지금까지 미켈란젤리 출판사가 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음악 잡지답게 성악가들의 소식과 다양한 국가의 오페라 리뷰도 실려 있다. 세계 속에서 활약 중인 이탈리아 예술가를 소개하는가 하면, 음반이나 서적에 대한 리뷰도 잊지 않는다.
1984년, ‘객석’의 창간호 살펴보기
『객석』은 창간호(1984년 3월) 창간사에 다음과 같이 적음으로써, 음악 및 공연예술 전문지로서의 초석을 다졌다.
“사람의 겉을 다스리는 것은 禮이고, 사람의 안을 다스리는 것은 樂(音樂)’이라고 한 공자의 가르침이 이 시대의 우리에게 이어오기까지 음악은 항상 우리의 마음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도와 선각자들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 음악·공연예술지 ‘객석’을 창간하게 된 것도 예음이 지닌 뜻과 우리의 음악·공연 문화와의 조화를 함께 살펴보고 싶은 의지입니다. 또한, 음악의 수많은 형식과 내용도 결국 우주 안에 충만한 사람의 메시지로만이 영원할 수 있음을 함께 구현해 나가고자 함입니다. 앞으로 한권 한권을 창간호와 같은 열의와 마지막호와 같은 애정으로 펼쳐 보겠습니다. 뜨거운 성원으로 객석을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객석』을 창간한 최원영은 경영학을 전공했고, 음악이 좋아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플루트를 전공했다. 창간호의 표지를 장식한 플루티스트 알랭 마리옹은 발행인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선택이었다. 1991년까지 『객석』의 기획관리 실장과 운영본부장 겸 이사, 편집인 겸 상무이사를 역임한 이상만은 창간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그의 형 최원석 씨는 동아건설 사장이었고 당시 동아건설이 세력을 넓히는 시기였어요. 동아건설 국외사업은 최원영 씨가 도맡았죠. 그 결과 리비아 대수로 사업도 성공적으로 따내고.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유산을 자식들한테 분배를 해주는 시기였어요. 최원영 씨에게도 어느 정도 분배가 되었고 음악계를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잡지 같은 거부터 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죠. (…) 그런데 문제는 당시 잡지출판의 허가를 따내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당시 문화공보부에 출판과가 있었고 정기간행물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송지영 원장의 도움을 받았고, 중간에서 실무적인 진행은 당시 진흥원의 상임이사인 이종덕 씨의 역할이 컸어요. 그렇게 해서 주식회사 ‘예음’은 충무로에 자리 잡았습니다. 충무로에 ‘필하모니아’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는데 이곳이 최원영 씨가 운영을 하던 곳이었죠.”
창간호에는 시대와 예술, 음악과 문화, 사회와 인문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지면마다 드러났다. 이념의 논쟁에서 금기시되던 윤이상이 기사로 전면화됐고, ‘죽음의 장막’이라 불리던 중공(중국)의음악 기행 등을 다루었다. 파리에 거주하는 윤정희는 최초의 통신원으로 다니엘 바렌보임의 현지 취재를 맡았다. 특별부록으로 오디오테스팅 테이프와 서울의 문화지도를 제공했다.
(‘객석’ 2024년 3월호 발췌)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06 특정 악기를 담은 전문지들
하나의 악기를 둘러싼 다층적 관점의 전문지
특정 악기에 집중한 잡지들은, 대중성보다는 전문성에 방점을 찍는다. 전문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심층적 기획 기사도 많은 편. 잡지에 따라 악기 제작이나 브랜드가 강조되기도 한다. 잡지 한권으로 악기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해소할 수 있을 것!
글 허서현 기자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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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Internationl Piano(인터내셔널 피아노) 영국 1997년 창간 | 계간 | 80쪽 내외 | 9.95 파운드(약 18,100원)
‘인터내셔널 피아노’(사진 ➊)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활약과 소식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 6·7월호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클라이번 이후의 삶, 온 세상이 그의 손 안에 있다”고 기록한 바 있다. 같은 해 4월에는 손열음의 모차르트 음반 발매 소식도 표지를 장식했다. 첫 출간 당시는 계간지였으나, 이후 격월간, 연 10회 발행 등의 변화를 겪어왔다. 지난해부터는 계간지로 발행 중이다. 2018년 마크 앨런 그룹에 인수되었으며, ‘그라모폰’의 부편집장이 이 잡지의 편집장이다. 2003~2016년, ‘인터내셔널 피아노 코리아’로 한국 버전이 국내 발행된 적도 있다.(사진 ➊-1)
영국을 제외하자면, 독일의 잡지들이 눈에 띈다. ‘피아노 뉴스’(사진 ➋)는 독일 내의 피아노 관련 소식을 꼼꼼히 다룬다. 주니어 콩쿠르 소식이나 관련 산업인들의 인터뷰도 있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 재즈까지, 피아노를 매개로한 장르 전반에 관심을 둔다.
