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SSAY
영화로 만나는 세상과 사람
‘마이클’
어두운 그림자를 지운 셀피
감독 안톤 후쿠아
음악 하비 메이슨 주니어, 리오르 르스너
출연 자파 잭슨, 니아 롱, 로라 해리어
[OST] Sony Music
제작진은 마이클 잭슨 재단(The Estate of Michael Jackson)의 협조를 얻어 보컬만 따로 분리된 마스터 테이프를 활용하고 현대적 사운드 기술로 재보정하여 압도적인 음향을 구현했다. 발매된 OST에는 잭슨 파이브와 마이클 잭슨 전성기 시절의 원곡이 담겨 있으며, 자파 잭슨과 마이클 잭슨이 서로를 비추며 믹싱된 노래는 오직 극장 버전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SET-LIST
01 I’ll Be There 02 Never Can Say Goodbye 03 Who’s Lovin You
04 Medley: I Want You Back·ABC·The Love You Save 05 Ben
06 Don’t Stop ’Til You Get Enough 07 Beat It 08 Thriller 09 Billie Jean
10 Wanna Be Startin’ Somethin’ 11 Human Nature
12 Workin’ Day and Night 13 Bad
내 청춘의 어떤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아니지만, 꿈을 꾸던 시절이다. TV 속, 우리가 스타라 부르던 사람들을 볼 때도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내 청춘도 저렇게 빛나는 순간이 오겠지.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저토록 반짝반짝 빛나는 몸짓으로, 중력을 거스른 듯한 저 가벼움으로 세상의 박수를 받으며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이 오겠지. 달궈진 자갈처럼 식는 법을 모르던 그때, 우리는 눈을 뜨고도 눈을 감고도 꿈을 꾸었다.
17년만에 돌아온 마이클 잭슨

1966년 인디애나주, 조셉 잭슨은 아들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잭슨 파이브’를 결성한다. 그 중 천재적인 음악성과 스타성으로 단연 돋보였던 막내 마이클 잭슨(자파 잭슨 분)은 1978년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만든 솔로 음반으로 대스타가 된다. 그러나 아버지 조셉은 여전히 그를 통제하려 하고 마이클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자신이 원하는 음악, 그리고 온전한 자기 자신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영화 ‘마이클’이 마이클 잭슨을 부활시켰다. 2009년 6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7년 만이다. 실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조카인 자파 잭슨(1996~)은 연기 경험 하나 없이 삼촌을 연기한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모사를 넘어, 거의 부활처럼 보인다. 발에 감각이 없을 때까지 춤을 췄다는 그는 삼촌의 모든 기록과 영상을 탐독하면서 그 본질에 다가간다.
‘마이클’은 마치 마이클 잭슨이 가장 빛나던 시대로 타임 슬립이라도 한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마이클 잭슨이 다시 태어난 듯한 자파 잭슨을 통해 그 시절의 흥분은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이클 잭슨을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는 전설의 무대를 직접 보는 듯한 경험이지만 시절을 함께 살았던 이들에게는 가슴 벅찬 재회의 순간이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달리, 영화적 서사는 단조롭다. ‘마이클’은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는 초상화가 아니라, 매끄럽게 보정된 셀피에 가깝다.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처음부터 다루지 않기로 작정한 듯, 영화는 각종 구설이 쏟아졌던 1990년대로 진입하지 않고 그의 첫 솔로 콘서트 투어인 ‘Bad’ 투어(1987~1989)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영화 속 마이클 잭슨은 아버지의 학대로 고통받지만, 그 서사마저 그를 더욱 순결한 존재로 만드는 클리셰처럼 작동한다. 감독은 오직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만 보여주기로 작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이클’의 이야기는 뮤직비디오의 메이킹 필름 같기도 하다.
‘진실’을 따르기보다, ‘전설’을 담았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CF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감각적인 영상미로 인정받아 왔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순수한 선인이라기보다는 결함 있는 히어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마이클’이 진짜 인간 마이클 잭슨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하는 관객도 많았다.
하지만 감독은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보다는 그의 뮤직비디오를 선택한다. 세상이 왜 마이클 잭슨을 사랑했는지를 알려주지만, 인간 마이클 잭슨의 진짜 이야기는 끝내 시작하지 않는다. 복잡한 인간을 내려놓고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전설만을 불러들이며, 팝의 황제를 눈부시게 빛나던 그 순간에 봉인한다.
그래도 ‘마이클’은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순간을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콘셉트 무비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실제로 ‘마이클’은 영상과 음악에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해 마이클 잭슨과 그 시절의 재현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관객보다는 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최고의 영화가 된다.
마이클 잭슨의 무대를 수백 번 되돌려 본 팬들이라면 스크린 위의 장면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시절을 현재로 불러낸 호출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관은 콘서트장이 되고, 관객은 살아있는 마이클 잭슨의 무대 앞에 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자파 잭슨의 퍼포먼스는 그 착각이 즐거울 정도로 짜릿하다.
인간 마이클 잭슨은 모순 그 자체다. 천재지만 결함이 많고, 순수해 보이지만 여러 의혹의 그늘에 놓여 있다. ‘마이클’은 해석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 체감해야 하는 영화다. 자파 잭슨이 ‘Beat it(비트 잇)’에 맞춰 발을 구르는 순간, 마이클 잭슨이 눈앞에 살아난 것 같은 그 착각 속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127분 동안 그저 심장이 쿵쿵 뛸 수밖에.
음악을 위한 최상의 라인업
음악 전기 영화인만큼 영화 ‘마이클’의 음악을 책임진 인물들도 화려하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총괄 음악 프로듀서로서 영화 전반의 음악적 방향성을 지휘하며,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영화에 맞게 배치하고 자파 잭슨의 보컬 녹음과 원곡 믹싱을 총괄했다. 리오르 로스너는 히트곡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감동을 극대화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았고,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받은 존 워허스트가 사운드 및 음악 슈 퍼바이저로 참여해 세밀한 음악적 디테일을 조율했다.
영화 속 노래가 자파 잭슨의 목소리인지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는데, 감독과 제작진은 마이클 잭슨의 오리지널리티는 살리면서 영화적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 자파 잭슨의 보컬과 마이클 잭슨의 원곡을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믹싱한다.
실제로 자파 잭슨은 마이클 잭슨의 호흡과 성대 움직임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해 현장에서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다. 영화 속 가볍게 흥얼거리는 노래 장면은 자파 잭슨의 실제 목소리를 사용하고, 영화의 핵심이 되는 대규모 공연 장면이나 고음역, 특유의 추임새 등은 마이클 잭슨의 실제 녹음본을 사용했다고 한다.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영화에세이집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가 있다.