‘피아니스트’(사진 ➌)도 독일어로 발행되고 있지만, 네덜란드어로도 발행되는 이중 언어 잡지다. 독일어판과 네덜란드 판의 표지 및 내용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잡지명의 판권만 공유하는 형태에 가깝다. 각 국에 걸맞은 아티스트 인터뷰, 신보 및 공연 리뷰 소식 등 내용은 다르지만, 잡지 구성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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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The Strad(더 스트라드) 영국 1890년 창간 | 월간 | 100쪽 내외 | 5.95 파운드(국내 정가 25,650원)
현악기 관련 잡지에서는 악기 제작과 관련된 기사의 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공연 동향이나 연주자 소개 외에도, 악기 제작자에 대한 소개, 제작 방식, 악기 관리법 등 언뜻 보면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잡지 같아 보이는 지면도 많다.
현악기 잡지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더 스트라드’(사진 ➍)다. 19세기에 발행되어 지금까지 발간되는 이 잡지의 첫 표지는 브람스가 자신의 협주곡을 헌정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 잡지명인 ‘더 스트라드’는 악기 제작으로 잘 알려진 스트라디바리우스에서 착안했다. 악보에 직접 연주법을 상세히 명기해주는 ‘MASTERCLASS’ 꼭지 등 악기에 대한 전문 지식에 방점이 있다. 1997년부터 ‘더 스트라드 코리아’도 국내에 발행 중이다.
‘스트링즈’(사진 ➎)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격월간지다.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표지 구성 외에도, 연주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데에 방점이 있다. 아티스트 인터뷰나, 탄생 주년을 맞이한 작곡가 소개, 현악 주자들의 진로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WOODWIND & B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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➐ Flöte aktuell(플뢰테 악투엘) 독일
목·금관 관련 잡지는 협회에서 발행되던 소식지가 이어진 경우가 눈에 띈다. 장르 또한 클래식 음악에 국한되기보다는 악기를 활용한 모든 장르를 다룬다.
영국의 클라리넷·색소폰 협회에서 발행 중인 ‘클라리넷 앤 색소폰’(사진 ➏)은 1976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협회 소식지로, 1987년부터 지금과 같은 잡지의 형태로 발행되어 왔다. 50쪽 내외로 연 4회 발행되며, 악보 및 작품 소개, 연주자 인터뷰, 악기 동향 등을 다룬다.
‘더블 리드’는 잡지명처럼 더블 리드를 통해 소리를 내는 오보에와 바순을 위한 소식지다. 국제 더블리드 협회(International Doble Reed Society)에서 1969년 출판을 시작, 긴 분량의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소개한다.
‘플뢰테 악투엘’(사진 ➐)은 독일의 플루트 협회에서 발행, 1986년부터 지금까지 연 4회 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트라베르지에르’도 연주자 협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플루트 전문 잡지. ‘브라스 밴드 월드’(사진 ➑)는 1991년부터 영국에서 출판된 금관 관련 잡지다. 50쪽 내외의 분량에는 전 세계의 금관 악기 연주자와 교육자의 소식부터 주요 축제와 콩쿠르, 악기 동향 등을 다룬다.
07 연주 장르를 담은 잡지
관심사에 집중하고픈 당신에게 권하는 장르별 잡지
어떤 잡지는 이제 막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입문한 아마추어에게 잔인할 만큼 어렵다. 클래식 음악 A to Z가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필요하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만 쏙쏙 골라 읽을 수 있는 잡지를 소개한다
글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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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창간 | 격월간 | 80쪽 내외 6.99 파운드(국내 정가 28,000원)
영국
피아니스트 Pianist
아마추어 연주자의 동행자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의 안내서에 가까운 장르지로, 주요 콘텐츠는 연주 방법 공유이다. ‘왈츠 악구는 어떻게 치나요’ ‘가곡은 어떻게 반주하나요’처럼 구체적인 작품에 대해 탐구한다. 일반적으로 80쪽 내외의 가벼운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40쪽에는 난이도에 맞춘 지상 레슨이 담겨 있어 실제로 피아노를 배우는 이들에게 용이하다. 또한 추천 작품의 악보가 부분적으로 여러 편 포함되어 감상 레퍼토리를 넓히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안성맞춤. 연재로는 역사 속 유명 피아니스트를 한 명씩 소개하는 글이 있어, 작품을 넘어 피아니스트의 세계를 알아가는 데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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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창간 | 계간 | 70쪽 내외 9.95 파운드(약 18,000원)
영국
오페라 나우 Opera Now
여행지에 버금가는 화려함
유럽의 오페라 뉴스를 나르는 영국의 잡지로, 그라모폰에서 발매하는 소식지이다. 오페라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성악가’ ‘연출’ ‘무대’ ‘의상’ ‘대본’ ‘작곡가’ 등을 모두 다루며, 매 호마다 현재 인기 있는 오페라 아티스트가 표지를 장식하고 그와의 인터뷰가 수록된다. 오페라 무대가 화려한 만큼, 잡지 지면으로 회화같이 아름다운 색색의 오페라 프로덕션을 살펴볼 수 있다. 오페라 음반과 영상물 리뷰도 물론 빠지지 않으며, 영국·독일·노르웨이·스웨덴·오스트리아·그리스 등 유럽의 다양한 극장을 공연 리뷰로 여행 다니는 것이 큰 매력. 유럽 전역의 상영 예정작도 일정표로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월간지였으나 2024년부터 계간지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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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창간 | 계간 | 70쪽 내외 9.95 파운드(약 18,000원)
영국
콰이어 앤 오르간 Choir & Organ
고음악의 강자
잡지의 제목 때문에 ‘합창’과 ‘오르간’만 다룰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장르의 작품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종교음악은 물론 고음악에도 정통하다. 나아가 정반대로 이런 편성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한 현대음악도 주요 소재거리이다. 유럽 다양한 곳의 오르간 구조와 디자인을 살펴보는 지면이 매 호 들어가는데, 오르간 용어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독자를 위해 카탈로그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할 때가 많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오르간 제작자의 연락처는 물론 여름 학교와 축제 참여를 위한 담당자의 연락처를 공유하는 등 독자가 필요할 정보나 음악적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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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창간 | 계간 | 70쪽 내외 7 파운드(약 12,600원)
영국
오르가니스츠 리뷰 Organist’s Review
악기 협회가 만드는 회원지
오르간의 역사가 깊은 만큼, 오르가니스트들에 관한 잡지 역시 역사가 깊다. 오르가니스츠 리뷰는 영국의 오르가니스츠 법인 협회(IAO/Incorporated Association of Organists)에서 발매하는 계간지로, 오르간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룬다. 다양한 오르간의 구조를 살피는 것은 물론, 오르가니스트 또는 현대 작곡가 인터뷰, 오르간 작품에 관한 탐구 등이 담겨 있다. 오르가니스츠 법인 협회(IAO)는 오르가니스트 지원은 물론, 교육과 합창 트레이닝 등을 이어가는 자선 단체로, 여름 오르간 축제를 개최하는 등 악기를 향한 지원과 애정을 자랑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오래된 20세기 과월호도 모두 아카이브하고 있으니 역사 사료로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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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창간 | 월간 | 60쪽 내외 6.83 파운드(약 12,300원)
영국
뮤직 티처 Music Teacher
교육의 노하우를 전수하다
전 세계 음악 교사를 위한 잡지. 학생에게 악보 읽기를 교육하는 방법, 화성학을 이해시키는 방법 등 교육 방법론을 다루는 월간지이다.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술에 대한 소개부터, 교사와 전문가의 Q&A 코너, 설문·연구 발표 등의 요약도 담겨 있으니 ‘실용’과 ‘지식’이라는 두 균형이 잘 잡혀있다. 또한 아티스트의 성장과 연습에 대한 인터뷰도 담겨 전문 연주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직접 읽기도 좋다. 음악 만들기를 도모하는 잡지이기에 취미 생활로 접할 수 있는 여러 밴드 음악도 읽을거리로 등장하고, 소모임이나 학회 등의 소식도 연락처와 함께 공유되는 커뮤니티의 면모 또한 큰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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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창간 | 월간(연간 11권) 9.9 유로(약 14,900원)
독일
다스 오케스터 das Orchester(the Orchestra)
오케스트라 입단을 준비한다면
오케스트라 취업 시장을 다루고 있는 잡지로, 독일어로 발행되지만 전 세계 45개국에 구독 서비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 오케스트라에 공석이 나면 이 잡지에서 구인 광고를 올리며, 2011년부터 온라인으로도 제공 중이다. 오케스트라 생활의 노하우는 물론, 오케스트라 마케팅과 관리 같은 사무국 내부의 실무도 들여다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페스티벌과 콩쿠르, 학회 안내도 다루어 소식지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역마다 시립 오케스트라와 방송교향악단이 존재하는 독일 지역에 잘 맞는 잡지이다.
08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잡지들
사라진 전설로 남은 잡지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음악 잡지가 탄생했고, 그중에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재정적 어려움을 맞닥뜨리며 사라진 것들도 있다. 비록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잡지들을 되돌아본다
글 김강민 기자
‘르 몽드 드 라 뮤지끄’(사진 ➊)는 신문 ‘르 몽드’와 예술 잡지 ‘텔레라마’가 공동 창간한 잡지다. 클래식 음악을 넘어 재즈·록·월드 뮤직을 포함한 다채로운 음악 장르를 조명했다. 훌륭한 음악적 해석과 뛰어난 연주가 담긴 음반과 DVD에 ‘쇼크(Choc du Monde de la Musique)’ 상을 수여했는데, 이는 프랑스 클래식 음악계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9년, 프랑스의 또 다른 예술 잡지 ‘클래시카’와 합병되며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며, 그 ‘클래시카’ 역시 이달인 2025년 3월을 마지막으로 폐간된다.
미국의 오페라 교육을 장려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길드’는 ‘오페라 뉴스’(사진 ➋)를 창간했다. 세계 각국의 오페라 공연 리뷰, 유명 오페라 가수와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등을 담으며 오페라를 더 많은 청중에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2023년 11월호를 끝으로 발행을 중단하고, 2023년 12월부터 영국 잡지 ‘오페라’에 통합됐다. 이제는 ‘오페라 위드 오페라 뉴스’라는 잡지의 이름에서 이 잡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뮤지컬 타임스’(사진 ➌)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잡지로 여겨진다. 창간 당시의 잡지명은 ‘The Musical Times and Singing Class Circular’로, 성악가들을 위한 잡지의 성격이 강했으며, 합창 음악 악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점차 범위를 넓혀 주요 공연과 축제에 대한 소식과 유명 연주자와의 인터뷰도 포함됐다. 1904년에 이르러서야 ‘더 뮤지컬 타임스’라는 현재의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2024년 12월 발행인이 은퇴함에 따라 폐간이 결정됐으며, 기존 아카이브는 학술 저널 디지털 도서관인 JSTOR에서 열람할 수 있다.
‘컴퓨터 뮤직’(사진 ➍)은 컴퓨터 음악 제작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발전 과정을 기록한 잡지로, 홈 컴퓨팅의 발전과 컴퓨터를 활용한 음악 제작을 향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25년간 소프트웨어 음악 제작의 변화를 담아 왔다. 독자들에게 해당 호와 관련된 콘텐츠가 포함된 DVD-롬 등을 제공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24년 10월, 인쇄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컴퓨터 뮤직’과 더불어 자매 잡지인 ‘퓨처 뮤직’도 함께 폐간을 발표했다. 잡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컴퓨터 음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식은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이어지는 중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음악 잡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타인웨이 앤 선즈가 2009년부터 10년간 분기별로 발행하던 ‘Listen(리슨)’은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등을 인터뷰하며 음악과 음악가들을 조명해 왔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폐간 발표는 없었으니, 언젠가 다시 이 잡지를 읽을 수 있는 날이 돌아올까?
‘The Magical Music Box(더 매지컬 뮤직 박스)’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격주로 발행되던 영국의 어린이 잡지다. 마법의 음악상자를 발견한 두 형제, 사라와 제이미가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각 잡지마다 테이프 혹은 CD가 부록으로 제공됐다.
폐간 위기를 극복한 잡지들
‘라임라이트’(사진 ➎)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잡지로, 공연예술계 소식·공연 리뷰·아티스트 인터뷰 등을 다룬다.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클래식 음악 라디오 방송국인 ABC 클래식FM에서 ‘ABC 라디오 24시’라는 이름으로 발행되어 주로 방송사 프로그램의 세부 정보를 전달했으나, 2003년 ‘라임라이트’로 개명하며 잡지의 콘텐츠도 확장됐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라임라이트’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2013년, 당시 발행사였던 헤이마켓 미디어가 호주에서의 운영을 중단하고 싱가포르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존립이 불투명해진 것. 다행히도 일주일 만에 신생 미디어 그룹인 ‘아트 일루미네이티드’와 협력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2018년 또다시 경영 위기를 맞았고, 잡지 발행 중단은 물론 직원들이 해고되기에 이르렀다. 이때 사업가이자 음악 애호가인 로버트 빌과 브루스 왓슨이 새로운 소유주로 나서 라임라이트 아트 미디어를 설립, 종이 잡지와 웹사이트를 모두 운영하며 명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독일의 클래식 음악·음반 잡지 ‘포노 포룸’(사진 ➏)도 폐간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포노 포룸은 “2024년 1월 호가 마지막 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잡지의 전 편집장이 인수하며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과 재즈 애호가, 그리고 하이파이(Hi-Fi) 음향 기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전문 잡지다. 바흐부터 불레즈,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에서 키스 재렛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
낭만시대에 탄생한 첫 음악 전문 잡지는?
‘음악신보’(사진 ➐)는 슈만이 창간한 최초의 음악 잡지로, 당시에는 주 2회 발행됐다. 슈만은 이 잡지를 통해 덜 알려진 수많은 음악가와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했고, 그의 노력 덕분에 잊힐 뻔했던 수많은 걸작이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현재 ‘음악신보’는 클래식 음악계의 최신 동향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음악과 그 미학적 토대, 재즈, 즉흥연주, 사운드 아트, 대중음악 등을 폭넓게 다룬다.
‘뮤지컬 오피니언’은 낭만주의라 불리는 19세기 말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간호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평하며 음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와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가 초연했던 1877년부터 오늘날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잡지를 발간했다.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디 에튀드’(사진 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10월 호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이 무려 살아있는 라흐마니노프였기 때문이다. ‘디 에튀드’는 음악 애호가는 물론, 학생과 선생님, 전문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았던 잡지다. 아카이빙 페이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인터뷰 기사 ‘오늘과 어제의 음악에서 나타난 국가적이고 급진적 인상’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09 주목받는 온라인 웹진들
손안에 잡지 한 권을 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검색 문화의 발전으로 종이 잡지를 출판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제작해 보급하는 웹진이 늘어나고 있다. 공연 정보와 리뷰에 대한 관객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라이브 스트리밍·통계·어워즈 등 매체의 특징이 담겨 대중의 취향과 인식을 확장하고 있다
글 홍예원 기자
바흐트랙 www.bachtrack.com
바흐트랙은 런던을 기반으로, 2008년 데이비드 칼린과 앨리슨 칼린 부부가 설립한 웹진이다. 공연 정보 검색 사이트로 시작한 바흐트랙은 2010년 말부터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 리뷰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축제와 공연 프리뷰, 연주자 및 업계 인사 인터뷰 등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매년 1월, 바흐트랙은 데이터베이스에 나열된 전년도 공연을 분석해 클래식 음악 통계를 발표하는데, ‘가장 바빴던 피아니스트’ ‘전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 ‘현대음악 연주가 차지하는 비중’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 등 공연 시장과 관객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결과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 가디언, 프랑스 음악 등 세계 주요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오페라와이어 www.operawire.com
오페라와이어는 데이비드 살라자르가 설립한 이탈리아의 오페라 전문 매체로 인터뷰, 리뷰를 비롯해 오페라 퀴즈·오페라 위키 등을 통한 작품 소개, 인디 오페라 뉴스 등 전 세계 오페라 공연 소식을 다룬다. 오페라와이어는 매년 12월, 월드 라이징 스타 10인을 선정하는데, 2021년에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1991~)이 이름을 올렸다. 공연 소식과 더불어 ‘오페라와 영화의 만남’ ‘금주의 아티스트’ 등의 연재를 통해 독자들이 오페라와 더욱 친밀해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 바이올린 채널 www.theviolinchannel.com
2009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제프리 존 데이비스가 설립한 바이올린 채널은 현재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바이올린과 현악기를 포함한 클래식 음악 전반을 다루며, 유망한 젊은 현악기 연주자와 앙상블 소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음악계 최신 동향, 마스터클래스, 인터뷰 기사 등을 비롯해 미디어 및 스트리밍 플랫폼의 역할에도 충실한 편으로, 애플·스포티파이·구글 등에서 청취할 수 있는 아티스트 독점 인터뷰 팟캐스트, 콩쿠르 중계,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등을 제공한다. 홈페이지 상단에는 튜너 및 메트로놈 버튼이 있어 연주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 스테이지 www.thestage.co.uk
더 스테이지는 영국의 주간신문이자 웹진으로, 1880년에 창간됐다. 현재는 타블로이드판과 웹사이트, 앱을 함께 운영하며, 주로 연극과 공연 예술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뉴스, 리뷰, 오피니언, 특집 및 채용 광고 등을 게재한다. 1995년부터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스테이지 어워즈 포 액팅 엑셀런스 상을 수여했으며, 2010년에는 영국 연극계의 성과를 기리는 스테이지 어워즈를 설립해 연극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단체들을 선정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1880년부터 2007년까지 발행된 신문 지면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보관하고 있어 과거 기사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